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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시아 볼의 ‘성 가브리엘’
  • 정재근(음악평론가.팝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0.30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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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화면 캡처

하늘은 파랗고 아침저녁 서늘한 것이 가을 느낌이 제대로 옵니다. 길가의 푸르딩딩했던 나뭇잎들도 뜨거웠던 여름에 바람이 쉬어갈 그늘을 만들어 주느라 용을 쓰다 보니 핏줄이 올라와 벌겋고 노랗게 변했습니다. 단풍이지요. 아마 몇 차례의 태풍 여파만 없었어도 올해 단풍은 정말 멋졌을 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가을에는 어떤 종류의 곡이 듣기에 가장 잘 어울릴까요? 샹송, 칸초네, 재즈, 블루스, 트로트. 듣는 이에 따라 취향은 각양각색입니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호하는 가을 음악은 조용하면서 감성을 자극할만한 그런 곡입니다. 그러다 보니 라디오라도 틀라치면 샹송, 칸초네 아니면 가스펠 냄새가 나는 종류의 음악들이 많이 나옵니다. 

그러고 보니 계절마다 어울리는 곡들이 있었네요. 겨울 크리스마스 시즌이나 여름 바캉스 시즌. 또 새싹이 올라오는 새봄에 어울리는 곡들. 뭐 이런 계절에 어울리는 곡들은 꼭 음악에 큰 관심이 없는 분들이라도 몇 곡씩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감성이라는 단어가 제일 잘 어울리는 계절, 추억이라는 단어가 제일 잘 어울리는 계절에는 가볍지 않은 그런 곡들에 마음을 맡겨두고서 한껏 취하고 싶은 생각이 커져만 갑니다.

그래서 이 가을에 여러분들과 함께 느껴볼 만한 곡을 이곳에 얹어놓습니다. 컨추리 음악으로 시작해서 록과 블루스까지 거의 모든 대중음악 장르를 자유자재로 섭렵하는 여성 블루스 뮤지션 ‘마르시아 볼’을 소개합니다. 1949년생이니까 우리 나이로는 70세가 넘었는데, 그녀의 연주나 노래를 들어보면 도무지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열정이 뿜어져 나와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미국에서 태어나서 연주 활동을 하고 있으니 단연히 미국에서의 평이 많겠지요? 미국의 일간지 ‘USA투데이’에서 마르시아 볼에 대해 내린 한 줄 평이 지금도 가장 잘 알려진 소개말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텍사스의 록과 루이지애나의 블루스를 배합해서 선풍을 일으키는 노래와 연주를 하고 있는 매력 있는 가수이자 최고의 피아니스트.” 

마르시아 볼은 가족 대부분이 뮤지컬 관련 공연 예술을 하는 가정에서 태어나 할머니를 비롯한 어른들이 거의 매일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를 들으며 자라났습니다. 덕분에 아주 어린 나이에 자연스레 피아노 교육을 받기 시작했지요. 나서 자란 동네가 루이지애나이다 보니 그 지역만의 고유한 음악 장르였던 ‘자이데코(Zydeco)’와 약간은 느린 템포의 블루스 리듬을 연주하기에 아주 익숙해졌어요, 그래서 스무 살 나이에 청운의 꿈을 안고 컨추리곡을 연주하는 밴드를 결성했으나 이내 방향을 잘못 잡았다고 느꼈는지 블루스를 위주로 하는 솔로 활동으로 방향을 전환했어요. 

블루스 뮤지션으로 크게 이름을 알리지는 못한 채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하던 그녀가 1998년에 내놓은 앨범이 그래미 어워드에 노미네이트되고 블루스 분야에서는 상당한 권위를 가진 ‘블루스뮤직 어워드’에서 최고 여성 보컬리스트와 최고 블루스 키보드연주자로 수상하게 되면서 인생의 꽃이 피게 된 거지요. 그때 그녀의 나이 50세 됐을 때니까 참… 그 이후부터 블루스 전문 레이블인 ‘앨리게이터 레코드’와 계약을 맺게 돼 블루스 음악계에서 받을 수 있는 상을 하나하나 다 받아가며 실력을 인정받다가 급기야 2018년에 레이 찰스, 로스 로보스와 함께 ‘오스틴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까지 합니다. 

우리는 뒤늦게 빛을 보게 된 이들을 보면 고생했던 과거가 떠올라 그런지 사회문제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가끔 봅니다. 마르시아 볼이 그런 경우예요. 정치 사회 문화 거의 전방위에서 목소리를 내며 실천적인 행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령 어렵게 사는 블루스 연주자들을 위해 집을 지어주는 운동을 하는 단체를 만들어 꾸준히 활동하고 있고, 여성문제에 대한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는 열혈 음악가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목소리와 연주만 들으면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가수입니다. 언뜻 들으면 에바 캐시디의 목소리와 비슷하지만 힘이 느껴지는 보컬은 가을 분위기에 딱입니다. 에바 캐시디와 조금 더 비교하자면, 재즈에서 블루스 그리고 컨추리적 색채까지 골고루 갖추고 있는 가수들이 흔치는 않지요. 그런 점에서 매우 닮았다고 볼 수 있는 두 사람이지만, 에바 캐시디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마르시아 볼의 목소리는 아직 더 들려줄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에 기대감을 더 갖게 합니다.

자! 이제부터 마르시아 볼의 매력에 다 같이 빠져들 준비가 되셨으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아래 동영상 버튼을 살며시 터치해보세요. 그리고 살짝 눈을 감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오늘 들을 곡은 마르시아 볼의 성 가브리엘(St. Gabriel) 입니다.
마르시아 볼의 St. Gabriel 들어보기
http://youtu.be/VShaOEIoVao
 

정재근(음악평론가.팝 칼럼니스트)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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