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을 용인에 살면서 수원 화성을 관심 있게 둘러볼 일이 없었다. 세계문화유산을 가까이 두고도 그 위대함과 소중함을 등한시한 것이 부끄럽다. 그런데 올해는 좋은 기회가 있어 수원 화성을 두 번이나 다녀왔다. 처음엔 별이 빛나는 밤, 옛이야기를 함께 들려주실 안내자분과 함께 여유롭게 화성을 거닐었고, 두 번째는 가까운 친구 가족들과 함께였다. 화성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더 눈에 들어왔던 것은 나무들이다. 

수원의 가로수 중에는 특이한 은행나무길이 있다. 가지가 뾰족뾰족하게 하늘을 향한 빗자루 모양이 아닌, 가지를 동그랗게 전정한 큰 은행나무들이 길을 따라 늘어서 있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매번 볼수록 신경을 많이 썼다는 생각이 들어 색다른 멋을 느낄 수 있어 재미있다. 또 다른 나무는 예전부터 수원을 대표했던 버드나무이다. 수원 남제 버드나무길의 버드나무도 꽤 오랜 시간 그곳에 있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렇게 큰 버드나무가 모여 있는 것은 필자에게도 참 새로운 풍경이었다. 한쪽의 버드나무들은 똑바로 서 있는데, 반대쪽 버드나무들은 기울어져 있다. 임금님 행차에 고개를 숙였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함께 전해지는 버드나무길이다. 

예전부터 물이 많았던 수원은 버드나무가 많은 지역이었다. 하천을 따라 물을 좋아하는 버드나무가 많이 자라는 것은 당연하다. 버드나무와 수풀이 많아 수변 생태계가 건강하면 비가 많이 왔을 때 완충지 역할을 하고, 동물들의 서식지가 되어 더 풍부한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다. 갯버들, 선버들, 키버들, 버드나무가 많고 주변에 수풀이 우거진 수원의 생태하천은 도심 한가운데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멋진 장소이다. 용인 시내를 관통하는 경안천도 생태하천의 좋은 예이다. 하천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유지하려는 노력에 많은 사람들이 도심속 하천을 즐길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 

원래 버드나무가 많았던 수원에 성을 지으면서 더 많은 버드나무를 주변 도시에서 가져다 심었다. 공사 후 드러나고 약해진 지반을 버드나무를 심어 견고하게 만드는 것은 어쩌면 이 도시에서는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수원에는 상징적인 나무로 능수버들도 많이 심었다. 방화수류정(동북각루) 밖 용연(龍淵)과 버드나무길에 있는 버드나무는 모두 능수버들이다. 그 운치가 너무도 좋아 버드나무 아래에서는 누가 무엇을 해도 모두 예술인이 될 것 같다. 

버드나무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면 버들피리 하나 정도는 불어야 하지 않을까? 버드나무 가지를 잘라 비틀면 속의 단단한 부분과 껍질 부분을 분리할 수 있다. 물이 많은 버드나무의 특징을 여기에서도 알 수 있다. 길이는 아이 손가락 정도로 하고 끝부분을 좀 더 얇게 만들어 주면 버드피리 완성! 버들피리는 얇은 껍질의 떨림을 이용해서 소리를 내는 것이다. 원리만 파악한다면 다양한 잎을 가지고 높은 음과 낮은 음을 모두 낼 수 있다. 버들피리를 부는데 대금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면 너무 과장일까? 필자는 흔한 강아지풀로 가끔 피리를 부는데, 풀피리만 잘 불어도 사람들 사이에서 분위기를 좋게 만들 수 있다. 

아직 복원 중인 수원 화성에 수원시는 앞으로도 더 많은 버드나무를 심을 계획이다. 하얀 솜털같은 버드나무 열매가 생기는 암나무보다 수나무를 심어 시민들도 불편함 없이 버드나무를 즐길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수원 화성의 아름다움이 옛날의 것에 머물지 않고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쉼과 행복을 주는 그런 세계문화유산으로 유지되길 바란다. 그리고 그곳에 버드나무가 있음을 기억한다면 더 의미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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