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노는 초등학교 운동장에 바람이 살랑 분다. 꽃비가 내린다는 표현이 딱 맞아 떨어지게 벚나무 꽃잎이 살랑살랑 바람을 따라 떨어진다. 꽃비를 알아차린 아이들도 그것을 잡으려고 여기저기 뛰어다닌다. 꽃잎이 무수히 떨어지는데도 쉽게 잡을 수 없는지 쉴 새 없이 뛰어다닌다. 한동안 초등학교에 숲을 만드는 프로젝트가 유행처럼 있었다. 그 덕분에 학교 안에 더 많은 식물들이 자리 잡은 것은 사실인 듯하다. 꽤 넓은 학교숲에 연못을 만들어 수생식물을 볼 수 있는 곳도 있었다.

예전에 필자는 학교숲의 나무에 이름표를 붙여주는 활동을 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학교숲에 들이는 수고가 주춤하는 시기인가보다. 주변에 나지막한 언덕 숲이라도 있는 학교는 정말 행운이다. 공을 들여 학교숲을 만들지 않아도 매일 등·하굣길에, 체육시간에, 학교 놀이터에서, 언제나 자연을 느낄 수 있으니 자연공부가 따로 없다. 필자가 사는 동네의 초등학교도 그런 곳이라 우리 동네 아이들에게 너무도 다행이다. 사계절 자연은 변하고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만 가장 기분 좋게 변화무쌍한 시기는 봄이다. 어찌 보면 아직 잎이 많이 나지 않아, 숲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겨울숲과 같아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배경에 연둣빛이 묻어나는, 지금은 봄이다. 숲 안에서 숲이 겨울과 달라 보이는 이유는 작은 키 나무에 잎이 나기 시작한 것 때문이고, 숲 밖에서 겨울과 달라 보이는 이유는 큰 나무들이 꽃을 피우기 때문일 것이다. 봄 숲에서 꽃을 피우는 큰 나무들은 우리가 아는 산벚나무, 산돌배나무, 목련같이 정말로 보기 좋은 꽃이 피는 나무들이다. 그리고 신갈나무, 사시나무, 오리나무처럼 꽃 같지 않아 꽃이 핀지도 모르는 나무들이 있다. 그런 꽃들도 색이 있어서 연둣빛이거나 노란색이거나 갈색을 띠고, 그 꽃의 양도 엄청나서 알록달록한 봄단풍을 만든다. 여름의 진한 초록과 조금 다른, 봄의 색들은 숲을 싱그럽게 만든다.

야생동물을 보기에도 좋은 때가 봄이다. 고라니, 청서는 울창하지 않은 숲에서 그 몸을 고스라니 드러내고 다닐 수밖에 없다. 햇살 좋은 무덤가에서 고라니 똥을 발견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사람들이 다니는 길은 아무리 좁은 길이라도 적당한 폭이 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난쟁이가 다녔을 법한 아주 좁은 길이 있는데, 이것은 야생동물들이 다니는 길이다. 한 번도 그런 길을 본 적이 없다면 지금 찾아보자. 탐험을 좋아했던 아이로 돌아갈 수 있다.

여러 종류의 새들은 지금이 짝을 찾는 시기라 가장 좋은 소리를 내고, 가장 멋진 행동을 한다. 새들이 알을 까기 위해 짓는 나무 둥지도 지금처럼 잘 볼 수 있는 때는 없다. 우리가 이렇게 다양한 자연을 알 수 있는 것은 주변에 숲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작은 아이가 ‘악어떼’라는 동요를 부르다가, “엄마, 악어 떼가 뭐야?” 해서 “응~ 악어가 아주 많으면 악어 ‘떼’라고 해. 상어 떼, 참새 떼처럼~!” 했더니 “그럼, 나무가 많으면 나무 떼야?” 해서 웃었다. “아가야, 나무 떼는 숲이라고 해, 숲~”

숲은 큰 나무들과 작은 나무들, 그리고 그 가장자리를 만들어주는 식물들이 그 형태를 잡는다. 땅 위와 땅 아래에서 공간을 공유하며 관계를 만든다. 그 관계를 단단하게 해주는 것은 동물이다. 그래서 빈 땅에 나무를 심는다고 숲이라고 하지 않는다. 생물 간에 관계를 만들지 못한 숲은 아직 숲이 아니다. 사람이 만든 숲은 오랜 시간이 흘러야 숲이 된다. 봄 숲을 보면서 살아있는 숲, 살아있는 지구의 소중함을 다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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