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속에 스며든 전통1, 53.0×53.0cm, water color on paper

난 요즘 백일홍을 그리고 있다. 지금 나의 뜰에는 백일홍과 피라칸다가 씩씩하게 초겨울의 뜨락을 지키고 있다. 초봄에 옆집 아주머니가 씨앗을 주기에 여기저기 무심코 뿌린 씨앗이 이렇게 화려한 빛깔로 근위병 노릇을 할 줄이야!

온갖 꽃들이 난분분 난분분 흩날리던 뜨락에는 이제 낙엽이 주인이 됐다. 매일 쓸어 낸다. 하루에 두 번도 쓴다. 그냥 두고 ‘구르몽’의 시를 읽으며 커피를 마시고 싶지만 일주일에 백여 명에 육박하는 제자들이 들고나니 밟힌 낙엽이 어찌나 지저분한지 쓸고 또 쓸어 낸다. 이제 쓸쓸하게도 빈 가지만 남기 시작하네! 그러나 지난 계절의 꽃들을 마음에 품고 있기에 복잡한 삶의 사슬을 끊어 버리고 이 겨울을 향기로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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