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화면 캡쳐

잘 사는 법 못지않게 잘 죽는 법도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세상입니다. 용인에 터를 닦고 사는 한 개그우먼은 자기 묘비명을 미리 써두었다는데, 그 묘비명은 ‘웃기고 자빠졌네’ 랍니다. 참 재미있습니다. 죽음을 있어서는 안 되는 아주 큰 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다 보면 죽을 때도 별일 아니듯이 흥미롭게 느껴질 수도 있는 모양입니다.

가끔 회자되는 글귀 중에 ‘내가 죽으면 술통 밑에 묻어줘, 운이 좋으면 술통 바닥이 샐지도 몰라’ 라는 일본의 선승 ‘모리야 센얀’의 묘비명이 있습니다. 걸레스님으로 유명했던 중광스님의 묘비에는 ‘에이, 괜히 왔다’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니 정말 무릎 ‘탁’ 칠 일 아니겠어요?(하하) 봄볕 따스할 때, 구경이라도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마저 드는군요.

예전에는 잘 태어나는 법도 중요했던 모양입니다. 지금의 사고로는 정말 말도 되지 않는 허무맹랑한 탄생에 얽힌 이야기를 우리는 수 천년 동안 당연한 이야기로 알고 살아왔지요. 단군왕검은 곰이 마늘과 쑥을 먹어 사람으로 변한 웅녀와 하늘의 아들인 환웅 사이에서 태어났고, 박혁거세는 백마의 알에서 태어났으며, 견훤은 바위가 갈라지며 태어났고, 김유신은 태어나며 날개가 등에 달려있어 날아다니기까지 했다는 그런 설화 말입니다. 전설적이고 역사적인 위인이 되려면 드라마틱한 출생 신화를 갖춰야 되는데 요즘처럼 산부인과에서 태어나면 시작부터 꽝인 겁니다.

이러한들 저러한들 누가 어떻게 어디서 태어났느냐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좋은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음악가 중에서도 태생이나 죽음이 관심거리가 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블루스와 록을 주로 하며 건반을 기가 막히게 다루는 블루스 연주자 겸 가수 도나 옥스퍼드(Dona Oxford) 역시 출생에 얽힌 이야기 때문에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는 그런 사람이에요.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지만 글쎄 병원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주차장에 세워진 낡은 자동차 뒷좌석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태생 이야기가 흥밋거리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크게 알려진 뮤지션은 아니지만 그녀의 연주나 보컬을 들어보면 ‘녹녹하지 않은 실력을 가진 뮤지션이구나!’ 하는 것을 곧바로 느낄만한 실력파입니다. 그래서 그녀를 한 번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트럼펫 연주자였던 아버지는 그녀가 태어난 지 15개월 만에 세상을 떠나버렸기에 카바레 가수였던 엄마를 따라다니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음악적 분위기에 젖어 살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에요. 주변에 또래 친구가 없다 보니 누군가가 손에 쥐어 준 장난감 피아노를 밤낮없이 가지고 놀게 됐고, 종래에는 못 다루는 음악이 없을 정도의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게 됐다는군요.

주변의 권고로 정식적인 음악수업을 받게 돼 뮤지컬 무대에서 활동하기 시작하게 됐어요. 그때부터 다나 워싱턴이나 엘라 핏츠 제랄드 같은 재즈 스타일을 듣고 익히는 경험을 쌓아 대학 생활 때 블루스 분야에 본격적으로 빠지게 돼 수많은 블루스 뮤지션들의 앨범 작업에 건반 주자로 참여하는 경력을 쌓게 됩니다.

그런데 그의 실력은 세션으로 참여하면서도 두드러졌는지 서서히 깊이 있는 팬층을 형성하게 돼 음악적 영감과 가슴을 울려주는 존재로 이름을 굳히게 됐습니다. 일본에서도 가끔 공연한다는 소식이 있는 것을 보면, 우리에게도 금새 친숙해질 것 같은 느낌이 오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정보가 없는 가수 중 한 명입니다. 하지만 음악을 듣다 보면 별개의 마니아층이 반드시 생길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도나 옥스퍼드의 ‘Red, White & Blue’를 소개합니다. 분위기는 뭐랄까, 곡 전체에 흐르는 기타 연주는 마치 게리 무어같은 분위기에 이상하게도 듣다 보면 트로트 분위기가 묻어나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겁니다. 이런 걸 보고 흔히들 ‘뽕끼’라고 하는데, 그게 맞는지 한번 들어보세요.

도나 옥스퍼드의 ‘Red, White & Blue’ 동영상 보기
http://youtu.be/UWptnNpd-x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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