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정의 달 특집 (2)

용인에서 매년 7명 이상 무연고 사망자 발견
간소한 장례절차 후 평온의 숲에 영면하지만…

한 공간에 살면서 같이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을 식구라고 한다. 대체로 혈연적 관계에 있지만 대가족에서 핵가족을 넘어 단세포수준으로 쪼개지는 현실 속에서 사회적 관계로 맺어진 가족도 흔하다. 다각적인 관계도가 생겼지만 중요한 것은 점점 외로워지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전분세락(轉糞世樂)이라고 했나. 제 아무리 외로운 삶이라 해도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날 수 있는 분명 죽음보다는 좋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홀로 근근이 살다 소리 없이 삶을 다하는 이웃들이 있다.

매년 두 달에 한 명꼴로 외롭게 떠나는 무연고 사망자=용인시에 거주하는 100만 시민 중 2017년 한해 사망자 수는 3800명이다. 저마다 안타까운 사연이 있을 것이며,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 보낸 남은 사람의 슬픔은 이루 말하기 힘들 것이다. 그 중 11명은 그의 죽음에 가족 누구 한명 찾아와 주지 않고 쓸쓸하게 현실과 영영 이별을 고했다. 행정적으로 이 경우를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하고 있다. 무연고란 어떤 혈통이나 정분 또는 법률상으로 맺어진 관계가 없는 사람들을 말한다. 때문에 사망을 하더라도 가족에 의해 장례가 치러지는 것이 아니라 행정기관이 최소한의 절차에 맞춰 처리하게 된다.

용인시를 통해 받은 자료를 보면 용인시에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돼 장례를 치른 건수는 총 38건이다. 매년 7.6건, 평균 두 달에 한 건꼴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별로 보면 수지구는 2014년 1건 이후 현재까지 다행스럽게 신고가 들어오지 않은 반면, 처인구는 2014년 5건 등 2018년까지 총 17건이 발생했다. 올해 4월 현재까지 벌써 4명이 외롭게 생을 마쳤다.

기흥구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기흥구에서는 총 20명이 변변한 장례식도 치르지 못하고 삶을 마쳤다.

무연고 사망자를 거주형태별로 보면 신원불상자를 제외하면 1인가구로 살아오다 홀로 운명한 경우가 전부다. 무연고 사망자의 경우 장례 담당 기관이 생전 거주지역이 아니라 사망지가 기준이 돼 용인에서 발생한 무연고 사망자 중 4명은 수원 등 다른 지역에 거주지를 뒀다. 4명은 또 거주지를 명확히 파악하기 힘들다.

성별로 보면 전체 38명 중 남성은 28명인데 반해 여성은 9명이다. 특히 처인구에서는 2017년부터 올해까지 발생한 총 4건은 성별을 확인하기 힘들어 신원불상으로 분류됐다. 이에 처인구는 개발구역에서 공사 중 발견된 유골로 사망 기간이 상당히 지나 파악이 어렵다고 설명하고 있다. 계절별로 보면 여름철(6~8월)에 14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봄(3~5월)이 10건으로 뒤를 이었다. 겨울철(12~2월)에도 8명, 가을철(9~11월)에도 6명이 사망했다.

동가식서가숙 끝에 외롭게 마침표 찍는 사람들=사망자 발견 신고가 들어온 이후 그들이 무연고자로 판명 받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이들이 가족이 있느냐는 것을 확인하면 되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주검을 거둬 제대로 된 장례를 치를 가족의 의지를 확인하는데 걸리는 시간이라고 보면 된다. 2~3일이면 대부분 다 확인된다. 결과는 “그냥 알아서 해주세요”란다.

한 구청 무연고자 업무 담당자는 “무연고 사망자 상당수가 이미 가족과 오랜 시간 교류가 없거나 연락이 끊어진 경우다. 그렇다보니 사망소식을 전하면 무연고자 공영장례 지원제도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제도에 맞춰)알아서 해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가족과 연락이 되지 않으면 길어야 10일 이내에 장례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장례절차는 매우 간소하다. 일반적으로 3일장을 치르는 것과 달리 이들 장례는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이 걸리는 화장절차까지 포함해도 몇 시간이면 끝난다. 조문객도 없다. 단지 해당 공무원이 간소한 과정으로 마지막 인사를 한다.

인기척 없어 외로웠던, 하지만 살아 움직이며 곳곳에 흔적을 남겼던 삶의 공간을 떠난 무연고 사망자는 유골함에 담겨 용인 평온의숲 한편에 자리 잡아 관리된다. 대체로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사무용 용지 넓이 정도의 네모난 공간에서 지내야 한다. 명절이나 제사 때도 특별히 찾아오는 사람도, 차려지는 제삿상도 없다.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 지낼 수 있는 기간은 10년이다.

이 기간이 지나면 어떻게 되나. 현재 평온의 숲이 운영에 들어 간지 아직 10년이 채 되지 않기 때문에 이후 관리 방안에 대해서는 명확치 않다. 다만 용인시는 공동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홀로 살다 외롭게 삶의 마침표를 찍은 이들. 명절이라고 차례 상 제대로 받지 못하고 어른 손바닥만 한 공간에서 10년을 더 보내고 난 뒤 유골함이 되어 그들끼리 모여 살게 되는 셈이다.

한편 현재 용인 평온의숲에는 무연고자 900여 유골함 안치돼 있다. 이중 대부분은 묘 이장과정에서 발생한 것이지만, 개발현장에서 수거된 것들로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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