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2일 용인시장 취임식을 통해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하게 된 백군기 용인시장은 공약사항의 하나로 시민청원제도 운영을 내세웠다. 당선 후에는 이를 이행하기 위해 ‘두드림’이라는 용인시 시민청원게시판을 올해 4월 1일자로 개설했다.

두드림이란 시민청원 정책의 하나다. 시정 관련 주요 현안과 제도 개선에 관련된 정책 건의사항을 인터넷 게시판에 게시해 신청일로부터 30일 이내 4천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20일 이내에 시장이나 관련 실·국장이 동영상으로 답변해 시민의 의견이 반영된 정책을 수립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그러나 이러한 청원게시판의 시행에 대해서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두드림 게시판이 벤치마킹한 청와대의 국민청원게시판은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라는 모토를 가지고 개설됐다. 국민청원게시판은 국정현안과 관련해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서 정부 및 청와대 책임자가 직접 답하는 정책으로, 국민과의 소통 증가라는 취지 하에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 게시판은 합리적이고 적절한 청원이 아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청원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정당을 해산시켜달라는 청원이나 국회의원들을 처벌에 달라고 하는 등 정부 권한 밖의 일들, 혹은 개인적인 일들을 해결해 달라고 청원하는 일들이 상당하다. 또한 올해 2월에는 한 20대가 남동생이 집단폭행을 당했다며 소년법 폐지를 원한다는 글을 올려 경찰이 진상조사에 나섰으나 허위사실임이 밝혀져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사례도 있었다. 즉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만든 게시판이 익명이라는 이름 아래 특정 집단의 혐오, 배척, 왜곡된 사실 전달, 특정 집단의 특정 이익을 위한 청원이나 헌법질서에 어긋나는 청원, 무분별한 청원의 남용 등의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답변 요건인 20만 명의 동의도 아쉬운 부분이다. 급박하고 중대한 현안이더라도 관심이 부족해 20만 명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아무런 답변도 얻을 수 없다. 용인시의 시민청원게시판 두드림도 이러한 역기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올해 5월 25일 현재 특정사안에 관련한 동일한 청원이 중복해 40여 개가 올라오는 등 청원이 남발되고 있다.

주민의 의견을 듣고 그것을 반영하는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항상 꿈꾸던 주민자치의 모습이다. 그러나 주민청원 게시판에 대해 우리는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한다. 지자체의 장의 경우 소통을 위한다는 명목 하에 시행되는 청원게시판이 보여주기식 행정과 소통이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 청원게시판의 청원은 의무나 해결보다 소통에 집중하는 강제성 없는 제도이다. 적절하고 합리적인 청원의 경우 형식적인 답변이 아닌 실제로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주민의 경우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청원에 휘둘리거나 특정 집단을 혐오, 배척, 왜곡하는 청원을 할 때 동의하지 않는 등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요구된다. 또한 주민 전체의 이익을 증가시키는, 이른바 공익을 위한 청원에 대해 심도 깊게 생각해보고 청원을 신청할 것이 요구된다.

우리나라의 주민자치는 아직 완벽하게 자리 잡지 못했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이를 통해 발전해 나아가야 한다. 이상적인 주민자치에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이를 고취시켜 나갈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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