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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상권과 개성이 있는 마을이 도시를 살린다이젠 아리프스타일 도시다(2)
연간 14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부산 감천문화마을은 이젠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나는 어떤 도시에서 살고 싶은가”에 대해 자문해 본 적이 있는가. 어떤 도시가 더 살기 좋은 도시인가 혹은 살고 싶은 도시인가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 보았는가? 그럼, 이런 질문은 어떤가? 어떤 도시가 사람과 돈을 모으는 도시인가? 

“라이프스타일 도시로의 전환은 숙명”이라고 강조한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모종린 교수는 걷고 싶은 거리와 개성 있는 마을이 많은 도시, 도시에서 창의적인 일을 하는 크리에이터들이 모여 있는 ‘라이프스타일 도시’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선택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호<본지 1000호 14면>에 생존을 위해 도시정책을 바꾼 일본 도야마시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대도시라 하더라도 발상의 전환 없이는 도시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전국 기초지자체 중 인구 2위, 세계 1·2위 메모리 반도체 대기업을 품고 있는 수도권 대도시 용인도 마찬가지다. 지방재정이 특정 기업의 세수 영향으로 출렁이지 않으려면 다수의 독립적 산업기반 즉, 새로운 기업과 산업을 창조할 수 있는 자생적 산업생태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모 교수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라이프스타일 산업 육성을 제시했다. 지역특산품과 관광산업을 비롯해 세계적인 글로벌기업까지 도시 고유의 문화와 장점을 활용한 도시 말이다.

한국갤럽이 2014년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에서 가장 살고 싶은 도시에 선정된 서울, 부산, 대전, 대구, 광주 등 대도시를 제외한 제주, 춘천, 전주, 강릉 경주 등의 도시가 여기에 해당한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관광 자원화하거나, 역사와 문화자원에 이야기를 더해 가치를 높이거나, 지역밀착적인 골목상권이 살아 있는 서로 다른 매력이 있는 지역이다. 젊은 세대들도 특정 장소에서 쇼핑하고 창업하는 현상이 이를 증명해 준다. 사람과 돈이 모이자 심지어 국내 대기업과 글로벌 대기업도 지역상권으로 진입하고 있을 정도다.

경기가 좋지 않다고 아우성치고 있지만 유독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곳이 있다. 골목상권이다. 한옥펜션, 한복대여점, 감성잡화점 등 아날로그 매력이 넘치는 경주 ‘황리단길’, 전주객사 길을 따라 젊은이들의 아지트가 된 카페와 식당들이 늘어선 전주 ‘객리단길’ 등이 그곳이다. 서울도 예외는 아니다. 100여 채의 한옥마을에 카페, 식당 등이 들어선 아기자기한 골목길로 소의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은 익선동, 옛 이발소와 지물포, 간판 없는 식당 등 중·장년층뿐 아니라 젊은이들이 레트로 감성 여행지로 떠오른 망원동 등의 골목은 사람들로 넘쳐난다.
 

독창적인 문화예술마을로 떠오르고 있는 부산영도구 흰여울문화마을. '변호인', '범죄와의 전쟁' 등 영화 촬영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소위 맛집이 주도하는 골목상권이 지역경제의 한 축으로 떠오른 곳이 있다면, 문화자원을 지역경제 발전의 전략으로 활용하는 도시도 적지 않다. 역사와 문화 정체성으로 다른 도시와 차별화를 해온 도시들이다. 활력을 잃은 원도심에 ‘도시재개발’이 아닌 ‘도시재생’의 관점에서 도시정책을 편 지역이기도 하다.

부산 ‘감천문화마을’ 브랜드가 되다

산등성이를 따라 촘촘하게 지어진 키 작은 집들과 미로 같은 골목, 탁 트인 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한국 현대사의 아픈 일면을 담고 있는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이다. 한국전쟁 때 낙동강 이남으로 몰려든 피란민들이 팍팍한 산 중턱에 삶의 뿌리를 내리면서 생긴 곳이다.

감천문화마을은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의 힘겨운 삶의 터전으로 시작돼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 현대사의 흔적과 기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옥녀봉에서 천마산에 이르기까지 산자락을 따라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독특한 계단식 주거형태는 감천동만의 독특한 장소성을 보여주고 있다.

뒷집을 가리지 않게 주택의 미덕이 살아 있는 계단식 구조, 미로 같은 골목이 있는 감천문화마을은 도시인들에게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고 기억할 수 있게 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알록달록한 지붕과 독특한 주거형태 때문에 부산 영도구 흰여울문화마을과 함께 ‘한국의 산토리니’, ‘한국의 마추픽추’로 불릴 정도다. 모든 길이 통하는 골목길 경관은 감천만의 독특함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서로를 배려하면서 살을 부비고 사는 민족 문화의 원형과 전통을 보존하고 있는 마을이다. 골목길 곳곳을 방문하는 미로미로 골목길 투어, 현지에 거주하는 할아버지·할머니가 들려주는 감천골목의 숨겨진 이야기, 스토리텔러가 들려주는 마을 이야기는 마을이 어떻게 관광이 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2014년 서울에 이어 살기좋은 도시 2위로 선정된 제주. 한때 제주에서 한달 살기 열풍이 불만큼 많은 매력을 지녔다.

감천문화마을은 주민들의 참여로 일궈낸 문화브랜드이자 아름다운 풍경과 근대문화유산, 도시재생의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보존과 재생이라는 큰 명제를 가지고 삶의 공간에 창조적인 예술의 옷을 입힌 생활친화적인 마을이기도 하다. 물론 감천문화마을 에코백과 파우치 등 관광상품, 민박사업을 총괄하는 민박사업단, 축제 및 문화공연 지원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문화예술사업단 등 생활과 문화, 경제가 공존하는 데에는 주민들이 그 중심에 있다.

마을과 사람 이야기가 있는 골목길

많은 지자체는 도심공동화 문제를 풀기 위해 고민해 왔다. 현재 용인의 모습은 어떤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지만 어떤 이는 용인에 대해 ‘사람은 없고 도시만 존재한다’고 말한다. 대구시를 보자. 모 교수는 “대구의 진짜 특징은 강력하고 건강한 청년 문화”라고 단언했다. 맛집 가이드 블루리본의 2014년 자료에 따르면 대구의 중심상권인 중구와 수성구는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시군구 맛집 순위 12위와 30위에 올랐을 정도다. 특히 지역 젊은이들은 개성 있는 소규모 옷가게 창업으로 패션도시 대구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패션 중심 청년 문화가 있는 동성로와 골목투어로 레트로 감성 여행을 자극하는 도시가 중구다. 한때 인구 21만명이었던 대구 중구는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인구 7만여명으로 감소하며 사실상 죽어가는 도심이었다.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도심 공동화현상이 뚜렷해졌고, 이 때문에 도심으로 몰렸던 발길이 끊겼다. 상가 경기도 침체됐다. 그래서 눈을 돌린 게 골목이다.
 

젊음의 도시로 불리는 대구. 골목에 남아 있는 역사와 문화에 이야기를 입혀 상품화했다. 김광석길 가는 길

대구 중구에는 도시와 사람 사이에 상생이 공존하는 오래된 세월이 길 따라 골목 따라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다. 대구의 변천사를 그대로 안고 있는 원도심이기도다. 대구 중구의 골목에는 독특한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배어 있다. 아무짝에도 소용없어 보이는 허름하고 너저분한 골목이 대구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기반이었다. 침체된 대구 사회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밑바탕이 골목 구석구석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중구청과 시민단체 그리고 뜻 있는 예술가들은 골목 구석구석에 남아 있는 역사와 문화를 발굴했다.

여기에 ‘이야기’를 입혀 상품으로 내놓았다. 오래된 가옥 등 유적은 그대로 보존하고 ‘역사’와 ‘문화’라는 가치를 입힌 것이다. 이야기의 힘은 인적 끊긴 골목에 사람들이 모여드는 원동력이 됐고,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주변 상가 경기도 자연스레 살아나기 시작했다. 문화와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대구 중구 ‘골목투어’가 탄생한 배경이다. 근대문화골목을 비롯한 기본 5개 코스 외에 야경투어, 김광석길, 맛투어 등 테마코스가 운영된다. 도심 문화와 골목상권이 대구 중구의 보이지 않는 힘이다.

함승태 기자  stham@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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