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잠시 주춤거린다. 햇살도 좋고, 기온도 점점 높아지니 노란색 개나리만 피어있어도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어쩜 저리도 흐드러지게 피어날까. 축축 처지는 줄기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꽃들이 정말로 봄을 느끼게 한다. 주위를 둘러보니 개나리뿐 아니라 노란색 꽃들의 세상이다. 숲에선 이미 생강나무, 개암나무, 회양목이 꽃을 피웠고, 산수유와 유채꽃은 축제까지 해가며 사람들 눈을 호강시켜준다. 그 흔한 민들레, 꽃다지도 봄에는 더없이 반갑고 예쁘다.

노란색은 봄을 알리는 신호색이다. 회색빛이 돌던 겨울에서 이제 햇살은 노란 빛을 띈다. 꽃의 색과 곤충은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진화해왔다. 노란색은 벌이 좋아하는 색이고, 붉은색은 나비나 새가 좋아하는 색이다. 그래서 나비가 아직 나오지 않은 봄에는 부지런한 벌이나 파리가 수분을 도와주는 노란색 꽃이 핀다. 꽃 색은 붉더라도 꽃가루는 거의 노란색이니, 그만큼 곤충들에게 눈에 띄는 색인 것이다. 꽃의 노란색은 플라본이나 카로티노이드 색소에 의해 나타난다. 각각의 작용에 의하거나 섞여서 색이 나타나기도 한다. 사람이 알아차리는 노란색보다 수만 가지 노란색이 존재하는 것이다. 참으로 다이내믹한 자연이다.

우리나라 노랑꽃의 대표, 개나리는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다. 얼마 전 3·1운동 100주년과 함께 유명해진 미선나무도 ‘흰개나리’라는 별명이 있다. 개나리와 같은 물푸레나무과이고, 전체적인 모습도 가지가 많은 키 작은 나무로 개나리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미선나무 또한 우리나라 1속 1종의 특산식물이다. 특산식물임에도 불구하고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은 이유는 개나리는 꺾꽂이가 잘 되어 흔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파트, 공원, 여러 건물 주변 조경용으로 개나리는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개나리가 없다면 봄이 얼마나 황량할까 생각하면, 개나리는 우리 마음속에서 이미 오랫동안 특산식물이었다. 그래서 개나리의 좋고 다양한 품종을 만드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 요즘처럼 날씨가 예상할 수 없이 변화하는 때에 어느 날 한순간에 개나리가 사라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같은 유전자의 개나리만 계속 만들어내는 것이 꺾꽂이의 가장 큰 문제이다. 다행히도 필자 주변에는 열매를 맺는 개나리들이 많이 있다. 올 가을에는 개나리 열매를 여러 개 모아 화분에 심어야겠다. 우리나라 특산식물이면서 수많은 복제 개나리와 다른 나만의 개나리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서울 응봉산은 개나리가 유명하다. 이 산은 서울숲과 중랑천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는 야트막한 산이다. 1980년대에 산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려고 심은 개나리가 이렇게 유명해진 것이다. 그래서 매년 개나리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필자는 얼마 전 삼척 대게축제에 다녀왔다. 유명한 쉐프를 섭외하고 즉석에서 요리하는 것이 신선했다. 바닷가에 자리한 축제장은 깨끗하고 활기찼다. 언제부턴가 우리나라는 사계절 축제를 하는 나라가 됐다. 그런데 많은 축제 중 정말로 즐길 수 있는 축제는 ‘꽃축제’라고 생각한다. 마음 편하게 자연을 흠뻑 느끼고 먹거리도 즐길 수 있다. 우리나라 남쪽부터 유채꽃축제, 매화축제, 산수유축제, 벚꽃축제가 한참 남아있다. 꼭 유명한 축제장이 아니더라도 아파트 단지 내에서, 가까운 대학 캠퍼스에서, 오래된 가로수 길에서 계절에 민감해져 보는 것은 요즘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선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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