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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갈과 당뇨
  • 이동훈(서울새로운내과 원장)
  • 승인 2019.08.28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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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알렉산더 대왕이 페르시아를 정복하고 동쪽의 인도까지 진출했을 때 달콤한 맛을 내는 하얀 가루를 발견했다. 알렉산더가 맛본 가루에 대한 관심은 동쪽에서도 있었다. 중국 당나라 태종은 인도에 사절단을 파견해 나무에서 하얀색 단맛이 나는 결정을 만드는 방법을 수입했다. 당나라의 달콤한 하얀 가루는 동아시아에 널리 퍼지게 됐고, 당나라 가루라는 이름으로 당(糖)으로 불리어졌다. 눈같이 하얀 가루는 설탕, 모래처럼 고운 가루는 사탕으로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달콤한 소변을 많이 보는 질병이 바로 당뇨병이다. 

음식을 먹어도 배가 고프고 입이 마르고 소변을 많이 보는 특징적인 현상인 당뇨병은 수천 년 전부터 인류를 괴롭히던 질병이었다. 기원전 1500년경 이집트의 파피루스에도 소변을 많이 보는 질환이 기록돼 있고, 인도 역시 풍요의 질병으로 달콤한 소변을 보는 질병을 기록했다. 고대 동양의학서인 <내경>에도 비만한 사람이 많이 먹고 소변을 많이 보는 질환이 보인다. 

이 특징적인 질환은 비교적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있는 부유한 고위관료나 귀족들에게 나타났다. 처음에는 소변을 많이 보는 것으로 시작해서 전신이 쇠약해지고 종기와 같은 피부질환이 쉽게 나타나면서 감염질환으로 사망했기에 점차 관심이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후한말 삼국시대에 화타와 함께 신의로 불리던 장중경이 쓴 <상한론>에 처음으로 소갈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장중경 이전에는 소단, 소중, 비단 등 다양한 증상들로 나뉘어 있었으나 내장의 열기가 음식을 태워버리면 갈증이 생긴다는 개념을 제시했다. 

혼란기 중국을 통일했던 수나라는 흩어졌던 의학서적을 모아 정리해 610년 <제병원후론>이라는 통합 의학서적을 편찬했다. 여기에 갈증과 더불어 많은 양의 소변을 보는 소갈이 기록돼 있다. 소변의 맛이 달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목이 마른 것과 단 소변을 많이 보는 것을 특징으로 정리했는데, 오늘날 당뇨병 증상과 비슷하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소갈은 몸의 열로 음식을 태워서 소변으로 나가는 증상으로 설명하고 있다. 

서구도 비슷한 생각이었는데 히포크라테스는 펌프처럼 소변이 나오는 것은 살과 근육이 녹아서 배설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 주장은 중세까지 이어지면서 다뇨의 원인을 신장의 문제로 판단했다. 1674년 영국의 윌리스는 환자의 소변을 증발시킨 뒤에 하얀 가루가 남는 것을 발견했다. 달콤한 맛을 내는 하얀 가루는 설탕 가루와 비슷했다. 윌리스는 달콤하다는 라틴어 ‘멜리투스’를 병명에 추가했다.

즉, 달콤한 소변을 많이 배설하는 질병인 셈이다. 달콤한 소변이 나오는 이유는 신장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원인을 발견한 것은 영국의 한 의사였다. 1776년 영국의 돕슨은 소변을 많이 보는 환자의 혈액을 채취해서 하얀 치즈 같은 것이 혈액 위에 떠있는 것을 관찰했고, 그 맛이 달콤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소변 뿐 아니라 혈액에도 달콤한 성분이 있고, 단순하게 신장의 문제가 아닌 전신적인 문제라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소변이 꿀같이 달면서 목이 마른 증상을 나타내는 병명은 동양에도 영향을 주었다. 특히 메이지유신 이후 서구 의학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던 일본은 소갈이라는 증상명을 단 물질이 소변으로 나오는 질병으로 새롭게 정립했다. 1872년 일본 내과의학서적에 꿀같이 단 소변이 많이 나오는 의미의 ‘밀뇨병’이 처음 등장했다. 이후 설탕처럼 단 소변이라는 의미의 ‘당뇨병’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밀뇨병과 당뇨병이 혼용되다가 1907년 제4회 일본내과 학술대회에서 당뇨병이 사용된 이후 단 소변이 많이 나오고 갈증이 유발되는 질병은 ‘당뇨병’으로 불리게 됐다.

소변으로 당이 빠져나가는 당뇨병이지만 진짜 원인은 혈중 당 성분이 증가하는 것이다. 섭취한 음식을 태워서 소모시키는 것이 아니라, 당분이 세포에서 이용되지 못하고 소변으로 배설되면서 정작 필요한 장기들은 기아상태에 빠져 피로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과도하게 높아진 혈당은 전체 장기에 영향을 주며, 특히 혈관 건강을 악화시켜 심혈관, 신장 등에 문제를 유발한다. 

이동훈 원장

단순하게 소갈 증상을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혈중 당을 낮추기 시작했고, 혈당 강하제들이 개발되면서 고혈당으로 인한 심혈관 및 신장 등의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게 됐다. 전통 동양의학은 당시 과학기술의 한계로 질병의 원인을 추상적인 개념으로 설명하고 증상 완화에 주력할 수밖에 없었다. 현대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각종 질병의 원인을 찾고 근본적인 원인 치료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고, 당뇨병도 다뇨나 갈증을 없애는 것이 아닌 혈중 당 농도를 낮춰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동훈(서울새로운내과 원장)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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