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속 빈 관광 도시 용인 ‘이제 실속 채우자’

용인 8경에 대한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제7경 모현 갈담비 비파담 만풍 모습. 사진은 2009년 촬영한 것이다.

용인시는 아름다운 경치 8곳을 기존 관광자원과 연계한 관광상품을 개발하겠다며 2003년 ‘용인8경’을 선정했다. 후보지가 적어 선정 과정부터 관광상품으로서 가치를 놓고 논란이 있었지만, 시는 용인8경을 선정해 발표했다. 후보지 추천 및 선정 과정에서 굳이 8경을 고집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있었지만, 다른 관광지와 연계하는 관광코스를 개발하고, 진입로와 등산로 조망대 등 기반시설을 갖춰 나가겠다며 용인 8경 홍보에 나섰다.

그러나 용인8경 선정 이후에도 논란과 비판은 이어졌다. 관광상품화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관광객 유치를 위한 관광명소 개발붐이 일어났는데, 용인시가 시류에 편승해 억지로 8경을 선정한게 아니냐는 것이다.

8경 중 대표로 꼽히는 단양8경을 비롯해 부산8경, 수원8경 등 전국의 많은 지자체는 8경을 선정하고 홍보에 나섰다. 또 일부 지자체는 이들 지자체와 차별화 하겠다면서 9경(서산, 목포 등), 10경(여수·순천 등)을 선정해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하지만 관광 트렌드와 마케팅 등의 변화로 지금은 일부 지자체(단양, 제천 등)를 제외하고 8경, 9경, 10경에 대한 별도의 홍보는 하지 않는 실정이다.

2007년 당시 선유대 사계 모습. 지금은 옛 모습을 잃었다.

더구나 ‘용인8경’ 중 일부 경관은 지정 전보다 오히려 훼손되는 등 졸속 선정 논란에 이어 관리 소홀 비판이 적지 않았다. 실제 용인8경 중 하나인 ‘선유대’의 경우 새로 지은 정자는 원형을 훼손하고 전통기법을 살려 복원하는 것을 포기하고 졸속으로 세워졌다. 인위적으로 조성한 인공연못은 자연배수가 되지 않도록 설계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최근에는 선유대 인근에 물류센터가 들어서 경관명소라는 말이 무색해졌다.

7경인 비파담 만풍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미 오래 전 남구만이 낙향해 정자를 짓고 비파를 타며 경치를 즐겼다는 전해질 만큼 울창한 숲은 고사하고 자연이 훼손돼 ‘용인8경’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욱 큰 상태다.

이런 가운데 용인시는 ‘신용인 8경’ 추진에 나섰다. ‘용인 8경’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관광명소를 발굴하겠다며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을 구성한 것이다. 문화·예술·학계·언론인 등 다양한 분야 11명으로 구성된 자문단은 용인 8경을 재정비하기 위한 방향성을 검토하고, 새로운 명소를 제안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는 이달 중 용인시민과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는 등 관광환경의 흐름을 파악하고, 자문단 의견을 반영해 신용인 8경을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환경이 변하면서 용인 8경의 위상이 떨어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며 “용인시민뿐 아니라 국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용인8경을 재정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시는 지난 3월 공무원 100여명을 대상으로 용인8경에 대한 인지도와 인식 등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신용인 8경 선정 기준은 크게 5가지다. △상징성과 대표성 △경관과 문화적 우수성 △역사성과 향토성, 전통성 △관광자원으로서 가치성과 활용성 △지역별 안배 등을 통해 새로운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그러나 용인시의 ‘신용인 8경’ 추진에 대해 벌써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관광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8경을 재정비하고자 하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굳이 과거와 같은 방식의 8경이냐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에 맞춰 시티투어, 헬스투어, 농촌체험, 걷기여행, 마을여행, 건축투어, 생태관광 등 테마별 관광지와 코스를 발굴, 개발하고 있는 마당에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하나는 또 8경이냐는 것이다. 2003년 용인8경 추진과정에서 추천 대상이 적었음에도 억지로 8경을 선정해 이미지 훼손을 가져왔음도 굳이 8경이냐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신동익 관광과장은 “꼭 8경을 선정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경전철에서 내려다본 용인시내처럼 경치가 아니라도 시민들이 편하게 찾을 수 있고,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명소 발굴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신 과장은 “시민 설문조사와 자문단의 토론 등을 거쳐 용인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를 발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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