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위에서 내려다볼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요즘은 고층아파트도 많고 항공사진도 많아 숲을 내려다볼 경우가 종종 있다. 필자 또한 높은 층에 살고 있어 변하는 숲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땅과 멀리 떨어져 산다는 것은 언제나 신경이 쓰이는 일이다. 여름 숲은 봄의 단풍과도 가을의 형형색색의 단풍과도 다른 매력이 느껴진다. 소나무숲은 뾰족뾰족하게 보이고, 참나무숲은 둥글게 보인다. 대나무숲은 풀처럼(?) 보이고, 삼나무숲은 핫도그를 세워놓은 것처럼 보인다. 삼나무는 우리나라 남쪽 지방에 오래전에 심어서 기른 나무이다. 

용인농촌테마파크에 가면 주광장에 커다랗고 낯선 나무를 볼 수 있는데, 그 나무는 넓은잎삼나무이다. 넓은잎삼나무는 중국에서 가져와 심은 식물로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물은 아니다. 그에 비해 삼나무는 제주도를 비롯해 우리나라 남쪽 지방에 많이 분포한다. 1930년대 조림한 삼나무숲이 지금은 훌륭한 경관 가치를 인정받아, 제주도 서귀포시 한남 삼나무숲은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됐다. 우리나라 삼나무는 일본에서 들여와 심었다. 일본사람들이 좋아하고 즐기는 나무가 벚나무라면, 일본의 숲을 대표하는 나무는 삼나무이다. 빠르게 자라고 곧게 크기 때문에 사람이 쓰기에도 좋은 나무이다. 오랫동안 삼나무가 살았던 일본에선 삼나무숲을 보호하고 키워내는 일을 계속 해왔다. 그리고 삶에서 삼나무를 많이 사용했다. 

플라스틱 대란을 겪고 있는 요즘 종이 빨대 사용과 플라스틱 포장재를 줄이는 움직임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그 노력 중 하나로 최근 일본 목조주택 전문회사에서 친환경적인 빨대를 만들었는데, 바로 간벌한 삼나무로 만든 나무 빨대이다. 나무를 얇게 깎아서 말아 만들어 종이 빨대보다 내구성이 월등히 뛰어나다고 하니 한번 써보고 싶다. 여러 번 사용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삼나무는 영어로 Cedar이다. 세쿼이어, 히말라야시다, 넓은잎삼나무 등이 Cedar의 종류이다. 이들은 모두 침엽수이면서 매우 크게 자라는 나무들이다. 특히, 세쿼이어는 100m가 넘게 자라기도 한다. 히말라야시다는 줄기가 검고 굵게 자라서 굉장히 튼튼해 보인다. 30cm의 눈도 거뜬하게 버티는 모습이 히말라야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삼나무도 그 숲에 가보면 웅장함을 느끼기에 손색이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삼나무숲은 거의 사람들이 만든 숲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숲은 솎아주기를 하지 않으면 빽빽하게 자라서 바닥 부분에 다른 식물들이 함께 살 수 없다. 그래서 좋은 숲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만든 숲을 관심을 갖고 끝까지 돌봐야 한다. 

작년 제주도 비자림 진입로 사건으로 삼나무숲을 어떻게 할 것인가 많은 말들이 있었다. 처음엔 진입로 확장을 위한 무자비한 벌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현지에 살며 불편을 겪는 사람들의 생각은 하지 않은 면이 있다. 삼나무의 꽃가루 피해도 문제 중 하나였다. 꽃가루가 날리지 않는 품종을 만드는 노력도 진행 중이라고 하는데, 모든 일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가짐으로 진행한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삼나무의 꽃가루가 현대에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삼나무는 커 가는데, 그것을 삶에 가져와 쓰지 않기 때문이다. 아열대지방에서 수입하는 목재 덕분(?)에 삼나무들이 전성기를 누리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자급자족, 느린 삶의 필요성이 느껴진다면 지금부터 노력해볼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아이들은 삼나무꽃가루 알레르기를 심각하게 경험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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