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용인의 유치원 학부모들, 특히 수지의 학부모들은 이 도시가 생긴 후 처음으로 거리로 뛰쳐나왔다. 수지구청 앞에서 있었던 유치원 학부모들의 집회는 전국적인 뉴스가 됐다. 보수적이고 개인주의가 강한 수지에서 유치원 학부모들이 집단시위를 할 만큼 용인 유치원 학부모들은 지쳐 있었던 것이다. 어린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는 것이 이토록 가슴 졸이고 눈치를 봐야 한다는 현실에 지치고 화가 쌓여 있었던 것이다.

사립유치원들의 일방적인 개학 연기에 혼란스러웠던 학부모들은 난생처음 거리로 뛰쳐나왔고, 거리에 모여서 용인시 유아교육 공공성 확보를 위한 단설유치원 유치를 요구했다. 100만이 넘는다고 자랑하는 용인시에 옆 지자체들에는 7~8개씩 있는 단설유치원이 용인시에는 유독 한 곳밖에 없다는 건 용인이라는 곳이 과연 어떤 곳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심각한 문제였다.

어린 아이들의 처음 교육환경도 만들어주지 못하는 도시, 어린 아이들이 사립유치원의 계산과 이기심에 갑자기 갈 곳을 잃은 도시, 이런 도시가 과연 교육도시 용인이라고 불릴 만한 것인지에 대해 학부모들의 의구심과 자괴감, 깊은 좌절이 있었고, 그 좌절은 뜨겁고 절박했다.

처음학교로 조례가 통과돼 유치원 입학과 선정이 강제로 시스템화 하기 전에는 77개 사립유치원 중에서 15.6%의 사립유치원만이 처음학교로 시스템을 수용해 평균 47%에도 한참 못 미쳤던 그런 곳이 용인이다. 도교육청 감사를 거부해 검찰에 고소 고발된 200명 이상 대형유치원이 4곳이나 되는 그런 곳이 용인이다.

최근에 도교육청에서 매입형 유치원을 추진하는 데 있어 자가 소유 단독건물 10학급 이상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용인에서만 유독 17곳이나 되는 사립유치원이 도교육청에 자신들의 유치원을 사줄 것을 요청했다. 신청자격이 되는 유치원이 38곳이었다 하니 17개 대형 사립유치원이 매입형 유치원을 신청한 것이면 거의 50%에 가까운 사립유치원들이 더 이상은 유치원교육을 안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 없다.

도교육청의 특정감사를 거부해서 고소 고발을 당한 대형유치원들이 용인에 4곳이나 된다고 한다. 이 모든 사립유치원 문제의 진행과 자료들을 통해서 명확히 드러나는 것은 용인의 유아교육 환경이 얼마나 황폐하며 비교육적으로 방치돼 있었나 하는 것이다. 용인 사립유치원들의 확장과 위세는 거침이 없었으나 그들의 내팽개침 동작 또한 주저함이 없는 것이다. 그들은 과연 유치원 운영이 공교육이고, 유치원이라는 곳이 아이들 삶의 맨 처음 학교라는 것을 생각은 하고 있었던 것일까?

도대체 용인의 유아교육이 이 지경이 되도록 용인시는 도시개발을 어떻게 해 온 것일까? 용인교육지원청은 몰랐나, 동조했나? 혹은 묵인했나 무능력했나? 그도 저도 아니면 부패했었던 걸까.

최근 용인의 사립유치원에 대한 경기도교육청 감사가 진행되는 중이다. 들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감사를 해보면 용인시의 사립유치원 문제는 심각해도 한참 심각하다고 한다. 곧 있으면 감사가 끝나고 감사보고서가 발표될 것이다. 그 감사보고서에 들어 있는 용인 사립유치원들의 실태가 과연 어떠했을지 두렵고도 기대가 된다. 두려운 것은 혹여라도 우리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비리의 실체들이 드러날까 하는 것이고, 기대가 되는 것은 그러한 객관적인 감사 결과를 통해 용인 유아교육이 환부를 도려내고 어떻게 새롭게 나갈 수 있을지를 감사보고서가 알게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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