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학 위한 통행로에 벽돌 쌓아
쌍용입대위 일방 결정에 주민 반발
기흥구 보라동에서 입주 예정 아파트가 만든 통행로를 기존 아파트 입주자대표위원회 측이 벽돌을 쌓아 막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23일 보라동 해링턴플레이스가 입주를 앞두고 통행로로 쓸 길을 위해 만든 계단 앞과 민속마을 쌍용아파트 출입구 옆에 돌연 벽돌 담장이 올려졌다. 쌍용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가 해당 길이 통행로로 쓰기에 위험한데다 출입구 바로 앞에 신호등이 생기면 통행에 불편이 우려된다며 일방적으로 쌓은 담장이었다.
벽돌로 막힌 길은 지난달 30일 입주를 앞두고 해링턴플레이스 측에서 자녀들의 통학로가 마땅치 않아 용인시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사용을 허가받은 곳이었다.
해링턴플레이스입주예정자협의회 이동균 대표는 “이 길이 아니면 아이들은 인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왕복 4차선 도로를 지나야 한다”면서 “통행로를 만들면 쌍용 입주자분들도 오히려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길인데 막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게다가 막힌 길은 국유지여서 담장을 설치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쌍용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는 이 공간이 보행에 위험하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쌍용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고압전선이 지나는데다 개천이었던 곳을 해충 발생을 막기 위해 복개한 곳이기 때문에 보행로로 적합하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어쩔 수 없다고 반박했다.
아이들 통학로를 위해 연결한 공간을 쌍용입대의 측이 일방적으로 담장을 쌓아 막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당황한 것은 쌍용 입주자들이었다. 28일 현장에서 만난 쌍용아파트 한 입주민은 “이곳에 벽돌을 쌓았다는 소식을 뉴스를 통해 들었다”면서 “입주민들은 전혀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졸지에 이웃 아이들의 통학로를 막아선 아파트가 돼 버렸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결국 입대의의 결정을 입주자들마저도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막혔던 통행로는 결국 용인시와 경찰의 개입으로 뚫렸다. 시는 국유지를 주민들이 마음대로 막을 수 없다며 담장을 철거하라는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고 계단 앞 담장은 5일 만에 허물어졌다. 시 관계자는 “주민들 간 의견을 잘 조율해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안전에 대한 우려는 검사를 통해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이후 주민 반발 여론이 거세지자 남은 담장 하나마저도 다음날 철거됐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번 일이 이웃 간 갈등으로 번지지 않아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보라동 한 주민은 “벽돌을 쌓았다는 소식에 현장으로 달려와 직접 확인하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면서 “이웃이 얼굴 맞대고 협의하고 의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 텐데 일방적으로 대응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이번 일을 계기로 오히려 서로 조심하고 배려하는 분위기가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