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 불투명·임직원 비리 불거져
시 “명예 실추” 위·수탁 해지 요건
어비리 주민 불이익 최소화 관건

용인시가 20일 시립장묘시설인 용인평온의숲 장례식장 운영업체 J사와 협약을 해지하라고 용인도시공사에 지시했다. J사 임원들이 횡령배임으로 실형이 확정돼 시의 명예를 실추시킨데 따른 조치다. 하지만 J사가 협약해지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소송이 불가피해 향후 운영권을 둘러싼 마찰이 예상된다. 

J사는 2009년 이동읍 어비2리 주민 31명이 설립한 법인으로 2013년부터 용인평온의숲 시설 중 장례식장·식당 등을 운영하고 있다. 처인구 이동읍 어비리에 조성된 평온의숲은 용인시가 도시공사에 운영을 위탁하고 2013년 1월 도시공사가 장례식장, 식당, 봉안함 판매 등을 J사에 재위탁해 본격 개장, 운영해왔다. 혐오시설인 장묘시설 유치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어비2리 마을협의체 주민이 주축이 된 J사에 운영권을 일임한 것이다. 

하지만 시설 운영 과정에서 일부 임직원이 수년간 수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문제가 붉어졌다. 2017년 11월 17일 J사 간부 2명이 운영비 4억3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3월 25일 2심에서 간부 A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간부 B씨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3년과 함께 200시간의 사회봉사를 각각 선고받았다.
이에 따라 시는 법률 자문을 거쳐 도시공사에 J사와의 협약 해지를 지시했다. 도시공사가 J사와 체결한 위·수탁 협약서에는 ‘운영상 잘못으로 용인시 및 도시공사 명예가 실추 또는 훼손할 경우’ 협약 기간 만료 전 해지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협약서에 따라 도시공사는 사전 의견진술 기간을 거쳐 10월 18일 협약해지를 통보한다는 계획이다. 

◇불투명한 운영 불구 시·도시공사 관리감독 한계= J사는 평온의숲 시설 일부를 운영했던 2013년부터 적자보전을 시에 요청할 수 있음에도 주민기금 1억원을 전용해 사용하면서 주민협의체가 반환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 시에 2016년 39억원 매출에 순이익이 2100만원, 2017년 43억원 매출에 4200만원, 2018년 45억원 매출에 9000만원의 순이익만 남았다며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 운영상 불투명도 지적돼 왔다.  

그러나 이런 갈등 속에서도 시와 도시공사의 관리감독은 제한적이었다. J사 측에서 민간사업체라는 이유로 서류제출이나 정기 회계 감사를 거부해왔기 때문이다. 도시공사 관계자는 “수차례에 걸쳐 식당 운영이나 꽃 가격 문제 등 민원 관련 개선과 회계 투명성 강화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는 등 노력을 벌였지만 소용없었다”고 말했다. 운영권을 맡긴 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에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시 역시 J사 임직원 비리 의혹이 불거진 이후 시의회에서 협약해지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2019년 협약서 개정 없이 그대로 재위수탁 협약을 진행하게 하는 등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지적이다. 문제가 불거졌던 만큼 외부 경영진을 두도록 해 자체 감사를 강화하는 등의 방안을 담은 내용으로 재위수탁이 진행됐어야 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소송 시 장기화 우려…남아있는 과제= J사가 시와 도시공사가 요구한 협약해지를 받아들일 경우 2020년 2월부터는 용인도시공사가 운영을 맡게 된다. 그러나 시와 도시공사는 J사가 위수탁협약해지 무효 소송을 제기할 경우 상당기간 기존대로 운영을 이어가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원시 장사시설인 연화장 역시 비슷한 수순을 밟았던 사례가 있다. 수원시립장묘시설인 연화장은 2012년 인근 주민들로 구성된 업체가 장례식장 운영을 맡아오다 업체 간부 비리로 협약해지 소송이 벌어졌고 수원시가 운영권을 가져오기까지 2년여 간 법정 다툼을 벌였다.
따라서 J사가 시와 도시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위·수탁 협약이 끝나는 시점인 2022년 1월까지 J사가 장례식장을 운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J사와의 협약해지 수순을 밟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도 시선도 있다. 혐오시설 유치를 결정한 지역 주민들에게 공정하게 이익을 배분할 수 있도록 시가 역할을 제대로 했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는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다. 결국 협약해지는 대책 마련에 소홀했던 시가 현재 불거진 문제의 모든 책임을 주민에게 전가하는 꼴로 비춰질 수 있어 시의 고민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님비 사업 문제 상징적 사례로 남을 듯= J사가 용인평온의숲 운영을 맡았던 데는 혐오시설인 시립장묘시설을 유치한 것에 대한 보상의 의미가 컸다. 그러나 시 예산이 1200억원 가까이 투입된 시립시설을 전문 경영인이 아닌 일반 주민으로 구성된 민간업체가 맡았음에도 이에 대한 대책이 부족했다는 점은 용인시로선 뼈아픈 지적이다. 따라서 앞으로 진행될 예정인 시립동물장묘시설 등 혐오시설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같은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관련한 방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J사 관계자는 26일 “아직 계약해지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아직 입장이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소송 가능성에 대해서도 입을 굳게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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