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이 속절없이 깊어 간다. 바람이 주고 간 사랑으로 붉은빛으로 물든 사과나무의 열매들을 모두 거둬 들이는 계절이다. 꽃집에 가서 아름답고 향기로운 란타나 세 그루를 샀다. 아기별꽃들이 모여 한 개의 꽃덩어리를 이룬 듯 아름답지만 달콤한 듯 톡 쏘는 그 향기는 은근한 독을 품고 있다고 들었다. 키가 제법 큰 것들로 샀다. 사실 외래종은 거의 사거나 심지 않지만 몇년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남부를 트레킹할 때 지치고 힘들어 주저앉고 싶을 때 어디선가 향기로운 바람이 불어와 뒤돌아보면 족히 3m는 되는 각양각색의 란타나꽃들이 방실방실 웃으며 피로를 씻어주었던 기억 때문에 맘에 드는 세 그루를 사서 가을 뜨락에 이리 가져다 놓은 것이다. 꽃도 아름답고 향기는 치명적 달콤함을 지니고 있다. 이 향기를 모두와 나누면서 계절을 채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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