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아트센터 특별전 ‘생태감각’
9월 22일까지 인간·자연 주제


쓰레기 산, 플라스틱과 방사능으로 오염된 바다, 사막화된 땅은 우리의 일상이자 살아가는 삶의 터전의 현주소다. 인간이 지구 미래를 위해 가져야할 생태학적 사고는 과연 무엇일까. 이런 질문에 대한 고민과 해답을 담은 전시가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린다. 
백남준아트센터는 9월 22일까지 특별전 ‘생태감각’을 대중에 선보인다. 전시는 지구 생태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인간의 권한에 의문을 제기하고 공생을 위해 필요한 새로운 감각을 제안하는 전시다.

전시는 ‘인간의 자연’과 ‘서식자’ 라는 주제로 나뉜다. ‘인간의 자연’에서는 인간에 의해 확장되고 구성되는 자연이라는 주제 아래 백남준의 ‘사과나무’ ‘다윈’과 함께 △이소요의 ‘TV정원: 주석’ △윤지영의 ‘에라’ △아네이스 톤데의 ‘체르노빌 식물표본’ ‘갈랄리트’ ‘카본블랙’ △제닌기의 ‘선구체Ⅰ,Ⅱ’가 전시된다. 

각 작품들은 정원의 식물과 곤충들, 깊은 숲속의 버섯과 미생물, 바다 속 문어,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한 소와 개, 인간 기술의 오랜 재료였던 광물 등과 생태적 변화를 상상하며 구성됐다. 백남준의 ‘사과나무’는 TV모니터로 만든 나무를 통해 텔레비전을 환경으로 인식한 그의 미디어 생태학을 느낄 수 있다. 생태학적인 관점에서 나무는 광합성을 통해 스스로 살아가며 지구 환경을 조성하는 중요한 존재다. 백남준은 빛을 스스로 발산하고 전화를 수신하는 TV도 광합성을 하는 나무처럼 우리 삶을 규정하는 미디어 환경의 하나로 봤다. 이외 목가적 자연 풍경의 이면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생존 현장을 기록한 이소요의 작품, 인간 중심의 자연관을 철회할 것을 요청하는 아네이스 톤데의 작품에 이어 기술의 재료가 되어왔을 찾고자 하는 윤지영의 작품이 전시된다.

‘서식자’에서는 현대 생태학의 기원이 된 지구에 대한 성찰과 그곳에서 서식하는 서식자의 목소리를 담았다. 박민하의 ‘대화77-08-12’는 달 탐사 이후 지구의 한계를 인식한 인류가 시작한 우주인과 대화를 위한 노력에 대한 것이다. 이어 지구생태계의 오랜 서식자인 인간의 주거지, 도시 생태계의 이야기를 담은 리슨투더시티의 ‘장소상실’과 동물의 권리에 대해 작업해온 조은지 작가의 신작 ‘문어적 황홀경’과 ‘봄을 위한 목욕’ ‘개농장 콘서트’가 함께 소개된다. 전시를 통해 작가들은 지구의 서식자로서 인간을 포함한 지구의 생명체들이 공존, 공생하기 위해 필요한 감각이 무엇인지 묻는다.

박선민 작가의 영상 작품도 만날 수 있다. ‘버섯의 건축’ ‘고속도로 기하학2’과 함께 한반도의 멸종위기 식물의 서식처에서 소리를 채집해 미래의 도서관 목록을 만든 신작 ‘속삭임과 잠의 도서관’은 이미 다가와 있는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변이를 만드는 ‘발효’ 작용에 주목해 이를 새로운 삶의 양식으로 제안하는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의 ‘발효컬트’는 생태학을 정치나 경제와 같은 분과가 아니라 하나의 세계관으로 정의한 백남준의 사유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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