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1만세운동 유공자 발굴 작업 뒷이야기

3·21관련 강신복‧한승원 지사 등 2명은 미확인 
용인시·보훈 동부지청 “전수조사 통해 추가발굴”

수형인 명표 확인 모습

8월 21일, 그날은 늦더위가 여전했다. 기자는 국가보훈처 경기동부지청 양진건 보훈팀장, 용인시 복지정책과에서 보훈복지를 담당하는 박은숙 팀장과 원삼면을 찾았다. 잠깐 담소를 나눈 후 정무필 면장과 박미선 민원팀장의 안내를 받아 문서고 문을 열었다. 

100년이 지난 기록이 여전히 존재할까. 찾고자 하는 용인 3·21만세운동 지사들의 자료가 다 있을까. 퀴퀴한 냄새가 은근히 호기심을 자극하는 가운데 문서고를 가득 채운 보관자료를 훑어봤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 눈에 들어오는 익숙한 서류묶음이 보였다. ‘수형인’ ‘수형자색인부 원삼면’ ‘수형인 명부 목록’ ‘1918 수형인명표(受刑人名票) 원삼면’ 등 일제강점기 당시 범죄 관련서류가 모아져 있었다. 그 중 가장 두툼한  ‘1918 수형인 명표’를 집어 들었다. 

낡은 종이를 한 장 한 장 조심스레 넘기는 동안 백 년간 잠들었던 역사를 깨우고 소환하는 작업이란 생각에 가슴은 마냥 두근거렸다. 마침내 우리에겐 애국지사를 뜻하는 ‘보안법 위반’ 수형자 명단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 확인됐거나 포상이 이뤄진 분들은 제외하고 독립운동사 자료에 기록된 ‘태형 90대’의 고초를 당한 지사 이름을 한 분 한 분 확인해 나갔다. 이들은 검거된 후 재판에 넘겨져 대개 살이 찢겨나가고 상처가 터져 구더기가 생겨날 정도로 매를 맞은 분들이다.   

죄명 : 보안법 위반, 본명 : 이웅한, 형명형량 : 태 90, 범수(犯數) : 1범… 이웅한(원삼면 좌항리) 지사의 기록엔 이 밖에도 ‘용인헌병분대’에서 즉결처분했다는 내용과 생년월일, 주소, 출생지, 신분과 직업, 판결언도일 등이 자세히 기록돼 있었다. 100년 동안 열어보지 않았던 원본 속 내용은 당연히 독립유공자 포상을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공적 자료가 된다. 
 

수형인 명표 찾는 모습

미리 독립운동 공식 자료를 통해 파악한 명단은 태형 해당 지사 총 22명. 1차로 살펴본 바, 15명 정도를 찾는데 그쳤다. 경기동부보훈지청 양 팀장과 같이 온 정신을 집중해 다시 살피기 시작했다. 휘갈겨 쓴 한자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다행스럽게도 서너 분을 추가로 발굴해 최종적으로 20명을 찾아냈다. 
 

수형인 명표

강신복 지사와 한승원 지사. 기록엔 남아있지만 원본 확인과정에선 누락된 분들이다. 이번 3·21만세운동 애국지사를 발굴하는 일에는 여러 사람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김정원 복지여성국장, 정해동 처인구청장, 김태근 용인독립운동기념사업회 운영위원장 등이다. 16일, 백군기 용인시장을 비롯한 관계기관 수장들이 모여 발굴된 20명의 미서훈자 포상 신청 행사를 가졌다. 다행스럽고 감사한 일이다. 그 자리에 함께 했던 기자도 남다른 감회를 느꼈지만 머릿속 한편으론 강신복 지사와 한승원 지사의 이름이 맴돌았다. 그래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이웅한 지사 기록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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