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향나무

숲에 가면 정말 수많은 동·식물을 만난다. 관심을 갖고 숲에 가면 같아 보이는 나무들이 모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필자와 함께 숲에 갔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 여러 번 함께 가도 같은 식물을 여러 번 반복해서 물어본다. 똑같은 식물이지만 이 숲에서 보았을 때와 저 숲에서 보았을 때 다르고, 봄에 봤을 때와 가을에 봤을 때가 다르니 여러 번 같은 질문을 받아도 전혀 이상하거나 놀라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같은 식물이지만 살고 있는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른 형태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것을 ‘생태형’이라고 하는데 사람을 예로 들면 쉬울 것 같다. 사람들은 사는 지역이 넓어서 여러 다른 환경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그 지역의 환경에 맞춰 살다 보니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라는 종 안에 흑인, 유색인, 백인 등 여러 피부색이 나타나는데, 이것도 넓은 의미의 생태형이라고 볼 수 있다. 지역에 따라 식물의 꽃색이 다양해지는 것도 그 지역의 환경에 맞춰나가는 변화일 것이다. 

초등학교 학교 숲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목은 원래는 높은 산에서 자란다. 그런 주목 중에는 바람이 강한 곳에서 키가 크지 못하고 바람의 방향을 피해 낮게 자라는 ‘눈주목’이 있다. 누운 주목이란 의미이다. 비슷하게 향나무에는 눈향나무가 있는데, 이 나무들도 환경에 적응해 살면서 형태가 바뀐 경우이다. 그런 나무들은 낮은 지역에 바람이 불지 않는 곳에서도 원래 자라던 데로 누워서 자란다. 눈주목과 눈향나무는 현재 각 기본종의 변종으로 분류한다. 우리가 잘 아는 찔레나무는 우리나라 야생장미이다. 바닷가에 자라는 야생장미는 해당화이다. 해당화는 바닷가의 바람과 염분을 견딜 수 있게 형태가 변형된 찔레나무인 것이다. 해당화의 굵은 줄기와 많은 가시, 그리고 화려하고 큰 꽃은 찔레와 다른 점이다. 하지만 누가 봐도 찔레와 해당화와 장미는 비슷한 꽃나무이다. 

풀 중에서 할미꽃을 한번 보자. 할미꽃은 햇볕이 좋은 무덤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풀이다. 하지만 동강할미꽃은 동강을 따라 이어지는 바위절벽에서만 자란다. 전체적으로 할미꽃보다 작고, 꽃잎 모양과 색이 다르다. 할미꽃이라 부르기엔 핑크빛이 너무 예쁘다. 가는잎할미꽃은 잎이 할미꽃에 비해 가늘다. 동강할미꽃도 가는잎할미꽃도 처음에는 같은 할미꽃이었을 텐데 자연적으로 형태가 달라지고, 유전이 되는 단계까지 간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것을 다른 종으로 분류한다. 생태형은 종을 나누는 중간단계인 것이다. 천천히 변하는 환경 그래프 속에서 식물들은 그에 대응하는 적응 그래프를 만든다. 그것은 수천 년에 걸쳐 만들어지는 것이다. 많은 식물들이 진화 과정 중에 있고, 그래서 종 하나하나도 연속적이고 다양하다. 
 

산정의 환경에 적응하며 사는 식물들

요즘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는 초등학생을 둔 부모들을 보면 많은 경우 아이들의 치아교정을 생각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먹거리가 들어와서 획기적으로 먹거리가 변한 것은 불과 20~3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할아버지세대, 아버지세대, 우리세대를 거쳐 천천히 변한 것이 아이들 세대에서 눈에 보이는 변화로 나타난 것 같다. 나무들이 환경에 적응하듯 사람도 환경에 따라 변화한다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그것이 눈앞에서 벌어질 때 참으로 신기하고 무섭다. 머리만 크고 팔다리가 약한 미래 인류가 되지 않으려면 부지런해지고, 지혜로워야겠다. 훌륭한 생태형을 연속시키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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