꽃 속에 스며든 전통II, 27.3×22.0cm, Water color on paper

오랜만에 붓꽃을 그렸다. 수국과 모란 구절초 목련 등등 화려한 꽃들의 세계를 그리다가 스산한 한기가 도는 이 계절에 붓으로 봄꽃을 그리며 반기를 든 것이다. 겨울도 계절인데, 그것도 이제 시작인데 밖에 나서면 온 누리에 퍼져있는 싸한 공기와 얼어있는 자연의 빛깔을 보며 몇 개월 버티며 살아야 하니 마음 안만이라도 온기를 채우기 위해 화폭 위에 봄꽃 향기를 퍼뜨려 보는 것이다. 긴 겨울의 터널을 지나면 진초록의 절도있는 꽃잎이 삐죽삐죽 솟아나 물 머금은 붓끝처럼 꽃망울을 맺었다가 ‘팡’ 하고 터지는 희망의 꽃. 창을 뒤흔드는 이 겨울날 바람을 꽃향기로 밀어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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