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오방색서 영감…‘축제’ 연작 선보여

지용운 작가

조선시대 화가들의 단골 소재는 나비였다. 나비는 종류나 위치, 함께 그린 사물에 따라 무병장수, 사랑, 영원한 행복, 부귀 등 좋은 의미의 상징물로 통했다. ‘고양이와 나비’를 함께 그려 장수를 빌었고 득남을 기원하는 가지와 호랑나비를 함께 그려 아들을 많이 낳기를 바랐다. 

서양화가 지용윤은 우리 조상들이 가장 사랑했던 ‘나비’라는 소재에 아크릴물감으로 오방색을 입혀 가장 한국적이면서 강렬한 느낌의 작품을 창조해왔다. 그가 10여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 ‘축제’ 연작이다. 

디자인을 전공했던 지용윤 작가는 우연한 기회에 서양화를 접하고 주요 공모전에서 좋은 성과를 내면서 회화작가로 거듭났다. 이후 우리 모두에게 내제된 가장 한국적인 것을 찾는 것으로 자신만의 작품을 정립하기 위한 고민이 시작됐다. 그 끝에 찾은 소재가 바로 나비다. 
“저에게 나비는 ‘축제’를 의미해요. 축제는 살아있는 사람만의 행위죠. 우리의 삶 그 자체가 마치 축제처럼 특별하고 찬란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어요.”

나비가 이루고 있는 소재는 닭이나 돼지처럼 동물이 되기도 하고 여행길에서 만난 건물이 되기도 한다. 지 작가가 단순화시킨 나비 이미지가 노랑 빨강 파랑 초록 등 단순하면서도 화려한 색감과 만나 평범한 사물을 축제처럼 특별하게 만든다. 

그림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수백 혹은 수천마리의 나비가 작품에 날아 들어온다. 그의 ‘축제’ 연작은 사물과 작가의 당시 느낌이 만나 하나의 이야기로 재탄생한다. 용인의 농촌테마파크에 설치된 정승 부부, 남대문의 야경, 유럽의 한 성당, 공항에서 마주친 여인 등 그가 본 모든 것은 축제 연작을 통해 ‘특별함’을 입는다. 단순히 나비만으로 사물을 채우는 것은 아니다. 동유럽 여행길에서 만난 건물 높이만큼 커다란 나무가 오방색 나비로 가득 채워지고 그 안에 ‘복(福)’자와 꽃, 공작새, 사람의 모습을 넣는 식이다.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객으로선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무한 상상할 수 있다. 

세상만사가 어떻게 모두 행복하고 좋은 일만 있을 수 있을까. 지 작가는 갈등과 절망 속에서도 결국 세상과 하늘에 대한 온화한 이해와 소박한 기원을 담았던 옛 조상들의 민화처럼 그의 작품이 사람들을 감싸 안길 바랐다.   

“제 작품은 단순히 행복만을 바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 않아요. 겉으로는 힘든 고비를 겪고 있지만 내면에선 자유로움을 갈구하고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는 인간의 강인함을 담고 있어요. 우리 전통 민화에서 그 느낌을 많이 가지고 왔죠.”

지용윤의 ‘축제’ 연작은 마냥 행복하기만을 바라는 인간의 철없는 욕심은 없다. 소박하고 평범한 순간을 잊지 않고 그 속에서 희망을 찾는 적극적인 삶의 의지가 있을 뿐이다. 

지용윤 작가는 올해 탄천현대작가회 회장을 맡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9월 20일 성남아트센터 808갤러리에서 열리는 열한 번째 정기전 ‘2019 탄천현대회화제’는 ‘동행’을 주제로 100호 사이즈 대작 25점이 대중에 공개된다. 탄천현재작가회에는 지용윤 작가를 비롯해 용인작가 김수옥, 박수련, 윤향애 등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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