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은 늦봄이라 청명, 곡우 절기로다. 봄 날씨 따뜻해져 만물이 화창하니 온갖 꽃이 만개하고 새 소리 각색이라.” - 농가월령가 3월령가 중에서

“사월은 초여름이라 입하, 소만 절기로다. 비 온 끝에 햇볕이 나니 날씨도 화창하다.” - 농가월령가 4월령가 중에서

“구월이라 늦가을이니 한로, 상강 절기로다. 제비는 돌아가고 떼기러기 언제 왔느냐.” - 농가월령가 9월령가 중에서

“시월은 초겨울이니 입동, 소설 절기로다. 듣거라 아이들아, 농사일 끝났구나, 남의 일 생각하여 집안 일 먼저하세.”  - 농가월령가 10월령가 중에서

용인이 도시화 되기 시작한 지 30년도 채 되지 않았다. 1990년 초 지금의 수지구 풍덕천동 일대에 택지개발과 궤를 같이한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듯하다. 용인군이 도농복합형태의 시로 승격된 때가 1996년 3월이니, 이를 감안하면 20여 년 만에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 

기자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1980년대 초만 해도 용인은 농촌이었다. 이른바 ‘베레기’라고 불리는 처인구 김량장동 ‘별학마을’에서 살았던 기자는 초등학교 입학 전·후(1970년대 후반~1980년대 초) 마을 인근 논에서 고무공으로 놀이를 하거나, 가을걷이가 끝난 뒤 볏짚을 쌓아놓은 볏단에서 미끄럼을 타며 놀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정확히 몇 살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따라 산에 다니며 나뭇가지와 낙엽을 주워 모았다. 신기해서 그랬는지, 부러워서 그랬는지 지게를 져보겠다며 키보다 큰 나무지게를 받쳐놓은 작대기를 당기려다 지게에 깔려 울던 기억도 어렴풋이 떠오른다.

조금 더 커서 모내기할 때 모를 잘 정렬해 심기 위한 모내기 줄을 한 번 잡아보겠다고 떼쓰던 기억도 새록새록 하다. 모를 심겠다고 발을 논에 들여놓았다가 거머리에 물려 곤욕을 치렀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오싹하다. 동물과 곤충을 접하며 살았던 때였지만, 거머리 사건 이후 흐물거리는 곤충이 싫어졌고, 지금도 맨손으로 만지기를 꺼려한다. 심지어 지렁이조차도.

농촌테마파크 전경

유년시절 추억을 소환하다
유년시절 농촌에서 흙을 밟고 살았던 터라 불편하지만 지금도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길보다 흙길이 더 좋다. 어려서는 곤충이며 나무, 꽃 등 식물을 보며 자라서 그런지 이름을 꽤 많이 알았는데, 성인이 된 지금은 무슨 풀이며 꽃인지 모를 때가 정말 많다. 물론 설명을 듣고, 사진과 글을 보고도 금방 잊기도 하지만. 아마도 쉽게 잊히는 건 관심과 감흥의 차이가 아닌가 싶다.

고백하건대 기사 연재를 위해 박물관을 다니면서 느끼는 건, ‘정말 오랜만에 가는 구나’, ‘이런 유물도 있었나?’, ‘안다고 생각했는데 모르는게 정말 많네’ 하는 것이었다. 최근 처인구 원삼면 사암리에 있는 용인시 농경문화전시관을 다시 찾으면서는 책이나 그림이 아닌 유년시절 직접 보고, 손수 다뤘던 농기구여서인지 감흥이 달랐다. 

여물바가지를 보면 마당과 뒤뜰, 툇마루가 있는 할아버지·할머니 댁에서 소여물을 쑤던 가마솥과 금방 눈물이라도 쏟을 것 같은 든든한 소가 생각났다. 물지게를 이용해 양동이 한가득 거름을 어깨에 지고 뒤뚱뒤뚱 밭고랑을 걷던 동네 아저씨, 가을이면 도리깨로 잘 마른 콩을 털어내던 작은 아버지까지 농기구를 볼 때마다 유년시절 추억을 소환했다.
 

농경문화전시관 내부

몇 년 전 아이들을 데리고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우리 어른들이 과거를 회상하며 얘기를 나누는 동안 아이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기억이 난다.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까 은근 기대했지만, 그저 어른들의 바람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세대가 다르니 뭐 어쩌겠나. 

농업의 중요성 감안, 콘텐츠 부족은 아쉬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경문화전시관은 실망과 아쉬움이 적지 않았다. 농경문화전시관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어서 기대치를 낮춰서 갔건만, 용인시가 직접 운영하는 건물 규모에 비해 전시관 내부 볼거리는 아쉽기만 했다. 

이번 여행은 본지 인턴십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김상윤 대학생 인턴과 동행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20대 대학생, 관광객 또는 관람객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느낀 농경문화전시관은 어땠을까? 그는 처음 방문한 농경문화전시관은 다소 아쉬움이 남을 수 있을 정도로 내용에 있어 부족함이 느껴졌단다.

“구성은 다른 박물관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콘텐츠와 자료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겉으로 봤을 때 웅장해 보이는 건물에 비해 내부는 약간 공허한 분위기도 느껴졌어요. 전시 공간도 협소해 1층은 자세히 둘러봐도 10분도 채 안돼 관람할 수 있고, 2층 역시 관계자분의 해설이 없었다면 비슷한 시간 내에 다 구경할 수 있었을 정도였어요.”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위안으로 삼을 만한 게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상윤 씨는 농경문화전시관만을 보기 위해서라기보다 농촌테마파크를 방문하면서, 테마파크 내 곤충 체험관과 내동마을 경관농업단지 등을 함께 둘러보기 위해 찾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괜찮은 전시관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벼터는 그네

“농업의 사계(경사로), 농경유물과 문화, 풍년기원제, 용인지역 출토유물 등과 선조들의 농업과학, 그리고 농업의 미래까지 다양한 영상물을 통해 이해를 도운 점은 어린이들을 고려했을 때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농촌테마파크의 많은 시설 중 한 곳이라는 점으로 봤을 때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어느 정도 역할은 하고 있다는 한 대학생의 평가. 충분하지 않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농경문화전시관의 가치는 어느정도 증명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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