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대도시 용인…다문화 ‘갈등’ 넘어 ‘성장’ 에너지로(5)

용인시가 매년 열고 있는 세계인의날 용이글로벌페스티벌 모습. '용인에서 세계를 만나다'란 주제로 열리는 이 행사에서는 각 나라별 전통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정착(鄭着); 일정한 곳에 자리 잡아 삶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정착이란 단어의 의미다. 하지만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정착 제1 뜻은 ‘다른 물건에 단단히 붙거나’, ‘사람들에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게 되다’이다. 흔히 다문화를 언급할 때 정착이란 말을 부속어처럼 사용하곤 한다. 용인시가 2007년 제정한 ‘용인시 외국인 주민 및 다문화가족 지원 조례’ 목적에도 정착이란 단어가 있다. 

용인시는 관할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과 다문화가족의 안정적인 가정생활 영위 및 자립생활에 필요한 행정적 지원방안을 마련함으로써 이들이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조례 제정 목적이다. 

용인시에 ‘있는 것’과 ‘없는 것’…그리고 ‘사라지는 것’
용인시는 전국적으로 인구 유입이 지어지는 몇 되지 않는 자치단체다. 그렇다 보니 도시는 지속적으로 팽창해 최근에는 인구가 광역시급인 110만명에 근접했다. 급격한 인구감소로 도시소멸까지 걱정해야 할 시국에 용인시는 전국 최다 인구가 사는 자치단체를 넘보고 있다. 

하지만 속내만 보면 그리 여유롭지만 않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두 개의 통계 자료를 보면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아진다. 우선 용인시 인구변동이다. 특히 성장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청‧장년층 인구와 도시 생존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영유아 인구다. 

용인시 청‧장년층으로 볼 수 있는 30~40대 전체 인구는 10년 동안 증가했다. 2009년 8월 이 연령대 전체 인구는 31만8200여명으로 전체 인구 82만8000명 대비 38.4%에 이른다. 이후 10년 뒤인 올해 8월에는 이 연령대 인구는 34만9800여명으로 10% 가량 늘었다. 하지만 전체 인구 대비해서는 33.1%로 크게 줄었다. 10대 인구 변동은 더 심각하다. 같은 기간 0~19세 인구 변동을 보면 2009년 8월 이 연령대 인구는 총 23만여명이었다. 하지만 10년간 이 연령대 인구는 불과 2100명 가량 늘었다. 10대 미만 어린이 수는 오히려 7400여명 줄었다. 이렇다 보니 전체 인구 대비 차지하는 비율도 2009년 27.8%에서 22%로 줄었다. 이 두 연령비율이 줄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용인시 미래 성장동력이 심각하게 위축되고 있다고 해석해도 무방하다.

여기에 한 가지 통계수치를 더하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줄어든 인구비 대부분은 50~60대로 흡수됐다는 것이다. 실제 10년전 이 연령대 인구는 총 14만1200여명이던 것이 올해 8월 기준으로 25만1600여명으로 80% 이상 증가했다. 전체 인구 대비 비율도 2009년 17%이던 것이 올해는 23.9%로 급상승했다. 10대 미만 인구 비율을 넘어선 것이다. 

용인시가 고령사회에 접어 든 것은 이미 오래된 상황이다.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생산 인구는 줄고 복지 지원 대상은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용인시가 구축한 인구 100만 도시틀을 유지하고, 미래 먹거리 산업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용인시도 외국시민 증가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 대처 인력을 수용할 만큼 용인 사회가 성숙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착 범위 폭 넓게 이해한 조례 필요
용인시는 2007년 제정한 관련 조례에 맞춰 외국주민을 위해서는 △불합리한 차별 방지 및 인권보호를 위한 교육‧홍보 △기본 소양과 지식에 관한 교육‧정보제공 및 상담 등을 챙기기 위한 사업에 지원을 한다고 정하고 있다. 

다문화 가족을 위해서는 △결혼이민자 등 안정적 장착 지원 △결혼 이민자 등의 사회‧경제적 자립 지원 △다문화 가족 내 건강한 가족관계 형성 지원 △결혼이민자 등의 인권 보호 다문화 가족 자녀의 양육 및 교육 등을 지원한다. 

더해 최근에는 가족 상담, 부부상담 부모상담 가족생활 교육 등 평등한 가족관계 유지를 위한 사업도 염두하고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다문화 가정이 유입되기 시작한지 20년이 훌쩍 넘은데다 용인시가 관련 조례를 최초로 제정한지도 10년이 지나 조례 개념부터 재정립이 필요해 보인다. 

우선 다문화 가정의 정착 의미를 한단계 넘어서야 한다. 단지 일정한 곳에 지리 잡아 살 수 있도록 하는 차원을 넘어야 한다는 의미다. 말 그대로 공간적 정착을 넘어 공동체 구성원으로 정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병행돼야 하는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여기에 다세대 간 소통이 이뤄질 수 있는 방안도 포함돼야 한다. 

용인시보다 조금 더 남쪽에 자리한 경기도 안성시. 2018년 기준으로 전체 인구는 용인시의 20%에 못 미친다. 하지만 거주 외국인 인구는 용인시 1만8000명의 60%에 이르는 1만1000명 수준이다. 이는 안성시 전체 인구 100명 중 6명은 외국인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다문화 정책이 절실하고 그만큼 절실할 수밖에 없다. 

안성시 다문화가정지원센터 임선희 센터장은 “2000년대 초반에는 말 그대로 한국이란 이국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지원이 우선 조건이었다”라며 “하지만 이제 국내 다문화 유입 역사도 오래됐다. 때문에 이제는 정착이란 개념을 달리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착을 위한 지원 개념을 폭 넓게 이해해 조례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하다. 
용인시의회 정한도 의원은 “다문화 가정 정착은 그냥 삶의 공간을 확보한다는 차원을 넘어 공동체가 (구성원으로)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다문화 구성원만을 위한 지원을 넘어 범시민 차원의 다양한 (다문화 이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내용도 조례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용인시 예산의 한계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자체적인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2019년 기준으로 용인시가 다문화 가정 관련해 책정한 예산은 총 9억원이다. 여기에는 다문화 가정을 지원하기 위해 설치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운영비까지 표함 돼 있어 실제 프로그램 예산만 오롯이 분류하면 그리 규모가 크지 않다. 특히 대부분의 사업이 국가나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 이뤄진다. 용인시가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예산은 4000만원 정도다. 이는 용인시 여성친화도시 관련 본예산 9900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여성친화도시 관련 예산 역시 100% 용인시 예산임을 감안하면 용인시의 다문화 관련 예산 규모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국‧도비와 시비가 중복으로 지출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하지만 사업 다양화로 이 같은 문제점은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다. 자치단체의 의지 문제일 뿐이다. 

다문화의 무궁무진한 ‘장점’ 살리자 
흔히 다문화란 타국간의 문화를 말한다. 용인시가 마련한 ‘용인시 외국인주민 및 다문화가족 지원 조례’에서도 다문화 가족은 결혼이민자와 국적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자로 이뤄진 가족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다문화 의미 폭을 더 넓히면 용인에 거주하는 국내 다른 지역 출신 역시 정착단계가 필요한 다문화로 볼 수 있다. 용인시의 급속한 인구 증가는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문화가 유입됐다는 특징을 가진다. 용인 원주민 비율은 10%을 조금 넘는 수준이라는 통계자료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정주의식이 부족해 용인시 정체성을 느끼기에 한계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종 개발을 두고 원주민과 이주민간에 갈등도 빈번하게 생기고 있다. 그럼에도 용인시란 그릇에 담긴 다양한 문화는 용인 발전에 역동성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인식이다. 여기에 최근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외국 출신 시민과의 흡착력 강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대 조건이 됐다. 초기 한국 사회 전반에 엄연히 존재한 외국 이주민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용인시를 전국 최대 자치단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문화의 장점을 성장 에너지로 활용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다문화 장점을 활용해야 하는 이유는 백군기 시장의 취임사에서도 찾을 수 있다. 백 시장은 취임사를 통해 용인시를 △시민과 기업이 함께하는 경제자족도시 조성 △‘배움’과 ‘육아’가 즐거운 도시 △모두에게 따뜻한 ‘배려’의 ‘복지도시’ △여유롭고 활기찬 ‘문화‧예술‧관광’도시 △공감과 소통의 신뢰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비단 백 시장만의 전매특허가 아니다. 전임 시장 대부분도 표현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기본 방향은 대동소이 했다. 이 기조가 공식처럼 언급되는 이유는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우선 경제자족도시를 만들기 위한 조건에 해당하는 노동력 확보는 기본적으로 인구 유입이 있어야 한다. 물론 진행에 다소 변수가 있고 일자리에서 허수가 있지만 전임 시장 당시 유치한 산업단지가 본격화 되고, 용인시 관내 소공인과 일부 농촌권에서 외국인 노동력은 대처 수준을 넘어 핵심 인력으로 자리하고 있는 추세다. 이를 위해 용인시는 단지 외국 노동력을 수단으로만 악용할 것이 아니라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용인시가 이들 노동력을 인정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법적인 범위에 머물지 말고 더 적극적인 자세로 행정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여유롭고 활기찬 ‘문화‧예술‧관광’도시로 만들기 위해 지원하는 행정력과 소득도 사실상 대기업으로 빨려들고 있다. 때문에 대다수 시민들은 문화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에 머문다. 
세계적으로 다문화 정책이 활성화된 나라의 특징은 관광대국이라는 점이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인 이민이 많은 캐나다는 물론이고 호주·뉴질랜드 역시 관광이 국가적 주력 사업 중 하나다. 물론 혜택에 가까운 자연환경도 큰 장점이지만 사회 자체가 타문화 배척보다 인정하고 활용한다는 특징도 있다. 
 

지난 8월 호주 퀸스랜드주 브리즈번 시청 앞에서 열린 한인 행사장. 이날 축제장에는 한국이민자 뿐만 아니라 호주민들까지 한국 문화를 즐기며 다문화의 융함된 모습을 보였다.

호주 퀸스랜드 브리즈번에는 이민뿐 아니라 입양된 한국인이 상당수 차지한다. 이들은 현지에서 흡수돼 사회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유학 등 한국 관광객을 유입하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호주 퀸스랜드 골드코스트 한인회 전주한 회장은 “호주에 정착한 한국 동포들께서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어 한국 유학생과 관광객이 호주를 찾는데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다문화 가족의 가장 큰 장점으로 볼 수 있는 2개 언어 활용도를 최대화할 경우 관광 용인에 충분히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도 ‘배움’과 ‘육아’가 즐거운 도시 △‘배려’의 ‘복지도시’의 근간에는 평등이 존재한다. 
용인시는 지속적인 인구 증가로 도시가 팽창해지고 있다. 증가한 인구 속에는 다문화로 분류되는 가정도 있으며, 이들이 지금까지 차별 받아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용인시는 차별과 갈등을 넘어 이들이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펼쳐 용인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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