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립장애인오케스트라 비상임단원을 뽑는다는 오디션곡을 보곤 눈을 의심했다. 장애인이 아닌 일반 시립 단원을 뽑는다는 건가 싶어 몇 번을 확인해 봤다. 분명 장애인증도 첨부하란 내용이 있는걸 보니 시립장애인오케스트라 단원모집공고임이 맞는 것 같았다.

오디션 지정곡, 초견곡 내용을 아무리 봐도 장애인오케스트라가 아닌 일반 오케스트라 단원용 곡 같았다. 그것도 악기를 전공하고 시립을 목표로 하는 분들이 연습해야만 하는 곡 같은데 이 곡을 한달 만에 장애인들이 연습해서 오디션을 볼 수 있을까? 

몇 년 전 뇌병변 장애인이 짧은 한 곡을 부르려고 얼굴에 땀 범벅이 된 채 힘겹게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 그 모습이 어느 프로 성악가보다 내겐 더 큰 감동과 삶을 되돌아보게 해준 동기가 됐다. 그 감동으로 지금까지 왔고 그 모습의 의미를 잊지 않으려고 다짐하고 있다. 앞으론 로봇오케스트라도 생기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농담으로 말한다. 로봇이 연주한다면 인간이 연주하는 것보다 더 정확한 연주를 하겠지만, 과연 악보상 정확하게 연주한다는 것으로만 각박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눈가를 촉촉하게 해줄 수 있을까? 

훌륭한 연주자는 너무도 많다. 그들의 노력으로 얻어진 아름다운 화음으로 듣는 우리 귀를 호강하게 해줄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장애인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졌으면 한다. 장애인 중에 실력 있는 연주가들이 많은데 이들에게 시립단원의 기회가 주었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립장애인오케스트라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적어도 남들이 해보지 않은 장애인 시립에 대한 도전이라면 현실을 좀 더 봤으면 한다. 더 중요한 건 연주를 연주로서만 볼 게 아닌 그 이상의 것으로 볼 수 있는 시야가 있어 주었으면 했다. 하지만 오디션 공지를 보면서 탁상공론으로만 느껴졌다. 시립이란 엘리트집단이고 또 시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것도 맞는 말이다. 용인에도 장애인 중 건강하고 모범적인 모습으로 연주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분 중에서도 한 달 동안 연습해서 시립장애인오케스트라 오디션곡을 연주할 분이 몇이나 될까 싶다. 처음부터 용인지역보다 타지역 장애인을 목표로 삼은 건 아닌가? 시립 오디션 공지에는 장애인과 용인지역은 빠져 있었다,

시장 공약이니 이를 지키려고 장애인들에게 소화하기 어려운 곡을 던져주고선, 시립인데 적어도 이 정도는 해야 한다란 선만 그은 건가? 장애인들이 악기를 처음 접할 때 10명이 악기를 시작해서 1년 지나면 그중 한 명만 남아도 성공이다. 이렇게 시작해서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이 오케스트라에서 한 곡을 연주하려면 오랜 시간 연습하며 그들 뒤에서 선생님들과 어머님들의 대단한 희생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비장애인들이 10시간 노력했다면 장애인들은 그들보다 백배 수천배 이상의 공이 들어가야만 한 곡이 가능하다. 우리가 이들의 연주에 박수와 감동을 받는 게 훌륭한 연주실력 때문만은 아닐 거다. 이만큼 하기까지 과정을 더 크게 보고 감동을 받는 게 아닐까?

단원모집 공고를 본 어느 장애인을 둔 어머니는 “화가 난다”고 말하셨다. 장애인단체의 오디션도 장애인들이 할 수 있을 만한 곡을 주는데, 이게 무슨 장애인을 뽑는다는 것이냐며 화를 냈다. 물론 시립이란 글자 값을 한다고 했을 수 있겠지만, 장애인을 좀 더 이해하고 생각해보고 시립오케스트라를 준비했으면 한다. 잘못하다간 최초로 시도한다는 목적에만 급급해 보일 수 있고, 장애인 없는 시립은 장애인이나 비장애인 모두에게 더 큰 원성만 받을 것이다. 내려놓을 건 내려놓고 시립장애인오케스트라의 의미가 뭘지 고민해보고 접근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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