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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느티나무도 이 작은 열매에서 시작됐다
  • 신승희(생태환경교육협동조합 숲과들)
  • 승인 2019.07.2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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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느티나무를 생각해보세요’ 라고 하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을 마당에 있는 커다랗게 가지를 벌리고 있는 느티나무를 떠올릴 것이다. 백 년, 이백 년 살아오며 아름드리나무가 돼 마을 사람들을 모두 품어줄 그늘을 만들어 주는 마을 쉼터를 역할을 하는 나무이다. 뜨거운 여름이면 그늘에 모여 앉아 할아버지들은 내기 장기를 두셨고, 할머니들은 부채질을 하며 이야기꽃을 피우셨다. 

학교 운동장에도 꼭 느티나무가 있었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아이들은 고무줄을 하며 놀았고, 운동장 흙바닥에 나뭇가지로 그어가며 사방치기나 땅따먹기를 하며 놀았다. 이런 너무 오래전 얘기인가? 

용인사람이라면 이런 걸 떠올릴 수도 있다. 용인엔 작은 도서관이 많은데, 그 중에 가장 유명한 도서관 이름이 수지구 동천동에 있는 느티나무도서관이다. 또 기흥구 구갈동에서는 매년 갈곡느티나무문화제를 열고 있다. 이렇듯 느티나무는 항상 곁에서 우리를 지켜주고 돌봐주는 나무 같았다. 어렸을 때부터 나이 들어서까지 그 품 안에서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래서 마을의 노거수로서 정자나무 역할을 해오고 있는 대표적인 나무이다. 

그렇듯 우리는 느티나무의 큰 그림만 익숙하다보니 세밀한 속사정은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생겼다. 느티나무 정도는 쉽게 알아볼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 많은데, 정작 잎이 어떻게 생겼는지, 줄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하물며 꽃이나 열매는 있었는지조차 생각해보지 못한 경우가 많다. 

나무 대부분은 꽃이 가장 유명해 꽃을 보고 어떤 나무인지 구분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단풍나무와 은행나무는 잎을 보고 어떤 나무인지 알아보고, 사과나무 밤나무 등은 열매를 보고 알아본다. 그렇다면 느티나무는 무엇을 보고 알아볼까? 전체적인 생김새인 나무의 수형을 보고 알아보거나, 마을이나 학교에 심어놓았다는 장소적 특징을 보고 알아보지 않을까? 이번 기회에 느티나무의 세밀한 속사정을 알아보자. 

느티나무 잎은 봄이 한창 진행된 다음 나오는 것으로 유명하다. 잎이 다른 나무들에 비해 늦게 튼다고 해서 느티나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고 할 정도로 말이다. 잎을 만져보면 그 까칠함과 건조함에 새삼 놀란다. 손의 감촉이 익숙해지면 잎만 만져도 느티나무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하다. 새잎이 나올 때 그나마 부드러운 잎으로 떡을 해먹기도 했는데 그것을 느티떡이라고 불렀다. 멥쌀과 느티나무의 어린잎을 빻아 함께 섞은 것을 시루에 깔고 팥고물을 뿌려 켜켜이 안쳐서 쪄낸다. 주로 부처님이 태어나신 사월초파일에 먹는 절식으로 유명하다. 

가뜩이나 늦은 잎이 나오고 나서 바로 연달아 꽃도 피기 시작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알아채질 못한다. 잎이 나 있는 줄기에 딱 달라붙어서 피는 꽃은 크기도 작은데 연두색이다. 그 꽃이 지고 나면 여름이 시작하며 열매가 달린다. 열매도 꽃을 닮아 작고 연두색이다. 자세히 보면 무슨 잡곡의 모습 같기도 하고, 축구공이 바람 빠지고 찌그러진 모양을 닮았다. 이것이 가을이 되면 갈색으로 익는다. 

어느 해인가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 느티나무 그늘 아래 긴 의자에 앉아 있다가 ‘후두둑’ 소나기가 쏟아지는 듯한 소리에 깜짝 놀라 일어난 적이 있었다. 쏟아지는 건 하늘에서 내리는 빗방울이 아니라 느티나무 가지에서 열매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작은 열매들이 땅바닥에 떨어지며 내는 소리가 마치 한낮 굵게 내리는 소나기처럼 요란하게 ‘후두둑’ 거리며 떨어진다. 그 후로 그맘 때쯤 느티나무비가 내리는 것을 알게 됐다.

나무를 보는 눈이 좀 익숙해지면 나무껍질을 살피게 되는데 이를 ‘수피’라고도 부른다. 느티나무의 회색 껍질엔 갈색 껍질눈이 있는데 이것이 입술을 닮았다. 그래서 어린 아이들과 ‘뽀뽀나무’라는 이름을 지어 부르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 껍질이 통째로 붕 떠서 종이처럼 얇게 벗겨진다. 

필자가 결혼 후 여러 집을 전세살이하며 돌아다니다가 현재의 집을 우리집이야 점찍게 된 계기도 느티나무였다. 처음 집을 보러 왔을 때 사실 집을 보기도 전에 집 옆에 있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너무 맘에 들었다. 이층집인 필자의 집보다 더 큰 느티나무가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 없었다. 혹자는 집 근처에 큰 나무가 있으면 안 된다고 얘기하는데, 오히려 필자는 이 큰 나무의 매력에 덜컥 집을 계약하게 됐다. 부디 나무도 잘 자라고 우리집에도 좋은 일이 가득하기를 느티나무에게 두 손 모아 빌어 본다.

신승희(생태환경교육협동조합 숲과들)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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