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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 더스트’ 와 플라스틱의 최후 숙주
  • 최영종(수필가∙포토칼럼니스트)
  • 승인 2019.04.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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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아닌 어학자가 되려 한다. 파인 더스트(Fine Dust)는 미세먼지이다. 이 파인과 더스트를 놓고 몇 마디 하려 한다. 앞으로 자주 보게 될 생뚱이라는 두 글자는 격에 맞지 않게 하는 말, 행동을 할 때 쓰는 ‘엉뚱’이란 말과 같은 뜻인 전라도 사투리다.

어찌 됐건 파인 더스트의 위력은 전 세계를 들썩거리고 있다. 하루를 시작하면서 누구나 눈을 뜨기 무섭게 어느 정도일까 하고 TV와 신문 쪽에 눈을 꽂아 본다. 옷은? 마스크는 어떤 것? KF 몇을? 하고 마치 전선에 나가는 전사처럼 무장을 단단히 한다, 과연 글자대로 파인 더스트라면 좋은 먼지인데 왜 생뚱맞게 미세먼지라고 하는지 알고 싶다.

파인의 뜻을 보면 훌륭한, 멋진, 좋은, 맑게 갠, 가는, 부드러운 등 모두 감미로운 뜻을 가진 형용사다. 더스트는 먼지, 티끌, 흙, 가루 분말이란 명사다. 그럼에도 파인 더스트를 미세먼지라고 하니 생뚱맞다고 말해서 잘못은 아니다. 그 어원을 여기저기 찾아보니 ’Finedust‘라고 컴퓨터 어학사전 사이트에 있고, 세계 20여개 국에도 미세먼지라고 나와 있다. 특히 중국어 밑에는 복사열이라고 간략히 썼다.

복사열이란 복사선이 물체에 흡수돼 생기는 열로 낮동안 기류 속에 포함됐던 미세한 먼지 입자가 가라앉으면서(낮동안 받아둔 열) 해가 진 뒤 지면 복사열의 영향을 받아 냉각돼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말하다 보니 하려던 미세먼지와 우리 삶의 이야기는 많이 빗나갔지만 일찌기 국어사전에도 없는 금세기 초들어 처음 듣게 된 신어(新語)다. 파인과 더스트의 두 말이 합쳐진 뜻은 없고, 아주 작은 먼지로 대기 중에 떠다니다가 흩날려 내려오는 입자성 물질? 이라고 써있을 뿐이다.

이쯤 어원 찾기는 포기하며 파인 더스트는 미세먼지라고 무조건 알고 살자. 순간 알건 모르건 귀 아프게 듣고 사는 신어들이 생각났다. 샘(선생님)이란 신어도 우쪽에서 생겨났듯이 과학문명 속에 묻혀 들어온 신어(신조어)들도 수없이 많다. 그저 이런 따짐 없이 건강하게 살 일이고 건강을 위해 지켜야 할 한 가지가 더 있다.

천지간에 널려있는 비닐과 플라스틱과의 건강 싸움이다. 오죽했으면 “지난 세기에 인간이 가장 잘못한 발명품은 플라스틱이다” 라고 서양 누군가의 혹평은 플라스틱의 전신인 비닐과 플라스틱의 횡포, 폐해를 단적으로 말하는 것일까?

우리 주변만 봐도 주방의 랩, 일회용 장갑, 지퍼백, 롤백, 생수통, 바가지 등은 폴리에틸렌(PE)이고 타파통, 포장해 주는 통, 병원에서 사용하는 주사기는 폴리프로필렌(PP)이다. 링거주사기에 사용하는 PVC와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유리창는 폴리카보네이트(PC)이며, 생수병을 만드는 폐트(PET) 등의 원조도 플라스틱이다. 생필품들이어서 광범하게 쓰이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버려진 비닐과 플라스틱 잔해는 기후 변화까지 가져왔다. 해발 4700미터의 킬리만자로 밑에 사는 주민들 생업이던 커피농장에도 물 가뭄이 닥쳐 이웃끼리 칼부림을 가져오게 했다는 환경변화의 주범이 바로 플라스틱이라고 3월 초 한 신문은 보도했다.

이런 플라스틱의 지구에 대한 직·간접 횡포는 많다. 지난 2월 어느 날, 조간에는 ‘되돌아온 쓰레기’ 이야기가 아침 인사를 하고 있었다. 필리핀에 버린 쓰레기 5100톤 가운데 그 일부인 120톤이 평택항으로 되돌아왔다고 한다. 수출 신고할 때는 ‘합성플라스틱 조각’이라고 했으나 기저귀, 폐 전구, 폐 컴퓨터, 일회용 페기물 등이 섞여 있는 쓰레기더미가 작년 11월 필리핀 언론의 보도 후 현지 환경단체가 수입회사(지분 50여%인 한국인 회사)와 한국대사관 앞에서 시위해 나라 망신은 물론, 우방이라는 지난날 이미지에 먹칠까지 했다.

한 통계에 의하면 바다에 버려지는 전 세계 비닐과 플라스틱 쓰레기는 한해 800만톤 정도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 속에는 플라스틱의 전신인 비닐도 폐기되는데 100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공해덩어리 주범으로 세기의 마블, 불사신이라고도 한다. 네덜란드 사람 <보이안 슬랏>은 16살 때 그리스 지중해에서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다 바닷 속에서 물고기보다 더 많은 비닐, 프라스틱 쓰레기가 떠다닌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해양 플라스틱 오염문제에 매달려 ‘오션클린업’ 재단을 만들어 160국 3만8000여명의 기부자들로부터 3500만 달러(약 393억원)을 모금했다. 이는 앞으로 닥칠 플라스틱 재앙을 미리 막자는 정신이 하나로 모아진 결과이기도 하다며 감사해했다.

또 파도에 맞아 분해된 5mm 이하의 작은 입자를 플랑크톤이 먹이로 알고 삼켜 바다 생태계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우리 인간에게 커다란 경고가 아닐 수 없다. 아는지 모르지만 하와이 동쪽 태평양 한복판에는 7만9000톤 되는 거대한 쓰레기 섬이 생겨났다고 한다. 비닐과 플라스틱 쓰레기는 날마다 늘어나 한반도 8배나 되는 섬 대부분이 쓰레기로 이뤄졌다는 것. 이것들은 파도 위에 지구 곳곳을 맴돌다가 흐름이 없는 곳에 모여 쌓이기 시작해 자연적으로 이뤄진 섬이다.

우리 남쪽 거제 해역에서도 인간들이 버린 쓰레기 속에서 1㎡당 21만개나 되는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확인됐으니 이것들은 양식장에서 쓰이는 스티로폼이 잘게 쪼개진 것이었다고 한다. 바다로 떠내려온 플라스틱은 점점 잘게 부서지면서 여러 생물의 장을 거쳐 먹이사슬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에게 영향을 줄 날이 눈앞에 나타났다. 그 숫자는 날마다 늘어 언제 내가 먹는 생선을 거쳐 최후 숙주인 뱃속으로 들어올지 모를 급박한 시점에 와 있다.

‘불가원 불가근’인 비닐과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 대기를 맑게 하고 석탄, 가스, 매연이 나오는 물질을 덜 태워 ‘파인 더스트’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영종(수필가∙포토칼럼니스트)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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