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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화폐는 골목상권을 살릴 수 있을까
  • 박형영(용인시협동조합협의회 회장)
  • 승인 2019.04.2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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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동천동에는 ‘문탁네트워크’라는 인문학 공동체가 있다. 이 공동체의 특징은 책으로 배운 것을 현실에서 다양한 형태로 실험한다는 데 있다. 마을작업장을 만들어 생활용품을 직접 생산하고 판매하는가 하면 청년들을 위한 공유공간을 만들어 세미나도 하고 음식도 만들어 나눠 먹는다.

회원들끼리는 ‘복(福)’이라는 화폐를 사용해 거래한다. 회원은 품앗이 생산활동에 참여해 복을 벌 수 있고, 그 복을 수강료나 물품 구입 등에 사용할 수 있다. 문탁 내에서는 돈이 없어도 복만으로 대부분의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복은 이자가 붙지 않는다. 안 쓰고 쌓아 놓아봐야 자산 증식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한 복은 투명하게 관리되며 항상 공개된다. 상호신뢰가 바탕에 깔린 공동체이기에 가능한 지역화폐다.

지역화폐는 19세기 공상적 사회주의자이자 협동조합운동가였던 로버트 오웬의 노동바우처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이후 다양한 형태의 지역화폐가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전의 한밭레츠가 최초의 공동체 지역화폐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에 시작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공동체 기반의 지역화폐와 달리 요즘에는 지방정부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발행하는 지역화폐가 붐이다. 경기도가 지난 4월 1일부터 발행한 지역화폐도 그 중 하나다. 올해 발행 규모는 정책자금 3582억원, 일반발행 1379억원 등 총 4961억원이다. 정책발행은 도에서 도민들에게 지출할 복지비 등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방식이고, 일반발행은 원하는 도민이 자율적으로 지역화폐를 구입하는 방식이다. 도민은 일반발행분을 6% 할인된 금액으로 구입할 수 있다.

지방정부 지역화폐는 1999년 처음으로 도입됐다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지역화폐 활성화를 국정과제로 채택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지방정부 지역화폐는 과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을까? 일부 지역에서 지역화폐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보도를 보면 성공사례도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사용액 규모로 성공 여부를 가름하는 건 성급한 판단이다. 성공의 유력한 판단기준은 투입비용 대비 산출효과다.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운영하는 데에는 비용이 들어간다. 일반발행은 할인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그 할인율(경기도는 6%)만큼 세금으로 메워줘야 한다. 정책발행은 현금으로 지급해야 할 금액을 일종의 상품권으로 주는 것이기 때문에 수혜자들이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발행과 운용을 위한 비용도 적지 않게 들 것이다.

그럼 산출효과는 무엇인가. 당연히 지역화폐가 지역순환경제에 얼마나 기여했는가 하는 것이 될 것이다. 지역화폐 가맹점들의 매출이 얼마나 늘었는지는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 늘어난 매출이 연쇄적으로 지역경제에 어떤 파급효과를 일으켰는지도 고려해야 하고, 대형마트 매출에는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아직까지 이런 측정치를 발표하는 지방정부는 보지 못했다.

그러나 성과측정을 못했다고 정책실험까지 멈춰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화폐는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논리적 타당성이 있다. 지역살림이 무너지고 골목상권이 주저앉는 작금의 위기상황에서 안전한 돌다리만 건너겠다고 하는 건 너무 안일한 태도다.

그런 점에서 용인시가 지역화폐를 대하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 경기도 31개 시·군 중에서 성남시는 가장 많은 액수를 발행한다. 무려 1000억원이다. 이어 화성시 950억원, 수원시 288억원 순이다. 용인시는 160억원으로 8번째다. 그러나 1인당 발행 규모를 보면 1만5000여 원으로 가장 적다.

용인시가 어떤 판단근거를 가지고 이런 액수를 산정했는지 궁금하다. 지역화폐의 효과를 검증할 수 없으니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인지, 용인 경제규모에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주변 도시에서 성공하면 따라가겠다는 것인지. 100만 도시라는 위상은 단순히 인구 수가 아니라 선도적인 정책에서 나와야 한다. 이제 용인시는 다른 지방정부를 추종할 것이 아니라 견인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본지는 용인시협동조합협의회장으로 있는 박형영 사회적협동조합 사다리 이사장을 경제분야 객원논설위원으로 위촉했습니다. 박 이사장은 현재 경기도 따복공동체지원센터 창업 및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전문컨설턴트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박형영(용인시협동조합협의회 회장)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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