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단풍의 계절이고, 단풍은 곧 떨어져 낙엽이 된다. 나무에 달려있을 땐 생기 있던 나뭇잎들이 떨어짐을 준비하고, 마르기 시작해서 땅 위에 내려오면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 때 우리는 나뭇잎을 자연스럽게 만질 수 있다. 단풍잎을 말려서 창호지에 덧발라 붙였던 우리 할머님들의 마음이 너무도 예쁘게 느껴진다. 요즘은 그런 감성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요즘은 가까운 숲보다 주변 가로수길이나 공원에서 더 훌륭한 단풍을 볼 수 있고, 더 예쁜 낙엽길을 만날 수 있다. 동네를 흐르는 하천 주변도 잘 정비해 사람들이 자연을 느낄 수 있게 잘 만들어 놓았다. 일상에서 소소하게 가을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유명하고 큰 숲이 아니면 단풍나무가 많은 곳을 찾기 어렵다. 용인에서는 수지 광교산이나 용인자연휴양림이 있는 정광산, 원삼으로 넘어가는 길의 문수산, 명지대 뒷산인 함박산, 그와 연결되는 부아산, 용인 시청과 동백에 걸쳐있는 석성산 정도가 접근하기 좋은 숲이다. 하지만 울긋불긋 화려한 단풍을 기대하면 크게 실망할 것 같다. 필자는 올해도 단풍철 인파를 피해 아파트 놀이터 주변과 가로수길에서 가을을 마음껏 느끼고 있다.

나뭇잎들은 나뭇가지에서 최대한 겹치지 않게 있으려고 노력한다. 서로 만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광합성을 최대로 할 수 있고, 에너지를 모아서 꽃을 피울 수 있다. 그런데 떨어지고 나서는 그 모습이 180도 달라진다. 왠지 쓸모없을 것 같은 낙엽들은 나무 주변을 겹겹이 덮어줘 추위도 막아주고, 곤충들의 겨울나기도 도와준다. 나뭇잎 모습이 달라진 만큼 그 역할도 참 다르다. 그런 모습을 보면, 나뭇잎이 나뭇가지에서 떨어졌다고 정말로 나무와 떨어진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결혼하고 자식을 낳으면서 부모님과 멀리 떨어져 살지만, 정말로 떨어진 것은 아닌 것처럼. 숲에서는 낙엽이 다시 흙이 되어 그 숲으로 흡수되는 순환의 과정을 반복한다. 그런데 인공 숲에서는 그런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아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 청소와 소각에 많은 돈을 들이고 2차로 환경오염 문제도 발생하니, 돈을 들여 삶의 질을 낮추는 꼴이었다. 아파트마다 퇴비장을 만들어서 모아놓은 낙엽으로 직접 퇴비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매년 봄이면 아파트 화단에 퇴비를 사다가 뿌리는데 그 냄새가 참 고약하다. 그런데 퇴비를 직접 만들면 악취가 나지도 않고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되니 동네에 사는 사람들 입장에선 그보다 더 좋을 수 없겠다. 
 

또 식물들에게 영양이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건강한 환경이 만들어지면 그 좋아진 환경으로 혜택을 보는 이는 우리가 될 것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 낙엽을 이용해 천연가스를 대체할 연료를 만들거나 퇴비로 사용하기도 하고, 친환경 식기를 만들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몇 해 전부터 가로수 낙엽으로 퇴비를 만드는 일을 서울, 인천, 대구 등 전국 여러 시에서 부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낙엽 처리에 들었던 비용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낙엽은 흙이 돼야 마땅한데, 우리가 편하고 깨끗하게 살겠다는 생각으로 쉽게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 낙엽이 흙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아래에서 일어나는 시민들의 마음이 더 힘을 갖는 시대에, 환경운동이 주가 되는 시대에, 이렇게 좋은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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