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 경기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경기옛길 역사탐방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낮 12시에 동백동 백현중학교 정문 앞에서 만났다. 정각에 모든 대원이 다 모였다. 대원은 노인층부터 초등학생까지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이었다. 대원들에게는 안전보험을 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집행부서의 시민 안전책에 대한 수준이 높아졌음을 실감했다.

우리는 2.8킬로미터를 걸어 한 시간 후 할미산성 정상에 도착했다. 용인문화원 김장환 사무국장의 상세한 설명을 30분가량 흥미진진하게 들었다. 그 설명 요지는 다음과 같다.

“용인지역이 삼국시대 쟁패의 장이었으며, 특히 신라가 진흥왕 때 한강지역을 장악하는데 중요한 거점이었다. 이 산성은 신라에서 쌓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 산성에서 출토된 장경호를 통해 6~7세기경에 축조됐다고 해석된다. 이 산에서 경안천이 발원해 광주를 지나 남한강으로 유입되며, 탄천이 이곳에서 발원해 북쪽으로 흘러 성남을 거쳐 송파에서 한강에 합류된다. 남서쪽으로는 오산천과 진위천이 용인에서 흘러 당진의 서해로 들어간다. 이 할미산성은 용인에서 발원하는 하천의 꼭짓점과 같은 중요한 요새이다. 이 곳은 충북대학교에서 발굴했고, 1998년 충북대 중원문화연구소에서 지표조사를 했고, 2005년 경기도박물관에서 시굴조사, 2011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문화유산연구원이 5차례에 걸쳐 발굴조사를 실시했다. 할미산성은 경기도 기념물 제215호이다.”

김 국장이 알기 쉽게 술술 풀어서 설명함에 대원들은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모두 경청하는 진지한 모습이 아름다웠다. 일반 시민에게 역사지식을 넓혀주는 값진 설명이었다.

대원이 다음 코스인 석성산에 가려고 할 때 나는 작별을 했다. 김 국장님이 내 소개를 해 주셔서 잠깐 동안 이야기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얻었다.

“나는 용인시민들이 용인이라는 도시 명칭이 가지는 의미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용인현은 고려시대 용구현이었는데 조선 태종대에 처인현과 합쳐 용인현이 됐다. 용(龍)자는 고구려, 고려시대에 국가나 민간에서 신성한 동물로 숭배됐는데 지상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상상의 동물이었다. ‘용’자는 여러분 자녀들이 큰 이상을 가지고 자랄 수 있는 자부심을 줄 수 있는 명칭이며, 인(仁)자는 남에게 도움을 주라는 우리들의 생활신조를 가르쳐 주는 칭호라는 좋은 의미임을 말해줬다. 그리고 광개토대왕이 5만 명의 기병과 보병을 보내 신라를 괴롭히는 왜적을 쫓아내기 위해 경남 함안까지 갔을 때에도 이곳을 지나 안성, 충주를 거쳐 갔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보충해 설명했다.

나 혼자 남아서 두 시간 동안 할미산성을 두 번 돌아봤다. 산성의 돌은 무너졌지만 5.6km 전체 성이 온전히 남아있다. 산성은 정상 부분 띠를 두른 듯 감싸고 쌓았다. 이런 산성을 형식상 퇴뫼식 산성으로 부른다. 산성에는 식량을 보급하거나 우군이 상시 출입하기 위한 통로가 있어야하므로 서문과 남문 동문, 북문이 있어야 한다. 성지에서 성문지를 찾는 것은 필수항목이다. 그런데 성문지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다.

우리가 처음 올라간 곳이 서문지였다고 생각한다. 이 곳에는 최근에 쌓은 20미터 가량의 성이 있었다. 남쪽 성문지로 생각되는 곳도 있었다. 한국문화유산연구원이 발굴한 곳은 현재 천막으로 덮여있고 잔디를 심어 놓았는데, 아주 최근의 것으로 보였다. 동북쪽은 산세가 험해 성문지가 없을 수도 있으나 북문지나 동문지도 혹 있지 않았을까 한다. 이는 산성을 다시 수축하려면 성지를 시굴해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성에서 방어에 중심을 둔 곳은 서쪽지역과 남쪽지역임을 산세와 산성의 모습으로 봐서 확연히 알 수 있었다.

용인시장과 시의원은 이 산성을 수리 복원하면 용인의 관광명소로 아주 좋은 문화재가 될 것이므로 예산을 세워 문화관광의 자료로 활용하기를 청원한다. 1300여 년 전에 쌓은 돌이 허물어져 흩어져 있는데, 이를 주워 올려 다시 쌓는 일은 우리 후손들이 해야 할 필수적인 일이고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산성에 대한 발굴조사와 지표조사서 내용을 보관하고 있는 곳을 용인시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다. 그 유물 등을 보관하기 위한 향토사 박물관 건립도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보정동 고분군과 임진왜란 때 유적지 등이 아파트 공사로 모두 없어졌지만, 그 보고서와 내용은 용인에서 귀중하게 보존하고 향토사 연구의 소중한 자료로 활용돼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할미산성 정상에서 다시 보니 광주의 남한산성, 수원의 광교산, 성남의 청계산, 수원시까지 보이고 서울의 남산이 보였다. 용인의 전 시가를 한 눈으로 볼 수 있는 곳 할미산성, 오늘의 답사가 나에게는 대단히 소중한 기회였다. 용인시민들이 역사의 현장을 답사하는 뜨거운 열기를 직접 보면서 이를 적극 알려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됐다. 시민이 우리 역사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음은 대단히 중요한 문화적 저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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