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범죄인 명부

3·1혁명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맞아 올 2월 11일부터 5개월 동안 연재한 <사료로 보는 용인독립운동사> 코너를 20회로 마치려 한다. ‘한말 최초 순국 이한응의 114년 전 일기와 편지’를 시작으로 민영환 순국지사, 임옥여·정주원 등 용인의병들, 3·1만세운동에 관한 일제 경찰의 기록들을 소개했다. 또한 용인 출신으로 만세운동에 참여했다가 독립전선에 뛰어든 신민부 중앙집행위원장인 김혁 장군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경기도의원인 오의선 의사, 의열단의 남정각 지사와 신흥무관학교 교장인 여준 선생과 그의 제자이자 독립전쟁 최일선에 선 오광선 장군과 부인 그리고 두 자매·사위, 한국언론사와 문학계를 빛낸 류근 선생과 시인 홍사용·류완희, 단국대 설립자 장형과 조선의용대 정철수 선생의 생생한 삶의 기록과 손때 묻은 유품을 만났다.

그간 선학자들에 의해 일부 소개된 바 있지만, 이번 연재를 통해 1909년 경기도관찰사가 내부대신에게 전국의 항일의병 동향과 진압상황을 보고한 《폭도에 관한 편책》·《폭도사편집자료-경기도편》(국사편찬위원회 소장)과 국가기록원에서 소장한 의병들에 대한 재판기록 등을 지면으로 선보였다.
 

심종윤 용인(남사면)수형기록카드
심종윤 용인(남사면)수형기록카드

이를 통해 용인 출신 항일의병들의 활동상과 재판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헌병사령부와 경기도장관 등 일제기관에서 1919년 3~4월 조선총독부에 보고한 《조선소요사건관계서류》(국사편찬위원회 소장)와 서대문형무소에서 만든 《수형기록카드》를 통해 용인 3·1만세운동의 전개 과정과 탄압 사실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99년 만에 수지 주민들에 의해 발견된 《범죄인명부》는 수지 만세운동 참여자 16명의 생년월일과 주소, 태형기록 등을 상세히 확인해 지난 3월 독립유공자로 수훈 받도록 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또한 2·8독립선언과 3·1만세운동에 참여했다가 중국 전역과 만주 일대에서 풍찬노숙한 항일지사들의 재판기록과 가출옥문서, 대한민국임시정부 의정원 의사록 등도 기존 연구를 실증적으로 보완한 값진 사료가 아닌가 한다.

선조들의 피눈물 기록, 용인독립운동기념관으로 결실 맺어야

지난 6월 7일부터 29일까지 용인문화원(원장 조길생) 주최로 열린 ‘제3회 용인시민 소장 문화재전 및 독립운동 100주년 기념 자료전’도 용인 출신 독립운동가들의 행적과 근·현대 행정자료를 만날 수 있는 값진 기회였다. 이를 통해 후손이 외교사료관에 기증한 이한응 열사의 당시 여권과 형님 및 부인에게 남긴 유서, 영국에서 만든 철명판 등을 새롭게 만날 수 있었고, 류근 선생과 함께 국내 대종교를 이끈 강우 선생의 단군 관련 자료, 3대 독립운동가 오희영의 남편 신송식 지사의 임시정부 주석 비서실 임명장, 정철수의 조선의용대와 중국 초기 사진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02년 창립돼 지난 18년 동안 3·1만세 재현행사 등 각종 선양사업과 학술회의를 이끈 용인독립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류성희)에서 조사하고 수집한 송병준 등 친일인사의 식민통치 자료(‘팔굉일우’ 비석 등)와 독립지사들의 유품 등도 용인지역은 물론 대한민국의 근·현대 100년사를 조명할 수 있는 값진 유물이 아닐 수 없다.
 

친일 송종헌의 팔굉일우비석

이제 선조들의 손때 묻은 유품들과 한국 근현대사를 꿰뚫는 역사문화 사료를 어떻게 보관하고 시민들께 보여줘 무엇을 느끼며 배울 것인가를 고민할 차례이다. 용인독립운동기념사업회와 용인문화원 등은 오래전부터 독립운동사, 나아가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조명하고 미래세대에게 꿈과 교훈을 심어줄 (가칭)‘용인독립운동기념관’ 건립 필요성을 역설했다.

전시할 사료들과 유품, 후손들의 열망, 시대적 요구도 충분하다. 인근 수원과 안성, 화성·양평·가평 등에 비해 버젓한 시립박물관이나 상설 전시관도 갖추지 못한 100만 도시 용인시의 초라한 현실, 옛 경찰대 부지를 친환경 시민교육장으로 만들고자 하는 시민들의 뜨거운 바람, 그리고 세계사에 빛날 3대 독립운동가문의 처인구 원삼면 죽릉리 비석조차 SK 하이닉스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안타까운 현 상황에 비춰 용인의 정체성을 조명할 박물관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 피눈물로 쓴 선조들의 독립운동 사료를 보면서 우리는 더 이상 무지와 망각과 게으름의 죄를 짓는 후손이 되지 말아야 한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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