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수집 첫날 경험부족 절도혐의로 입건
지원 대상 안돼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김모 씨 부부는 버려진 종이나 고철 등을 수거해 판매한 돈으로 생활하고 있다.

“버려진 고철인 줄 알았는데, 형사님이 얘기해줘서 주인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이런 일(폐지 등 수집)이 처음이다 보니 정말 죄송합니다.”

할부로 중고 화물차를 구입해 폐지 등을 줍기 위해 나섰다가 특수절도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한 부부의 사연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사연의 주인공은 폐지 등의 수집에 나선 첫날 버려진 고철로 알고 고물상에 팔았다가 경찰에 입건된 김모씨 부부(남편 59·부인 54, 처인구 백암면)다.

지난 3월 남편 김씨가 배달을 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딸 집에서 지내던 부부는 더 이상 딸 집에 살 수 없게 되자 신용카드로 1톤짜리 중고 화물차를 구입했다. 두 차례에 걸친 교통사고로 생활이 넉넉지 않아 폐지나 고철 등을 팔아 생활해야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폐지 수집을 시작한 지난달 2일, 유방동의 한 점포 앞에 놓여 있던 고철을 주워 고물상에 팔았다. 김씨 부부는 오전에도 폐쇄된 공장에 버려진 줄 알고 낡은 간판을 주워 고물상에 팔았다가 이미 한 차례 경찰 조사를 받은 상태였다.

경찰 조사 결과 남편 김씨는 2017년 11월 화물차 운전 중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쳐 검사 도중 신장에서 암이 발견돼 신장 제거와 뇌수술을 동시에 받았다. 그러나 수술 이후 손발 저림과 난청이라는 후유증이 생겼다. 수술 후 겨우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해 배달 일을 하던 올해 3월 또다시 교통사고를 당했다. 생활이 여의치 않던 김씨 부부는 딸 집에 잠시 살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게 되자 폐지 등을 팔아 생활하려다 범죄자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것이다.

“남편이 배운 게 운전뿐이라 폐지나 고철을 팔면 그래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폐지 수집을 시작한 첫날, 길가에 있길래 버려진 줄 알고 가져갔어요. 경험이 없다 보니 실수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김씨 부부를 조사한 경찰도 고의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없었던 일로 할 수 없어 난감하기만 하다. 교통사고 등으로 진 빚을 갚는 것은 고사하고 월세와 차량 기름값을 대느라 하루에 한두 끼 먹을 정도로 겨우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편을 도와 폐지 수집을 하고 있는 김씨는 경제활동 능력이 있다. 하지만 두 차례 사고를 당한 남편 곁을 지켜야 하는 데다, 카드값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취직도 할 수 없는 상태다. 그러나 남편 김씨는 장애등급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되지 않아 정부나 지자체 등의 지원 대상에서 빠져 있는 이른바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살림이라고 해야 옷 몇 벌과 얇은 이불이 고작인 김씨 부부. 보증금 200만원, 월세 37만원에 단층짜리 원룸에 살면서 폐지와 고철 등 재활용품을 팔아 생활하고 있는 김씨 부부와 같은 이들에겐 사회적 지지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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