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에 대한 천부적 감각 눈길

서양화가 고효순 작가가 그림을 시작한 때는 나이 50이 넘어서다. 엄마와 아내라는 이름으로 정신없이 걸어왔지만 문득 잠시 접어뒀던 ‘고효순’ 자신을 다시 찾고 싶었다. 당시 그렇게 취미로 시작한 그림이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이라 상상하지 못했다.

“그림을 시작한 지 5년 쯤 됐을 때였어요. 수채화 강사가 제 작품을 보고는 ‘이 분은 전업 화가가 되셔야할 분’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한 마디에 용기를 얻고 달리기 시작했어요.”
늦깎이 화가였지만 열정만은 남달랐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구상부문 입선을 시작으로 여성미술대전, 금상, 행주미술대전 특별상, 평화미술대전 특선 등 각종 대회에서 수상을 이어갔다. 그의 그림은 더 이상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한 그림이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회복을 주는 작품이었다. 

“풍경에는 고향이 있고 추억이 있고 그리운 것을 기억해 낼 수 있는 휴식이 있어요. 그런 자연 풍광을 화폭에 담아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었어요.”  
그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연의 고운 색들을 담고 싶었다. 고 작가에게 자연은 안식처이자 최고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작가 활동 초반 수채화로 자연과 꽃을 소재로 한 작품을 주로 내놨던 그는 이후 아크릴로 재료를 바꾸며 색에 대한 남다른 감각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들에 피어난 맨드라미의 붉은색에 고 작가 해석을 담아 특유의 색감을 더하며 생기를 불어넣었다. 거친 자연의 색은 그의 붓질로 고요하면서도 여유로운 느낌을 자아냈다. 한여름 강인한 생명력을 머금은 아름드리나무는 고 작가의 세밀한 터치로 나뭇잎 하나하나가 바람과 함께 춤을 췄다. 들에 피어난 찔레꽃, 나팔꽃, 달맞이꽃, 수선화는 고효순 작가를 통해 새롭게 피어났다. 작가로서 차근차근 실력을 다져왔던 그가 2014년 첫 번째 개인전에서 선보인 작품들은 자연을 향한 고효순만의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었다.       

“그간 수많은 단체전과 초대전을 했지만 개인전은 자신의 그림을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더라고요. 이후에는 아무리 힘들어도 매년 개인전을 가지려고 노력해왔어요.”
늦게 시작했기에 열정은 남달랐다. 하루 종일 그림에 매달리는 날들이 많아졌다. 해가 나면 해가 나는 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작품에 빠져야 할 이유가 됐다. 작가로서 앞만 보고 달렸던 그 시간동안 그는 자신도 알지 못했던 색에 대한 천부적 감각을 찾아낼 수 있었다. 

최근 고효순 작가는 자연 그대로가 아닌 그만의 해석이 담긴 작품을 내놓고 있다. 작가활동 초기, ‘잘 그린’ 그림을 그리기 위해 욕심과 집착을 버리지 못했던 그였지만 어느 순간 불필요한 힘을 빼는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자연은 어차피 그가 따라갈 수 없는 완벽한 작품이었다. 남들이 바쁘게 지나치느라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감동을 그림으로 전하는 게 그의 목적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들은 오히려 빛났다.   

“누구나 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지는 않아요. 나다운 그림을 그려야 보는 이들에게도 큰 위로를 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할 수 있는 날까지 그렇게 그림으로 행복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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