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글 대부분 민원성…4000명 동의 하늘에 별따기 지적
시민 목소리를 듣겠다고 4월부터 시행에 나선 시민청원이 한달 동안 166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5건 가량 청원글이 올라오는 셈이다. 하지만 상당수 청원글이 개발 등에 따른 일반 민원글 성격인데다 동일 주제가 반복적으로 올라오고 있어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솔솔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답변 충족조건인 ‘30일 동안 4000명 이상 동의’도 쉽지 않다며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이어지고 있다.
용인시가 지난달부터 운영하고 있는 시민청원 게시판에는 3일 기준으로 총 166건의 청원글이 올라와 있다. 하지만 주제가 중복되는 내용이 상당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 민원글과 시의 주요현안, 정책 등에 대한 의견 비율은 9:1 정도다. 시가 애초 시민청원 제도를 운영하겠다고 나선 취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답글 충족 조건 4000명이 과다하다는 지적도 눈여겨 볼 만하다.
지금까지 올라온 청원 글 중 4000명에게 동의를 얻은 글은 4월 4일 ‘기흥구 한보라마을 학교밀집지역내에 물류센터 승인을 철회해 주십시오!’란 제목으로 올라 온 글이 유일하다. 청원기간 하루를 앞둔 3일까지 참여인원은 4207명이다.
같은 기간 청원 종료된 글 15개가 얻은 동의 건수는 모두 합쳐 2847건에 불과하다. 1건당 평균 189.8건 정도다. 청원기간이 아직 남은 글 대부분도 동의 횟수가 1000건 이하다. 그만큼 4000회에 걸친 동의를 얻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특정 지역현안을 두고 조직적으로 동참하지 않은 정책제안 글 대다수는 동의 횟수가 100명 이하 일만큼 시민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답변 충족조건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용인시가 정한 30일 이내 4000명은 용인시민 100만명 중 0.4%에 해당하는 수치로, 청와대 국민청원 성립 요건과 같은 비율이다.
반복적으로 올라오는 문제도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실제 청원게시판을 보면 ‘성복역 롯데캐슬 골드타운 입주지정기간 조정 요청의 건’이란 제목의 청원글이 4월 29일부터 총 50개 이상 올라와 있다. 이 기간 전체 올라온 청원글이 60여개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도배가 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복청원글을 막아달라는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한 상태다.
이 청원글을 올린 청원자는 “같은 내용 청원을 반복적으로 올리는 것은 볼기 불편하다. 용인시민으로 청원 내용은 공감하지만 계속된 청원신청은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용인시는 일단은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시민소통관 관계자는 “시작 단계라 3개월 가량은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답변 기준은 내부적으로 정한 규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청와대 국민청원 기준과 다른 자치단체와 비슷하게 잡은 것”이라고 말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중복청원글에 대해서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동참이 우선시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동일인이 중복해서 글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같은 주제를 여러 시민이 올리고 있어 시 자체적으로 삭제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