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취지 잃고 ‘전문 음악인’ 모아 설립?
“장애인 위한 문화예술 교육, 인재 발굴부터”

백군기 시장의 공약 사업 중 하나인 용인시립장애인오케스트라 설립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전국 최초’라는 명목 하에 올해 안 창단과 첫 공연까지 계획되면서 애초 목적과 취지를 잃고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립장애인오케스트라는 백 시장이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과 향유기회 확대, 공연활동을 통한 장애인 인식개선, 사회참여 기회 확대’를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민선7기 공약사업 실천계획서에 따르면 △장애인이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하기 위한 교육, 활동기회가 부족하다는 점 △비장애인에 비해 민간 문화예술단체가 비활성화 돼 있고 안정적인 운영기반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립장애인오케스트라 설립의 근거로 들고 있다. 문화예술 교육과 활동기회가 부족한 장애인에게 안정적 문화예술단체 운영을 통해 이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장애인오케스트라가 ‘시립’으로 계획되면서 애초 ‘장애인 복지’와 ‘문화예술’ 두 가지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정책이 ‘전문 음악단체’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지적이다. 설립 취지는 잃은 채 최초 시립장애인예술단이라는 ‘명목’에 집중하고 있다는 우려가 창단 전부터 나오고 있는 셈이다.

문화재단 담당부서에 따르면 아직 확정단계는 아니지만 7월 시립장애인오케스트라 채용공고를 내고 올 연말 창단공연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화재단 관계자는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하면서 설립·운영 계획을 세워가고 있다”면서 “채용기준은 현재까지는 ‘용인 관내 거주자 중에서 정규 음악대학을 졸업하거나 동등학력 이상을 소지한 장애인’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시립예술단이 지역 이름을 걸고 예술적 수준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성격이 큰 만큼 ‘음악 실력’ 부분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매년 10억 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가는 시립장애인오케스트라에 대해 아쉬움 섞인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 장애인 문화예술단체 대표는 “현재 우리 단체는 1년치 임대료가 밀려 어려운 상황”이라며 “10년 넘게 운영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연습실조차 없어 매번 옮겨 다녀야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무리 장애인이라도 음악 엘리트만 모아 오케스트라를 꾸린다면 과연 애초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사업이 될지 의문”이라며 “정말 지원이 필요한 장애인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립장애인오케스트라가 너무 급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관련 단체 대표는 “장애인에 대한 이해 없이는 장애인 문화예술단체를 제대로 운영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공약 사업’ ‘전국 최초’라는 이유로 너무 급하게 추진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우선 장애인 문화예술 관련 교육이나 인재 발굴 환경부터 만들어 어느 정도 인프라를 구성한 후 (시립장애인오케스트라를) 창단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문화재단은 장애인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전문단체를 운영하는데 큰 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용인문화재단 김남숙 대표이사 역시 2월 본지 인터뷰에서 장애인오케스트라 운영에 대한 고민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좋은 취지는 공감하지만 타 지역 사례로 볼 때 운영 상 어려운 점도 많다”며 “장애인복지재단을 만들어 운영에 참여하도록 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용인시의회 김희영 의원은 12일 제234회 제1차 정례회 시정질문을 통해 시립장애인오케스트라가 급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점과 설치 규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전문가를 선발하고 소규모 실내악단부터 구성한 후 장기간 훈련과 연습을 통해 오케스트라를 구성해야 한다”면서 “다른 도시보다 먼저 시행하겠다는 과욕이 앞서 철저한 준비 과정 없이 시작하다 실패하면 책임질 것이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또 “법률 자문을 의뢰한 결과 명칭을 시립예술단으로 사용하면 대외적으로 용인시가 직접 설립·운영하는 단체로 볼 수 있어 책임소재가 불분명해 질 수 있다”며 문화재단이 시립장애인오케스트라를 설립·운영하는 게 법적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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