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로 다양한 감정 표현 
다양한 브랜드 작품 완성

“밟히고 잘리어도 끝끝내 꽃 피울 테다. 부푼 꿈 영글면 가뿐히 세상의 강을 건너 저 들판을 노랗게 물들일 테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순박한 자태를 뽐내는 민들레 두 송이가 클로즈업된 사진에 만년필 글씨가 새겨졌다. 어떤 시련도 견뎌내겠다는 민들레의 독백은 작지만 강한 필체로 하늘에 박혔다. 일상에서는 그저 스쳐지나갔을 꽃 이야기를 캘리그래피를 통해 전한 이는 작가 김진봉이다. 김진봉 작가는 ‘플라워레터’로 더 친숙하다. 직접 사진을 찍은 꽃과 어울리는 글귀, 김 작가의 필체가 조화를 이룬 작품으로 1만5000명이 넘는 독자를 보유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콘셉트에 맞는 사진을 찍고 제목과 글귀를 지어 그와 어울리는 글씨로 표현한 작품이었어요. 한 작품에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 걸렸죠. 힘들었지만 많은 분들이 위로와 희망을 느꼈다는 답장을 보내주셨던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이에요.”  

식물과 꽃을 좋아했던 이력을 살려 한택식물원에서 10여년 간 근무했던 김진봉 작가는 식물원에서 담근 산사주 포장 디자인에 글씨를 새겨 넣으며 우연히 캘리그래피 인생을 시작했다. 

“2007년 쯤이니 캘리그래피가 대중화되지 않았을 때예요. 식물원에서 산사주 브랜드를 디자인해달라는 업무를 맡았는데 기존 글씨체를 아무리 찾아도 어울리지 않았어요. 그러다 제가 직접 글씨를 썼어요.”

그의 작품은 대중에게 익숙할 만큼 다양한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화성시 농산물가공품 브랜드 ‘화들作’, 의정부시 ‘우리동네학습공간’은 물론 용인 처인구 원삼면 ‘내동마을’, 용인농업기술센터 ‘용인의 소반’ 패키지 브랜드 글씨 역시 김진봉 작가의 작품이다.  

김진봉의 글씨는 때로 웃고 때로 서럽게 운다. 예쁘다가도 귀엽고, 강렬하다가도 소소하다. 그의 글씨가 이렇듯 다양한 표정과 감정을 담을 수 있는 이유는 뭘까. 

김진봉 작가는 그 원천으로 자신의 고향을 꼽았다. 산 좋고 물 좋고 공기 좋았던 마을이 전라북도 진안군 용담댐 건설로 한 순간에 수몰되면서 김 작가는 고향을 잃었다. 가장 좋았던 시절 기억은 단절됐고 친구들과 이웃과는 흩어져야 했다. 그때의 상실감과 슬픔은 시로 승화됐다. 그가 대학시절 냈던 시집 3권은 예술적 감성을 글로 표현하는 첫 번째 관문이 됐다. 

“살구꽃 진달래꽃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곳이 제 고향이었어요. 고향을 잃은 슬픔이 시로 표출됐고 식물과 꽃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죠.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캘리그래피와 만나며 지금의 저를 이끈 것 같아요. 지금까지도 제 삶의 동력이자 작품의 모티브입니다.”

사람의 손으로 직접 쓴 글과 글씨는 ‘그 사람의 전부’가 담긴다. 그리고 그 ‘전부’는 보는 이에게 큰 울림을 안긴다. 그가 대중에게 캘리그래피를 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 작가는 대중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방법으로 자신의 작업실에서 음악과 이야기가 함께하는 개인전을 계획 중이다. 

10월 3일부터 6일까지 작업실 ‘풀낭채’에서 이어지는 전시는 감성 충만한 시와 글귀를 캘리그래피로 담은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선보이고 있는 계절 시리즈나 나무 등 사물 형상을 글씨로 구성하는 작품 등 최신작이 공개된다. (전시 문의 풀낭채 010-5092-2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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