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표면 균열 기법 눈길

도예가 현정숙은 의도적으로 도자기 표면에 균열을 만들어 여러 가지 색을 입히는 과정을 반복하는 기법을 생활자기에 도입한 작가다. 그의 작품을 만나면 전통 찻잔과 주전자 표면이 매끈하고 광이 날수록 완성도가 높아진다는 편견은 사라진다. 유약을 바르고 초벌한 후 스펀지를 이용해 여러 번 닦아내고 마르길 반복하면 표면이 갈라지는데 그 사이에 여러 가지 색의 안료(도자기용 물감)를 바르고 닦아내는 과정을 또 여러 차례 반복해 작품을 완성한다. 온도와 수분의 정도에 따라 자연스럽게 균열된 표면은 섬세하고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다양한 안료의 색은 스펀지로 닦아내는 과정에서 도자기에 자연스럽게 흡수되고 겉이 아닌 속부터 머금은 색은 수백 년 수천 년 역사를 지닌 듯 오묘한 느낌을 뿜어낸다.

현정숙 작가는 최근 이 기법으로 완성한 평면도벽 ‘삶’시리즈에 집중하고 있다.

현 작가는 작품의 표면이 갈라지고 그 속에 여러 색을 입히는 과정을 인생에 비유했다. 행복과 절망, 감사와 원망이 섞여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있는 인간의 삶을 도자기의 균열로 표현한 것이다. 그 균열은 때로 깊고 긴 길을 만들어낸다. 절망과 고통을 겪으며 성장하고 인생의 길을 찾아가는 인간사와 무척 닮았다.

사실 도예 작품은 작업 과정 자체가 인생에 비유될 만큼 고난의 연속이다. 섭씨 800~900도로 8시간 초벌하고 유약을 바른 후 다시 1250도 이상의 높은 온도로 13~15시간 가마에 넣어 구워내야 완성된다. 높은 온도를 거치면서 흙은 단단해지고 아름다운 빛과 광을 갖는다.

사람을 만나고 가르치는 일을 좋아했던 현정숙 작가는 그만의 작품 활동과 함께 대학 강의와 도예공방 운영에도 매진해왔다. 도예는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는 분야다. 흙을 좋아해서 공방을 찾는 사람들과의 시간은 현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하루 종일 공방 수업을 마치고 홀로 남으면 다시 작가만의 작업 세계로 빠져 들었다. 그렇게 30년 넘게 공방에서 휴일도 반납하고 매일 시간을 보내왔지만 그래도 현 작가는 흙이 좋고 도예가 좋단다. 그야말로 흙과 현 작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1989년 공방을 시작했으니 30년이 넘었어요. 흙과 더불어 살았죠. 흙을 다듬고 만지면 마음이 안정이 됐어요.”

도예 분야는 점점 산업자기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가 꾸준히 물레와 손작업 위주의 작업을 이어가는 이유는 그만의 매력을 대중에게 알리고 싶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산업자기와 달리 수작업으로 생산한 생활자기는 적당한 무게감으로 손에 잡히는 맛이 있다. 때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지는 색과 광택, 무늬는 수작업의 묘미다.

“손으로 만든 도예품은 무거울 거라는 생각을 많이 하시나 봐요. 제 생활자기를 들어보시고는 ‘생각보다 가볍다’고 놀라시는 분들이 많아요. 생활자기는 적당한 무게감이 있어 오히려 사용하기 편하고 튼튼해 오래가요.”

현정숙 작가는 도예가 다른 어떤 미술 분야보다 사람들과 가까이 있다고 강조했다.

“흔히 미술, 예술 하면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하시잖아요. 도예는 집 어디에서도 볼 수 있어요. 그만큼 우리와 밀접하죠. 그런 점에서 전 도예를 좀 더 널리 알리고 싶어요. 도예를 배우고 직접 해보면서 삶 속 예술을 찾는다고나 할까요. 제가 힘들어도 공방을 수십 년 이어오고 있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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