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센터 통해 근무환경 개선
서울시 최초로 종합계획 수립도

요양보호사들이 열악한 고용환경에 처해 있지만 이를 호소하고 개선할 수 있는 장치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본지 993호 2면> 이들의 노동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단순히 특정 직종의 노동인권 때문만은 아니다. 요양보호사의 노동 환경이 곧 노인 요양 서비스의 질 개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타지자체보다 앞서 요양보호사를 포함한 장기요양시설 근무자 지원에 나선 지자체는 수원시다. 현재 수원시 장기요양 기관은 장기요양입소시설 75곳 등 모두 303곳으로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등 장기요양요원 68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용인시가 장기입소시설 107곳을 포함해 장기요양기관이 총 352곳인 점을 감안하면 수원시보다 장기요양요원의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시는 정확한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원시는 2017년 시정연구원에 의뢰해 지역 요양시설 303곳에서 일하는 장기요양요원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조사에 참여한 191명 중 39.8%가 시설 이용자로부터 ‘언어 폭력’, 29.8%가 ‘구타밀침 등 신체적 폭력’, 13.6%가 ‘성희롱신체접촉 등 성적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장기요양요원이 열악한 환경에 따른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수원시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2017년 ‘수원시 장기요양요원 처우 개선 및 지위 향상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는 장기요양요원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사업,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 사업 등을 시가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또 2009년 설립한 ‘수원시장기요양지원센터’의 기능을 장기요양요원의 권리를 보호하는 기관으로 명시했다. 해당 센터는 수원도시공사가 위탁 운영을 맡아 교육지원, 운영매뉴얼 제작 지원, 장기요양요원 고충상담 등 장기요양기관 역량강화 사업 등을 진행한다. 지역 장기요양시설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장기요양지원센터 이원용 팀장은 “장기요양요원의 교육과 지원 프로그램은 이들의 노동 환경 개선에 도움을 주지만 결과적으로 장기요양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며 “결국 시민의 부모가, 미래엔 자기 자신이 혜택을 받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센터는 또 상대적으로 노동환경이 취약한 요양보호사를 위해 인문학·미술 동아리, 취미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요양보호사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지난달 28일 지원센터에서 마련한 춤 테라피 교육에서 만난 요양보호사 정모 씨는 “요양보호사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직업”이라며 “센터 교육을 통해 재충전할 수 있었다. 내일부터 다시 열심히 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만족을 드러냈다.

서울시 역시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에 한발 앞선 모습이다. 지난달에는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을 위해 종합계획을 내놓으며 적극적으로 대책마련에 나섰다. 계획에 따르면 노동권과 건강권 강화 등 4개 분야 대책에 2021년까지 122억원이 투입된다. 서울시도 수원과 마찬가지로 요양보호사 처우개선을 위해 2013년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를 개소해 현재 4곳을 운영 중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종합계획 발표와 함께 “급속한 고령화로 사회 돌봄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서비스를 담당하는 요양보호사들은 고용 임금 건강 등에 있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며 “요양보호사들이 정당한 대우와 평가를 받아야 서비스의 질도 높아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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