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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변해버린 시대…노부모들이 말하는 신 효도법은?가정의 달 ㅣ 다양한 세대 구성 노인들의 속 이야기

“우리는 부모도 모시고 자식도 모시는 세대”
“가정 이뤄 건강하고 행복하기만 바랄 뿐”
“나이 들면 부담 주기 싫어 요양원 갈 것”

최기분 씨, 김일신 씨, 오옥영 씨, 최영애 씨, 안병재 씨(왼쪽부터)는 “자녀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바라는 것은 그저 자녀들이 잘 사는 것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섬길 효, 도리 도. ‘부모를 섬기는 도리’라는 의미의 효도는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도리 중 가장 우선으로 꼽힌다. 그러나 바다에 몸을 던져 아비의 눈을 뜨게 한 심청이가 효녀의 상징이었던 시절은 오래전 얘기다.

대가족에서 점차 핵가족화 됐던 가족의 유형은 시대가 변함에 따라 점차 다양해지고 또 세분화되고 있다. 인간의 평균연령이 높아지면서 홀몸 노인이 급증하고, 결혼을 피하는 젊은 층이 늘면서 성인이 된 후에도 독립하지 않고 노부모와 함께 사는 가정도 늘었다. 맞벌이 부부가 자녀 육아를 위해 부모와 함께 사는 새로운 개념의 대가족도 생겨났다.

이들 가정의 ‘부모 세대’가 생각하는 효도는 분명 다르지 않을까. 그들이 자녀에게 바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 취재는 그 물음에서 시작됐다. 다양한 가족 유형에 있는 60대에서 80대 노인의 생각을 전하기 위해 3대가 함께 사는 최영애(73) 씨와 최기분(74) 씨, 성인 미혼 자녀와 함께 살고 있는 오옥영(76) 씨와 안병재(66) 씨, 홀로 사는 유영희(80) 씨, 김일신(75) 씨가 한 자리에 모였다.

5남매 자녀가 모두 결혼해 가정을 이룬 후 홀로 살고 있다는 유영희 씨는 ‘자녀들이 부담스러워 할까봐’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 가족 모임조차 못하게 한다고 했다. 유 씨는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면서 “그저 각자 가정 이뤄 잘 사는 것 말고는 다른 건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10년 넘게 홀로 살고 있는 김일신 씨 역시 마찬가지다. 자식들과 1년에 많아야 5번 만날까 그 외엔 연락도 자주 하지 않는다. 김 씨는 그런 자녀들에게 서운한 마음을 내비치면서도 “나는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모시고 살았지만 가능하면 자식들은 본인이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다”며 “시대가 변했으니 이해하고 포기하고 산다”고 했다. 김 씨는 그러면서도 나이가 더 들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 연락은 자주 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안병재 씨는 아내와 노모, 아직 결혼하지 않은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노모는 올해 91세로 동네 앞을 가거나 병원을 갈 때 늘 옆에서 도와드려야 한다. 안 씨는 “관절염, 허리, 소화기 내과, 알츠하이머 초기 증상 등 병원에 수시로 드나드신다”면서 “모든 일상을 어머니에게 맞춰서 한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해야 할 도리”라고 말했다. 안 씨는 그러나 아들에게는 이런 부담을 안기기 싫다고 했다. 안 씨는 “그저 빨리 장가가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만 바랄 뿐”이라며 “예전에 아들에게 ‘내가 나이 들면 요양원에는 가고 싶지 않다’고 넌지시 말했더니 ‘요즘 시설이 좋고 외롭지 않아 좋다더라’는 답을 들었다. 세상이 바뀌었으니 내가 했듯이 자식도 해야 한다고 바라는 건 맞지 않는 일인 거 같다”고 말했다.

올해 41살이 된 미혼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 오옥영 씨 역시 자식 걱정이 앞설 뿐이다. “아들이 장가가서 재밌게 살았으면 하는 게 가장 큰 소원”이라고 말한 오 씨는 “장가가라고 말하면 난 ‘엄마만 있으면 된다’고 말한다”며 “조금 있으면 나는 죽는데 혼자 남을 생각하면…”하고 말끝을 흐렸다. 노인들이 말하는 ‘변해버린 시대’는 ‘나이 든 부모를 돌보는 걸 자녀에게 바라지 않는 시대’를 의미하고 있었다.

홀몸 노인이나 미혼 자녀와 함께 사는 노인이 ‘자식에게 바라는 건 오직 그들의 행복’이라면 3대가 함께 사는 부모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다 돌아가신 후 아들 내외, 손주와 함께 살고 있다는 최영애 씨는 “시어머님을 모시는 일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모셨지, 부담스럽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며 “자식들에게는 부담을 주기 싫어 따로 살자 했지만 며느리가 임신 후 오히려 먼저 함께 살자고 하더라”면서 “자식이 원하는데 어쩌겠나. 우리는 부모를 모시고 자식도 모시는 세대”라고 말했다.

최영애 씨 말에 최기분 씨가 입을 열었다. “우리는 위로 눈치, 아래로 눈치를 봐요. 샌드위치야 샌드위치.” 최기분 씨는 “평소에 맞벌이하는 아들 내외를 위해 밥이며 빨래며 다 내가 하는데 그러다보면 1년에 두어 번 감정이 폭발할 때가 있다”면서도 “그래도 우리 며느리가 착해서 혼을 내면 가만히 듣고 ‘죄송하다’하고는 만다. 어버이날이면 손주들이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아들 내외는 용돈을 주며 외식을 시켜준다. 그 맛에 사는 게 아니겠나. 뭐 하러 자식에게 부담을 주나”라고 말했다.

그 말에 노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식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동의하면서도 나이가 들면 요양원에 가야한다는 사실에는 “누가 가고 싶어서 가느냐. (부담 주기 싫으니) 어떨 수 없이 가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YSB] 어버이날, 자녀들에게 전하는 부모님의 영상편지
☞ http://youtu.be/FfggZSklusc

황연실 기자  silsil47@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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