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고발로 폐원 반려 상태에서 이름만 바꿔
“감사 거부는 명백한 법 위반, 교육기관 자격 없어”

2월까지 210명 규모로 운영됐던 A유치원 외부 모습.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용인지역 일부 사립유치원이 경기도교육청 감사거부로 고소고발 당해 수사 중인 상태에서 학원으로 전환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0명 정원으로 대형유치원에 속하는 A유치원은 지난해 12월 도교육청의 특정감사를 세 차례에 걸쳐 거부하면서 사립학교법 위반으로 고소고발 당하고 수원지검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상태다. 용인 지역에 같은 이유로 고발된 유치원은 A유치원을 포함해 총 4곳으로 모두 폐원을 신청했으나 반려된 상황이다. 용인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수사 중인 기관에 대해 폐원 처리를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결과가 나온 이후 폐원 검토를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도교육청으로부터 고발 돼 폐원이 반려된 유치원들이 일부 원아를 학원으로 옮겨 수업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이들은 유치원 설립자나 운영자 이름이 아닌 친인척 관계의 다른 명의로 학원을 설립하고 수업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유치원은 인근 건물에 원장 친인척 명의의 유아교육학원을 설립하고 수업을 진행 중이다. 유치원 측이 폐원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이후 폐원 철회, 또다시 폐원을 통보하는 과정에서 원생들에게 학원으로 옮길 것을 권유해 실제 기존 원아 50여명이 이곳을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10명 규모 B유치원은 건물 3동 중 일부가 학원으로 등록돼 있는 상태다. 유치원 폐원이 반려된 상황에서 학원 수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치원 건물에서 수업을 진행한다면 시설변경 위반에 해당되지만 이를 매번 확인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법적 그물망을 피해 그대로 편법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일각에서는 유치원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폐원 이후 학원으로 전환해 운영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폐원이 반려된 상태에서 명의만 바꿔 수업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편법 운영을 지적하고 나섰다. 감사거부가 법 위반에 속하는 사항인데다 일부 비리나 부정과 관련이 있는 것이라면 교육청의 관리감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학원 운영으로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유치원과 놀이학교는 모두 유아 교육을 목적으로 하지만 법적 위치가 다른 기관으로 볼 수 있다. 유치원은 사립학교법에 따라 공공교육기관으로서 사업소득세와 재산세 등이 면제되고 보조금 지원도 받는 대신 설립과 폐원 인가는 물론 비용 등 운영 전반에 대한 감독을 지역 교육청에 일임한다. 그러나 놀이학교나 영어유치원은 학원에 해당돼 이 같은 부분에서 자유롭다.

때문에 현재 법적으로 학원 전환 꼼수를 규제할 만한 근거는 부족한 상황이다. 교육부가 당초 사립유치원의 일방적인 폐원에 이은 학원으로 전환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전국유치원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 박용환 부위원장은 “감사 거부 유치원의 학원 전환 꼼수는 결국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면서 “교육청 차원에서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한데도 폐원 반려나 고소고발 등 소극적인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A유치원 일부 학부모들은 유치원을 상대로 집단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위공은 “유치원 측이 도교육청 감사를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폐원하는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다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원장 친척 소유 숲체험장에서 원아들의 체험활동을 수행하면서 비용을 받는 등 불법 행위가 의심된다”며 소송 이유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원장 등이 3개의 계좌를 통해 학부모들에게 교육비체험비 등을 수령, 이에 대한 금융정보조회를 신청해 편취행위 등에 대해 고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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