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쯤이다. 용인시민신문 기자수첩을 통해 <숙적>이란 제목의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용인시 난개발 현황을 조사하고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지난 1년 여간 활동한 용인시난개발조사특별위원회와 공무원 간에 ‘활동백서’로 숙적관계가 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글은 난개발로부터 용인시가 자유롭기 위한 행정이란 대의 앞에 숙적이 아닌 동지가 돼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최근 조사특위는 활동백서 발간을 시민에게 알리기 위해 설명회를 가졌다. 이 자리를 마련한 이유는 분명하다. 활동백서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알리고, 이를 시민들과 공유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백서 내용은 방대했고, 참석한 상당수 시민들은 백서 내용보다는 당장 거주지 주변에서 발생하고 있는 민원을 다시금 알리기에 급급했다. 의미를 함축하면 ‘난개발 특위 활동 끝났어요’가 아닐까 싶다.

그런 자리에서 나온 말들 중 귀에 남아 있는 것이 있다. 특위에서 위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짐작되는 한 방청객의 질문이다. 내용은 차선으로 넘기고 질문에 대한 답변에 나선 위원장은 ‘자격’을 운운했다. 그런 내용의 질문을 할 자격이 되느냐는 것이었다. 깊은 내막은 솔직히 모르는 척하고, 외형상 보이는 부분만 언급한다면 ‘갈등과 앙금이 있구나’였다.

설명회를 연지 10여일 정도 지났나, 12일 한 지방지에 특위 조성 당시 상황에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가 났다. 특정 목적을 두고 밀약에 의해 특위가 추진됐으며, 전문성 없는 단체가 위임됐다는 내용이다. 설명회를 끝으로 특위 활동이 끝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해체된 특위 조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지적에 나선 것이다.

특위는 즉각 보도자료를 통해 반박에 나섰다. 친환경 생태도시를 위해 노력 중인 백군기 시장의 도시 정책 및 난개발조사특위를 폄훼하는 ‘가짜뉴스’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재발 방지를 위해 언론사의 해명과 사과를 요구한데 이어 납득할만한 사과를 요구했다. <용인시민신문>에서 난개발 특위 관련 기사를 많이 다룬 기자이기에 이 문제에 대한 옳고 그름을 어떻게 풀고 나갈 것인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용인시 난개발은 대한민국의 난개발 역사의 시작점이라고 할 정도로 오래됐고 다양한 각도로 이뤄진 것으로 유명하다. 이를 단칼에 바로 잡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특위가 1년 만에 명확한 답을 찾아 한순간에 용인시 난개발을 중단시킬 것이라고 기대한 사람들도 거의 없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1년이 지난 지금에서 수백 명의 시민이 모인 자리에서 내부 갈등이 있었을 것으로 감지되는 발언이 나오고, 특위 구성을 두고 밀약이라는 표현까지 쓴 기사가 실렸다. 난개발의 용인 곳곳에서 뿌리 깊게 펴져 있는 만큼 이를 해결하는 일도 참 쉽지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특위의 지난 1년간 활동을 담은 백서를 보면 치열하게 활동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분명 부족한 부분도 있을 것이며, 전문성이 다소 떨어지는 주장이 담겼을지도 모른다. 지역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는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다. 백서 일부 내용을 비공개로 봉인한 결정에 화가 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기자가 인정하고 싶은 것은 활동백서는 난개발을 자행하자는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친환경 생태도시 조성을 위한 바로미터까지는 아니더라도 중요한 참고서로써 가치가 충분하다는 의미다.

배경지식의 함정이란 게 있다. 배경지식이란 흔히 어떤 지식을 이해하는데 바탕이 되는 정보를 뜻한다. 근데 여기에 함정이 있다. 문제를 해결하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다양한 지식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실수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 수학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기도 한단다. 용인시민이라면 적어도 한 번쯤 난개발이란 단어를 들어왔을 것이다. 그만큼 익숙하고 시급한 현안이다. 난개발과 관련한 일종의 배경지식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생긴 이유일지도 모른다. 때문에 나름 난개발을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 오히려 사태를 조장하는 꼴이 되기도 한다.

적의 적은 동지라고 했다. 용인시가 이왕 난개발을 막겠다고 나섰다면 피아식별을 정확히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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