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용인시의원·공무원 간담회서
“관련 조례 제정·사업 추진할 것” 약속

 

용인시 요양보호시설은 9월 기준 총 352곳으로 고양시 다음으로 경기도에서 두 번째로 많다. 이마저도 매년 늘고 있는 추세로 시설 규모 역시 점점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요양시설 확대는 고령화 시대에 요양시설을 이용할 노인 수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용인시는 2019년 7월 기준으로 65세 인구수가 12만9680명을 기록했다. 전체 인구의 12%가 넘는 수치로 이미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것이다. 

수요 급증이 공급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인데 그 속도가 빠르다보니 문제가 발생한다. 교통이 편리한 기흥구는 요양시설이 일부 지역에 몰려 민원이 발생하는가 하면 처인구는 오히려 요양보호사 수급 어려움으로 시설 설치를 꺼린다. 늘어난 요양시설로 시청 관계 부서는 업무 과부하에 걸리는 등 대책마련은 절실한 상황이다. 

본지는 요양보호사 기획 시리즈 마지막으로 지역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와 시 관계자, 용인시의회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3일 간담회를 주최했다. 요양보호사의 현실을 소통하고 앞으로 정책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참석자는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김영범 용인지회장과 대한간호요양원 노조 최은희 분회장, 무지개실버케어스 노조 김숙희 분회장, 힐링하우스 강정옥 전 요양보호사, 주간보호센터 김진수(가명) 요양보호사, 서울시립영보노인요양원 노조 이경자 분회장, 용인시의회 김상수 장정순 전자영 의원, 용인시청 노인복지과 김경준 노인요양팀장이다.   

이 자리에서 김영범 지회장은 “용인시가 경기도에서 인구가 두 번째로 많은 도시지만 어르신 돌봄 관련된 지원 조례가 전무하다”며 “요양보호사들은 폭언이나 갑질로 힘든 노동 환경에 처해있다”고 호소했다. 김 지회장은 또 “기자회견도 해보고 집회도 열었지만 관심을 가져주는 곳이 없었다”면서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어르신 돌봄의 주체들인 요양보호사를 지원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요양보호사들은 저마다의 고충을 토로했다. 최근 다니던 요양원이 영업정지를 당하면서 갑자기 그만둬야 했던 강정옥 씨는 “새로 일자리를 찾으려 했지만 노조를 만들려고 했다는 사실 때문에 아무도 받아주지 않았다”면서 취업에 불이익을 겪는 등 어려움을 호소했다. 최은희 분회장은 “요양보호사는 60대 이상 나이 많은 노인이 대부분이지만 연차나 병가조차 쓸 수 없다”면서 “대체 인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분회장은 “최고 피해자는 결국 환자분들”이라며 요양보호사 노동환경 개선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김숙희 분회장은 “지난해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월급이 200만원에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훨씬 못 미치는 185만원에 그쳤다”면서 “근무시간을 줄이고 휴게시간은 늘려 임금이 많이 오르는 것을 막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분회장은 아침저녁 일부 시간은 평소 4명이 근무해야하지만 2명이 근무해 모든 업무를 수행해야 했다며 서비스 질 하락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경자 분회장은 “노인 요양 업무를 하다보면 온 몸에 멍이 들 정도로 정말 힘들다”면서 정신적, 신체적 어려움을 해소할 곳이 없음을 호소했다. 또 이 회장은 “일부 지역은 환자들에게 독감이 유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요양보호사 독감예방접종을 지원한다”며 용인시도 지원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제안했다. 노인 주간보호를 맡고 있는 김진수 씨는 “요양보호사들은 대부분 60~70대 고령이라 근로계약서나 근무 환경의 문제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서 “지자체가 그 부분에 대해 교육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용인시의회 의원들은 요양보호사가 처한 현실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며 개선을 약속했다. 김상수 의원은 “요양보호사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가능한 선에서 할 수 있는 사업들을 찾겠다”고 말했다. 전자영 의원은 “이 자리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고 간다”면서 “독감예방접종 지원 사업처럼 할 수 있는 사업들은 찾아서 빠른 시일 내에 도입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고 말했다. 장정순 의원은 “오늘 말씀하신 부분들을 잘 참고해서 용인에도 관련 조례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시 노인요양팀 김경준 팀장 역시 노인요양시설 관련 정책 마련에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김 팀장은 “용인시도 고령화가 빠르고 이에 맞춰 요양시설이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관련 정책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김 팀장은 “시립요양원 설립이나 요양보호사 지원 조례 등 중장기적 관점에서 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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