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들어 처음 치러지는 총선은 새로운 정치문화 형성의 시금석이 되는 선거였다. 그런만큼 선관위는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 정책선거가 되도록 힘썼다.

또 유권자의 입장에서 후보들에 대한 판단력을 높이기 위해 전과사실을 공개하는 등 그 어느 때 보다 선관위의 역할이 증대된 총선이었다고 본다. 우리 용인지역도 특별한 사고 없이 무난한 선거가 치러졌다.

이번 선거는 몇 가지 측면에서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여줬다. 우선 우려되는 측면을 짚어보자면 금권선거가 줄어들지 않았다고 판단된다. 선거비용 부담을 줄이고 부정선거를 막기 위해 명함배포 금지와 사랑방 좌담회 등을 할 수 없도록 했지만 개별접촉이 줄어든 후보들 중 일부는 음성적인 금권선거를 한 것으로 추측한다.

다만 선거법을 벗어나는 행위가 고도로 지능화하고 기술적이어서 선관위가 적발하는데는 한계가 있었음을 밝힐 수 밖에 없다.

다음으론 유권자의 관심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 투표율에서 나타나듯이 유권자 수는 사상 최대였으나 가장 투표율이 낮은 총선으로 기록되게 됐다. 특히 젊은 유권자 층의 기권율이 높았다는 것은 우리나라 정치개혁에 대한 열망을 무색케 했다.

반면 성숙된 측면도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먼저 시민들의 신고정신은 과거에 비해 대단히 향상됐다. 흔히 쓰이는 유권자에 대한 향응제공과 관련 신고건수만 약 250여건에 이르렀다. 다만 특정 경쟁후보에 대한 후보측의 신고이거나 허위제보가 적지 않았던 점은 옥에 티였다. 이에 따른 선관위의 적발건수도 양호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만들어진 공정선거 감시단의 활동은 후보들 불법선거를 예방하는데 적지 않
은 영향을 미쳤다.

이번 기회에 지적해 두고자 하는 것은 시민영역의 적극적인 참여다. 물론 실정법상 허용돼지 않은 특정후보에 대한 공개적인 낙선운동에 대해선 유감이다. 그렇지만 공명선거와 정책대결 유도를 위한 정책토론회 등을 후보자들의 정책 및 자질과 능력을 비교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제 열전의 순간들은 지나가고 일상의 시간으로 돌아왔다. 대의 민주주의 제도가 존재하고 지방자치제도 발전할수록 선거는 그야말로 일상화 될 것이다. 이등이 필요없는 선거인 만큼 사활을 걸고 싸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앞으론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여기고, 후보와 유권자 모두가 축제로 맞이할 수 있는 선거문화를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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