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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심어 키운 ‘족제비싸리’
  • 홍은정(생태활동가)
  • 승인 2019.09.2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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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제비싸리

얼마 전 고향에 다녀올 때 고속도로 주변에서 꽃을 보았는데, 요즘 열매가 한창 익어가고 있는 족제비싸리가 눈에 띄었다. 큰길가에 자라는 식물들은 대부분 심어서 키운 것이다. 길을 만드는 일이 큰 공사이니 땅이 드러나는 것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땅길 뿐 아니라 물길 주변에도 식물을 심고 가꾼다. 1930년대 사방공사와 황폐한 땅을 복구하는 데 많은 식물을 심었다. 잣나무, 일본잎갈나무, 리기다소나무, 은사시나무, 물오리, 사방오리, 아까시나무, 족제비싸리, 참싸리, 등나무 등 환경에 상관없이 잘 자라는 나무들과 여러 초본류 등이 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밀원식물이나, 먹을 수 있는 잣과 도토리를 생산하는 나무라면 더 좋았다.

전쟁이 지나고 숲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때인 1960년에 ‘사방의날’이 있었다. 며칠에 걸쳐 전국에 싸리와 팥 씨를 뿌렸다. 모두 콩과 식물로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는 식물들이다. 지금도 대표적인 사방식재 식물로 참싸리, 아까시나무, 족제비싸리와 같은 콩과식물을 많이 심고, 빠른 시일 내에 뿌리를 정착하는 초본을 많이 사용한다. 넓은 경사면에 여러 종류의 풀씨를 뿌려 한꺼번에 다양한 꽃들이 피어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필자에겐 야생화군락을 본 것처럼 정말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고속도로 주변이나 하천 주변을 따라 족제비싸리를 흔히 볼 수 있다. 아까시나무처럼 생겼는데, 작은 잎이 더 작고, 단단해 보이며, 청록색을 띤다. 키가 1~2m 정도라면 족제비싸리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꽃이 피면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는데, 꽃 색은 아까시의 우아한 미색과 대조되는 자주색이며, 주황색 꽃가루도 유난하다. 꽃 모양은 위를 향하고 길쭉하게 뻗어 올라간다. 이름에서 말해주듯 싸리와도 비슷하다. 같은 콩과식물이니 당연하다. 그런데 이름에 족제비라는 단어가 붙은 것이 재미있다. 

전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족제비는 특히 그 털이 여름에 암갈색을 띤다. 꽃 모양과 색깔을 보고 흔히 보이는 족제비꼬리의 모습을 떠올렸다는 설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족제비싸리의 가지를 꺾어보면 중국 음식에서 나는 향신료 같기도 하고 비누향 같기도 한, 약간 느끼한 냄새가 특이하다. 그것도 족제비가 풍기는 향과 비슷하다고 하니, 이름을 지을 때 많은 생각을 했을 지은이에게 고마움이 느껴진다. 족제비싸리를 이용해 염색을 하기도 하고, 줄기로 소쿠리를 만들며, 잎과 가지는 혈압약으로 쓴다. 최근에는 그 열매로 화장품을 만들기도 한다. 
 

족제비싸리 꽃

족제비싸리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고, 우리에게 큰 도움을 주는 식물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선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돼 일부 지역에서는 제거해야 할 대상이 됐다. 외래종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좋은 일에 쓰려고 들여왔다가 크게 필요하지 않자 나쁜 점을 더 드러내는 현실이 씁쓸하다. 필요에 따라 시기에 따라, 이렇게도 쓰고 저렇게 버리기도 하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가지고 있는 고유성은 그대로 받아들이면 좋겠다. 고유종이 중요하고 소중한 것처럼, 외래종도 그 만의 가치가 있다. “없애버리자, 뿌리째 뽑아버리자!” 같은 강한 말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지 말고, 사실만 알려줘서 우리가 판단해서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 식물들이 자손을 퍼트리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그 퍼지는 방법이 어떤 것까지여야 자연스러운 것인지 판단하기 힘든 요즘이다. 

홍은정(생태활동가)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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