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청덕고등학교 조리실무사

된장국을 요리 중인 고도연, 이애란씨(왼쪽부터)

올해 무더위는 사상 최고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미 용인도 5일 올해 처음으로 폭염경보가 내려지기도 했다. 최고기온이 35도를 웃도는 한낮,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흐르는 날씨 속에서 맡은 바 임무를 다해야 하는 이들이 있다. 더위에 맞서 고군분투해야하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다. 본지는 올 여름도 묵묵히 가족을 위해 시민을 위해 값진 땀을 흘리는 삶의 현장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싣는다. / 편집자주

 

“아이들이 급식을 먹고 ‘짱이에요’ 외치면 힘들게 흘린 땀은 다 잊어요.”

18일 오전 10시반 기흥구 청덕동 청덕고등학교 급식 조리실에서 만난 경력 10년차 고도연 씨 얼굴은 벌겋게 상기돼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이날 메뉴인 된장국을 끓이기 위해 물을 끓이고 막 된장을 풀려던 참이었다. 함께 국을 담당할 5년차 이애란 씨가 연신 물을 휘젓자 뜨거운 열기가 두 사람의 얼굴을 덮쳤다.

“덥냐고요? 속은 전부 땀으로 젖어있어요. 그래도 어쩔 수 없죠. 아이들 먹을 음식인데 정성을 다해야죠.”
한 쪽에서는 달걀 프라이 900장을 만들기 위해 김경화 씨가 한 번에 수십 장의 계란을 부치고 있었다. 마스크에 두꺼운 방수 앞치마를 두른 얼굴은 한눈에 봐도 이미 ‘익었다’ 싶었다. 김 씨는 “계란 하나를 부쳐도 예쁘게 해야 아이들이 잘 먹는다”며 하나하나 신경을 썼다. 

조리실 내부 체감 온도는 여기저기서 사용하는 불 때문에 이미 30도를 훌쩍 넘었다. 그 안에서 일해야 하는 조리사들은 위생과 만약의 안전사고를 대비해 중무장을 해야 한다.   
“모자나 장갑은 필수고요. 위생복에 방수 앞치마, 전용 고무장화까지 온 몸을 몇 겹으로 중무장 해야 해요. 안 그러면 음식을 만들다가 크게 다칠 수 있거든요.”

된장국을 다 끓인 이애란 씨가 그릇에 조금 덜어 영양사 오태숙 씨에게 맛을 보였다. 오 씨가 고개를 끄덕이자 된장국이 완성됐다. 이 씨와 고 씨는 이번엔 김치볶음을 만들기 위해 대형 볶음솥 앞으로 갔다. 

이날 청덕고 급식 메뉴 콘셉트는 ‘복고 도시락’. 아이들의 입맛에 맞추려고 영양사 오 씨와 조리실무사들이 머리를 맞대 만든 메뉴다. 소시지, 계란프라이, 김치볶음, 다꼬야끼를 밥 그릇 주위에 담고 된장국과 화채, 깍두기를 곁들여 내놓을 참이다.
“식단을 짤 때 인스타 같은 SNS를 참고하기도 해요. 아이들의 입맛이 많이 변했잖아요. 영양, 트렌트, 담긴 모습까지 생각해서 만들어야 해요.” 

학생 839명, 교직원 60명.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900인분을 책임져야 하는 청덕고등학교 급식실 영양사와 조리실무사 10명의 직원들은 아침 일찍부터 분주하다. 일일이 재료를 검수하며 온도, 유통기한, 주문량을 체크해야 한다. 그날 재료는 그날 모두 소진하는 것이 원칙이다.  

오태숙 씨는 음식은 집이든 학교든 식당이든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대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정말 여러 사람의 정성이 들어간 거잖아요. 농부의 손길, 재료를 운반하고 받아 저희가 이렇게 요리를 하는 그 과정에 들어간 돈과 시간, 노력을 생각한다면 그냥 버려지는 음식들이 너무 아깝죠. 아이들이 그걸 알아줬으면 해요.”  

청덕고 급식실 최고참 고도연 씨도 한마디 거들었다. “점심은 오후로 넘어가는 가교 역할을 해요. 아침을 거르는 아이들도 많은데 점심을 든든하게 먹어야 오후 공부도 열심히 하죠. 저희가 만든 급식을 맛있게 다 먹어주면 다른 건 바랄 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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