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내린 모진 비바람에 뜨락의 가을꽃들이 사방으로 쓰러졌고, 연꽃 떨군 자리에 단풍든 연잎들이 물속으로 침잠하고 있다.
마당 한 귀퉁이에는 개미취 산비장이 꽃무릇 구절초 앞을 다퉈 피고 지고, 백일홍과 코스모스도 당당히 한몫하는 계절이다. 꽃은 소리없이 피고 지기에 그 향기와 모습들이 늘 아쉬움으로 남는 것 같다. 가을볕 아래서 흔들리는 꽃들의 유혹을 보며 로댕의 말을 떠올린다.
“예술가는 자연과 막역한 친구 사이다. 꽃들은 줄기의 우아한 곡선과 꽃잎의 각기 다른 미묘한 색의 조화를 통해 예술가와 대화를 나눈다”
김영란용인미협 부지부장, 수수꽃다리 갤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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