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인 원삼면 ‘생각을담는집’

강연·공연에 북스테이까지

동네서점 겸 북스테이 '생각을담는집' 임후남 대표

처인구 원삼면에 위치한 동네서점 ‘생각을담는집’에 도착한 시간은 정오를 갓 넘겼을 즈음이다. 아무도 없는 적막한 공간에 들어서는 찰라 짧은 탄성이 절로 나왔다. 문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큰 창 앞엔 갖가지 식물이 작은 정원을 만들고 그 창문 너머엔 소나무가 군락을 이뤄 병풍처럼 서있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것도 모자라 곳곳에 놓인 책들이 공간에 대한 정의를 내려준다. 참 아름다운 공간이구나. 그게 첫 느낌이었다.

‘생각을담는집’ 명칭은 기자, 편집장 출신 임후남 대표가 운영하는 출판사 이름에서 그대로 따왔다. 남편의 퇴직과 함께 도시 생활을 접고 지난해 7월 이곳으로 들어오면서 임 대표는 오래전 직장 생활을 할 때부터 꿈꿔왔던 것을 실행에 옮겼다. 책을 만들고 팔기도 하며, 책을 사러 온 사람과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 만들기 말이다. 그렇게 1층은 사무실 겸 서점, 북카페로, 위층은 황토방에서 책 한 권과 하룻밤을 묵는 북스테이로 꾸며졌다.

생각을담는집 곳곳은 임 대표의 취향과 손길이 묻어 있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서가는 문학을 전공한 임 대표가 오래 전부터 수집해온 책들이다. 카페를 찾는 누구나 꺼내 읽을 수 있다. 물론 서점이니 판매를 위한 새 책도 있다. 하지만 일반 서점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책들은 임 대표가 직접 선별해 읽어본 후 추천하는 책들이 주를 이룬다.

“여기 있는 그릇, 화분, 책들 모두 제가 가지고 있던 걸 그대로 갖다놨어요. 그래서인지 이 공간은 제겐 서점이나 카페가 아닌 집 같은 느낌이죠. 집에서 손님을 맞이하듯 그렇게 운영하게 돼요.”

‘생각을담는집’은 단순한 서점이라기보다 문화 공유 공간에 가깝다. 책의 저자를 초청해 강연을 열고 때로 작은 음악회가 열리기도 한다. 강연이나 공연을 듣고 위층에 마련된 황토방에서 숙박을 겸할 수 있으니 요즘 유행하는 북스테이를 넘어 강연스테이, 공연스테이가 가능하다. 시골 한적한 곳에서 좋은 강연을 들은 후 책을 읽으며 잠이 들고 아침엔 닭 울음소리에 눈 뜰 수 있는 곳이라니. 이보다 완벽할 수 있을까 싶다.

강연과 공연은 섭외 과정부터 행사 전반을 임 대표 혼자 추진한다. 도심과 멀리 위치해 있다는 것은 조용하긴 하나 동시에 사람들이 찾아오기 힘든 곳에 있다는 의미다. 먼 길을 와야 하는 강사도 청중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럼에도 신기할 정도로 사람들은 매 강연에 공간을 채우고 함께 시간을 공유한다.

“시골서점이라 갑니다.” 지난달 이곳에서 강연을 진행했던 <슬기로운 화학생활> 저자 김병민 선생이 한 말이란다. 강연자들이 이곳에 오는 이유는 오히려 ‘시골의 동네서점’이기 때문이다. 도심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들을 수 있는 강연이지만 시골은 그렇지 못하다. 그 사정을 잘 아는 강연자들이 자처해 이곳을 찾는다는 것이다. 이심전심일까. 강연을 다 들은 후 한 손님은 임 대표에게 “이런 동네서점이 있어 너무 좋다. 지속적으로 좋은 강연을 부탁한다”며 ‘찬조금’을 쥐어줬단다.

임 대표는 누구보다 이 공간이 사람들과 함께 마음과 생각을 나누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가장 큰 수혜자는 제가 아닐까요? 좋아하는 책의 저자를 초청해 강의를 듣고 음악인과 하우스콘서트를 열 수 있는 건 모두 이 공간을 찾아주시는 손님들 덕분이에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좋아하는 시간을 공유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어요.”

(처인구 원삼면 사암리 508, 문의 070-8274-8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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