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여점 국내 처음 공개돼

‘통찰력’을 그리고 있는 르네 마그리트, 1936

1929년 매끈한 담배 파이프 그림 아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문구를 새긴 작품을 접한 관람객들은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미지의 배반’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언어와 이미지 그 둘 사이의 간극을 표현했던 벨기에 작가 르네마그리트의 대표작이다. 그는 공중에 떠있는 바위성, 인간의 다리와 물고기 머리를 조합한 인어 그림 등 형식과 상식을 깨는 초현실주의 작품을 남겼다.

르네 마그리트의 유명 작품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사진과 영상이 큰 역할을 했음을 아는 이는 드물다. 그의 사진 작업이 공개되기 시작한 것은 마그리트가 생을 마감한 후 10여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마그리트의 사진·영상 작업은 회화 작품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었고 미술시장에서 그 가치를 발견하고 예술로 평가하기 시작하면서 작품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수지구 고기동 뮤지엄그라운드에서 7월 10일까지 이어지는 특별기획전 ‘르네 마그리트, 더 리빌링 이미지: 사진과 영상’전은 벨기에를 대표하는 초현실주의 작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탄생 배경과 그가 찍은 사진, 영상과의 관계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전시다.

르네 마그리트의 사진 작품 130여점과 영상이 국내에서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이라는 매체를 작품 창작의 수단으로 적극 사용한 르네 마그리트를 재조명하기 위해 연관된 사진과 회화작품을 한 자리에 배치해 비교하며 볼 수 있도록 했다.

전시는 △가족앨범 △가족 같은 관계 △화가 같지 않은 화가 △재현의 반복 또는 새로운 형식의 사진 △사진의 한계, 마그리트와 영화 △가짜 거울 등 총 6개의 테마로 구성했다. 마그리트의 어릴 때 사진부터 마그리트의 예술적 영감이자 뮤즈였던 아내 조제트가 모델이 돼 찍은 사진, 얼굴을 손이나 체스판, 다른 그림으로 가리거나 카메라를 등진 사진 등 130여점과 1942년과 1955년 마그리트가 직접 찍은 영상 2점은 국내에서는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이다.

마그리트는 얼굴이 인간의 본성을 표현하는 도구가 아니라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고 ‘가짜 거울’이라고 생각했다. 파이프의 이미지가 ‘진짜 파이프’가 아닌 것처럼 말이다. ‘붉은모델(1935)’에서 루이 스퀘트네르와 폴 누제가 신발 뒤에 자신들의 존재를 숨긴 것과 ‘거인(1937)’에서 누제가 체스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린 것이 그 예다. 자비에 카노네 벨기에 샤를루아 사진미술관 관장은 1일 뮤지엄그라운드 전시 개관에 앞서 “마그리트의 작업 속에 나오는 많은 인물들이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는 마그리트가 그림이나 사진을 통해서 그 인물을 100% 반영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눈을 감은 모습으로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마그리트 작품의 소재인 사과, 하늘, 얼굴이 가려진 인물 등을 미디어 아트로 재탄생시킨 영상을 볼 수 있는 미디어룸, 관람객 참여형 공간도 마련됐다. 야외 전시장인 오픈 그라운드에는 이화여자대학교 조소과 최은경 교수의 작품 ‘An apple’이 함께 전시된다. (문의 070-7707-3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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