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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한 틈을 연결하는 물질
  • 이동훈(서울새로운내과 원장)
  • 승인 2019.06.18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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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1년 갈바니가 개구리 뒷다리를 전기로 움직인 사건은 의료계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 큰 영향을 주었다. 영국의 작가 메리 셀리는 프랑켄슈타인에서 죽은 생명을 다시 살리기 위해 번개의 전기를 사용했다. 신경이 구리선처럼 전기 신호를 흘려줘 근육이 움직이는 것으로 생각했다. 현미경이 발전했지만 물렁하고 회백색 신경은 과학자들에게 큰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염색약을 이용해서 세포의 핵을 찾는 것은 성공했지만, 세포의 모양은 염색이 잘 되지 않아서 관찰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1873년 이탈리아의 골지는 세포벽에 질산은을 묻혀 굳게 했다. 하얀색 신경 세포들 사이에 질산은의 까만색은 화선지에 그려진 먹선처럼 뚜렷하게 보였다. 처음에는 까만 색깔 그대로 검정 반응으로 알려졌으나 곧 그의 이름을 따서 골지 방법으로 부르면서 전 세계에서 현재까지 활용되고 있다. 골지의 방법으로 본 신경 세포들은 마치 그물같이 서로 연결된 것처럼 보였다. 골지는 세포가 연결돼 전기가 이동한다는 좋은 증거라고 생각했다.

골지 방법에 매료된 스페인의 카할은 수많은 신경 조직을 골지 방법으로 현미경 관찰을 했고 손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화가를 지망할 정도로 그림 실력이 좋았던 카할은 신경 말단부의 연결점에 미세한 틈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신경세포들이 직접 연결된 것이 아니라 미세한 틈이 있기 때문에 틈 사이로 정보가 전달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카할과 골지는 서로 다른 주장으로 긴 논쟁이 벌어졌는데, 전자 현미경으로 신경 말단부위의 미세한 틈이 발견된 것은 1950년대에 일이다.

신경 말단부위에 미세한 틈이 보인다.

전자현미경이 개발될 때까지 과학자들은 기다리지 않았다. 1900년 일본의 타케미네가 부신추출물에서 아드레날린이라는 약품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아드레날린은 혈관 수축, 기관지 확장 등 감기, 천식, 각종 염증 치료, 출혈 방지 등 만병통치약처럼 사용되기 시작했다. 아드레날린의 효과는 교감신경을 자극했을 때와 유사했는데, 이 물질에 많은 연구자들이 주목한 것은 당연했고, 세계 각국의 과학자들의 연구 경쟁이 시작됐다.

1904년 영국의 유명한 과학자 랭글리의 제자였던 엘리엇은 실험을 통해서 아드레날린이 교감신경 작용과 유사한 것은 근육 부위에 아드레날린과 접촉했을 때 활동하게 되는 스위치 같은 부분이 존재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신경 말단 부위에서도 아드레날린과 같은 물질들이 분비돼 근육을 움직인다는 생각이었으나, 아드레날린이 직접 세포 속에 들어가서 반응을 보인 것인지 아니면 신경세포 말단을 자극한 것인지는 입증되지 않았기에 지도교수인 랭글리는 물론 당대 과학자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자신의 연구가 잘 받아들여지지 않자 실망한 엘리엇은 더 이상의 연구를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나 엘리엇의 가설은 다른 과학자들에게 영향을 주었으며 오스트리아의 뢰비도 그중 한 명이었다.

뢰비는 신경 말단부위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어떠한 물질이 분비될 것이라는 엘리엇의 주장을 확실하게 입증하기 위한 실험을 구상했다. 17년이 지난 1921년 마침내 개구리 심장을 이용해 신경 전달 물질의 존재를 확인했다. 개구리 심장은 링거액에 잘 보존할 경우 하루나 이틀 정도 심장 박동이 유지됐는데 부교감 신경인 미주신경을 자극할 경우 심박수가 느려졌다. 미주신경이 붙어 있는 개구리 심장과 신경을 제거한 개구리 심장을 준비해 각각 링거액에 담가 링거액이 서로 통하게 연결했다. 미주신경을 자극하자 첫 번째 개구리 심장이 천천히 뛰기 시작했고 신경이 없는 두 번째 심장의 박동도 느려졌다. 신경 말단에서 어떤 물질이 링거액을 통해 다른 개구리 심장에 직접 영향을 준 것이다. 신경세포가 직접적으로 전기를 전달해서 신호가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신경과 근육 사이에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이 존재하는 것이었다. 뢰비가 발견한 물질은 부교감 신경 말단에서 분비되는 아세틸콜린이었다. 아세틸콜린은 아드레날린과 같이 신경의 신호를 전달해 주는 물질 중 하나였다.

교감신경 말단부위에서 신경 전달 물질이 근육세포 등에 위치한 아드레날린 수용체를 작동시키면 혈관이 수축하거나 심장 박동이 빨라지게 돼 혈압이 상승한다. 만일 아드레날린과 유사한 물질을 활용해 기능을 차단할 경우 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실제 아드레날린 유사 물질을 이용해서 수용체를 차단하자 혈압이 떨어졌다. 과학자들과 제약회사들은 아드레날린 유사 물질을 정제화해 약품으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고, 오늘날 많이 사용되는 혈압약 중 하나가 됐다.

이동훈(서울새로운내과 원장)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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