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호수공원에서 촬영한 산철쭉(왼쪽)과 용인시 홈페이지에 영산홍을 분홍철쭉으로 소개한 사진(가운데). 오른쪽은 대지산공원에서 촬영한 철쭉 사진.

올 2월쯤에 나는 이런 질문을 받았다. 7~8년 전 용인의 시화가 분홍철쭉이란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때는 생태공부가 재미있어 나무와 풀을 하나씩 알아가던 때였고, 분홍철쭉이라는 이름이 생경해서 기억하고 있었다.

“알아요. 용인의 시화는 분홍철쭉이죠.”

답을 했지만 궁금해졌다. 철쭉은 알겠는데, 분홍철쭉이라니. 철쭉, 산철쭉, 영산홍, 진달래 등의 진달래과를 알아봤지만 ‘분홍철쭉’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관련학과 전공 교수님과 국립생물자원관에 문의하니 분홍철쭉은 학명이 아니고, 지방에서 그냥 쓰는 말인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다.

시화에 대해 여기저기 물어보면 시화가 분홍철쭉이든 그냥 철쭉이든 무슨 상관이냐고 되묻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용인을 알리는 홍보물에 정확하지 않은 시화를 넣으며 시를 알리고 있다. 더욱이 용인시의 마스코트는 용인의 시화를 의인화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용인시의 마스코트는 미래 첨단도시와 자연 청정도시의 조화를 바탕으로 하는 미래소년의 이미지와 용인시의 상징화인 철쭉을 의인화한 것이다.’라고 용인시 홈페이지에는 소개하고 있다.

용인시 홍보물에 나온 용인시의 시화 사진을 보면 더 혼란스럽다. 용인시 홈페이지에 나온 시화 사진은 영산홍이다. 버스정류장에 붙어 있는 시화 사진은 산철쭉이다. 사진의 이름을 국립생물자원관에 재차 확인까지 했다. 용인시의 시화가 분홍철쭉이라면서, 대외적으로 홍보되고 있는 사진에는 영산홍, 산철쭉으로 들쭉날쭉 걸려있다.

4월이 되니 숲이며 아파트 단지 내 화단에는 철쭉, 산철쭉, 그리고 영산홍이 피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용인시의 시화가 분홍철쭉이라고 하는데 진달래, 철쭉, 산철쭉, 영산홍의 사진 중에서 분홍철쭉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골라보기로 했다. 마침 활동하고 있는 용인환경정의 초등환경교육인 ‘랄랄라숲지킴이’ 아이들에게 물어보았다.

아이들은 용인시의 시화라고 하는 분홍철쭉을 골라내지 못하고 한참을 망설였다. 철쭉, 영산홍, 산철쭉은 모두 분홍색인데 ‘분홍철쭉’의 분홍색이 연한 분홍인지 진한 분홍인지도 애매하고 분홍철쭉이라는 이름을 가진 꽃은 없으니까.

학명에 없는 시화, 시화와 다른 사진. 철쭉에 분홍색을 붙여서 분홍철쭉이라고 정했으니 고유명사로 이해를 바란다는 용인시의 답변으로 그냥 잊어야 할 문제인지 모르겠다. 생태공부를 하고 아이들에게 환경교육을 하며 용인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는 속이 상하고 안타깝다. 시화를 바꾸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면 제발 관련 사진은 바른 것을 걸어주면 좋겠다. 영산홍은 영산홍이고, 산철쭉은 산철쭉이다. 그것들은 분홍색이라도 분홍철쭉이 되어서도, 될 수도 없다.

시를 대표하는 시화에 엉뚱한 사진을 걸어놓고 시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용인시의 대처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지금도 전국으로 용인의 시화는 홍보되고 있다. 애매한 분홍색의 꽃으로.

“선생님, 도대체 분홍철쭉이 뭐예요?”

“나도 정말 알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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