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종

이른바 괜찮다던 한일 관계가 요즘 두 달 넘게 삐걱대더니 선린이란 말이 무색하게 됐다. 한마디로 과거를 잊은 아베 탓이다. 필자는 연관성이 가까운 원인을 캐기에 앞서 그에게 1887년의 메이지유신을 아느냐고 묻고 싶다. 

에도막부가 멸망한 뒤 새로 들어선 메이지 신정부는 천황을 중심으로 근대적인 통일국가를 이룩하려고 여러 가지 개혁을 단행했다. 사람도 많이 죽이고 죽고 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으로 인적·정치적으로 새롭게 고친 유신이었다. 132년 전의 일이나 아베도 역사에서 배우지 않았을리 없으나 요즘 그의 언동을 보면 과거를 잊은, 비정상인 같다.

아베와 일본인들은 선조가 진 빚이나 동남아 국민들에게서 과거를 잊은 민족으로 비치고 있다. 얼마 전에 맞이한 74주년 광복절을 가져온 일제의 36년간 침략의 흔적 속에서도 징용, 징병, 위안부 문제와 거슬러 올라가 명성황후 시해사건 등 일본인들은 잊어서는 안 될 ‘부채를 상환해야 할’ 사항들이다. 원통하게 죽은 고혼들은 아직까지 진정한 사과에 보상다운 보상은커녕 까맣게 잊혀진 일로 마무리하려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남의 땅 빼앗는 전쟁터에서 사람이 사람의 살코기를 먹고 싸웠던 일을 두고 “조선 병탄과 대륙침공은 정당한 의무로 천황에 대한 충성이었다”고 망발하고 있으니 정상의 집단, 국가일 수는 없다. 너무 지나친 평가일까? 여기에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가 8월 30일 시행에 들어갔다. 뜨거워지기 시작한 현해탄의 물도 한껏 달궈대고 있어 마치 ‘제2차 경제왜란’을 보는 듯하다. 우방국 우대에서 배제됨은 그들이 지은 모든 빚을 청산하라는 우리의 채근으로 배상 요구를 하자, 화이트리스트를 내세워 우리를 배제시켰다.

이는 전 방향에 걸쳐 일본을 뛰어넘으려는 한국의 저력에 브레이크를 건 것이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를 결정하자 당황한 일본이 수출 규제를 내세우면서도 이로 인한 안보 허약을 들춰대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안보역량을 강화한다면 미국이 희망하는 동맹국 안보에도 기여할 것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일본 제품 안 사고 안 팔기, 일본 안가기 등 대단합으로 노 아베, 노 일본의 기치로 극일을 하는 저력 있는 국가임을 재인식해야 한다.

마침 1992년 8월 12장 세계일보의 컬럼 ⌜일제의 식인⌟을 보고 그들의 대륙 침공의 야욕만이 아닌 야만, 잔인함도 보았다. <태평양전쟁 말기 마샬군도의 메레로 끌려가 강제 노역에 시달리다가 구사일생으로 돌아온 박종길 씨의 증언이다. 제로섬 현장에서 시멘트 일을 하던 여수 출신의 두 징용자가 첫 번째 희생자. 누구도 믿으려 하지 않았다. ‘전장터의 군인도 사람인데 어찌 사람의 살을 먹어 생명을 이어 가겠느냐 하는 도덕관에서 나온 부정이었다.

그러나 당시 뉴기니 등 남태평양 전선의 일본군 장병들 간에는 식인풍습이 대대적으로 행해지고 있어 TV에 폭로되자 전체 일본열도만이 아니라 전 셰계가 발칵 뒤집혔다. 반인륜적 만행이라고 세계의 지탄을 받았다. 이 기록은 멜버른 대학 다나카 도시유끼 교수에 의해 호주 국립문서보관소에서 발견된 100건이 넘는 사실증명자료 속에서다.> 

과문한 탓이기를 바라나 이 사람 살코기 이야기는 일본의 2, 3세를 가르치는 교과서에도 나왔는지 모르나 진정 일본은 전 국민들에게도 태평양전쟁 중의 이런 만행과 한반도의 36년간의 만행은 사실이어서 숨기려 하지 말고 공개해야 옳을 것이라고 다시 아베에게 경고한다. 필자가 어릴 때 본 <가이샤구 다노무>란 만화 이야기. 자기 배를 갈라 고통 받으며 죽기 전에 자기 앞에 와서 목을 45도 각도로 내리쳐서 빨리 죽게 해달라는 부탁의 말이다.

얼마나 독하고 야만스런 마음의 발동인가! 사람을 죽여 사람 살을 먹는 것과 같게 야만스럽고 잔인성을 보여 준다. ‘먹을 것이 없어 그런 것이 아니고 강한 군인정신을 함양키 위함’이란 억설은 자기변명일지라도 소름 끼친다. 필자는 거듭 아베에게 경고 아니. 부탁이라고 하고 싶다. “아무리 당신네 선조들이 사람 살코기 먹고 자기 목을 쳐달라고 부탁하던 야만과 잔인성으로 뭉쳐진 섬나라 민족의 후손들이라 하지만 지금은 온 지구가 한 덩어리 되자는 ‘글로벌 선린우호의 시대’임을 잊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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